인생 사색1/ 가정계획/ 가계에 대한 논의: 현대판 촌수와 가계 십계명 b07 & b08/087

우리는 대부분 가정에서 태어나고 생활하며 생을 마친다. 따라서 가정은 다른 어떤 가치와 비교가 안될 만큼 소중한 개념이다.
그러나 나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의 소중함을 모르고 개념없이 그냥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운명인 것처럼 살아간다.
서양속담에는 가정처럼 좋은 곳은 없다고 하였고, 동양에는 가화만사성이라 하였다. 또한 일을 도모하려면 수신제가가 먼저라고 하였다. 이 모두는 가정이 중요하고 우선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정의 모습은 다르다. 우리가 소망하는 가정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가정도 다른 모든 것과 같이 우리 스스로 가꾸고 지키고 관리해야 한다.
이글은 우리가 어떤 가정을 계획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가정에 대한 계획/가계에 대한 글이다.
인간은 자결적 실체이고 합리적 경제인으로 계획적 행동을 한다. 계획은 미래지향적 활동이고 목표성취를 위한 합리적 행동이다. 가정도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 계획을 통해 관리를 해야 한다.
필자는 이글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가정의 중요성과 개념, 그리고 가정계획/가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단위이고 가족 공동체라고 부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가족공동
체의 일원으로 지위와 역할을 갖는다. 이때의 지위와 역할은 생득적 지위이고 귀속적 지위이다.
그러나 성장하여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면서 새로운 지위와 역할을
갖게 된다. 이때의 지위와 역할은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성취적 지위가 된다. 따라서 가정에 대한 계획/가계는 성취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성격의 글이다.
그간 우리는 가정계획/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다. 전통적으로 개인이나 가정의 계획은 하루 또는 일년에 한해 세웠다. 일일지계는 재어신이라 하여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운다 하였고, 일년지계는 재어춘이라 하여 일년의 계획은 봄에 세운다 하였다. 그래서 봄이 되면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대경을 써서 부쳤다.
근대에 들어서는 정부가 국가경영으로 5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면서 일반 국민도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내집 마련 5개년 계획과 가족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인생계획 특히, 가정계획은 교훈정도에 그쳤다. 또한 지금은 국가와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정 즉, 가족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어 가정계획/가계는 더욱 중요하다.
이글은 우리가 어떤 가정을 계획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가정에 대한 계획/가계에 대한 글이다. 필자는 가계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전통적인 복잡한 가족체계/촌수제에서 현대적이고 실질적인 가족체계/촌수로 단순화 시켰다. 이는 글의 구성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재구조화한 새로운 가족체계는 사이가 좋은 부부가 1촌이고 결혼하기 전 자녀와 부모 간이 2촌이며 자녀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부모와 자녀 간은 3촌이 된다. 나머지는 모두 이웃 4촌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여기에 사이좋은 관계라는 전제가 있다. 특히 이웃 4촌은 사이좋은 형제자매와 친족, 허물없는 진정한 친구, 일상에서 편안하게 자주 만나는 가까이 하는 이웃을 포함한다. 옛날 선인들이 사용한 이웃 4촌의 재개념화이다.
또한 이글에서 촌 간 계획에 사이 간을 사용한 것은 인간은 절대적 인간보다 상대적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특히, 가계는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글의 순서는 결혼관의 정립과 결혼준비 계획, 결혼으로 맺는 부부/1촌 간 계획, 자녀출산으로 갖는 부모와 자녀 간 2촌 계획, 자녀결혼으로 부모와 자녀 간에 변화된 3촌 간 계획, 나머지 사이좋은 4촌 간 계획에 대해 순서대로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바른 결혼관의 정립과 결혼준비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왜 인간은 결혼해야 하는가?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먼저 남자를 만드시고 여자를 만드셔서 함께 살게 하셨다. 한자로 사람 인은 혼자보다 둘이 낫다는 의미이다. 또한 행복론에 결혼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한 사람은 안한 사람보다 건강하고 수명도 길며 행복지수도 높다 하였다. 따라서 인간은 결혼해서 살아야 한다.
어떻게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가?
최근 결혼적령기의 젊은 사람들은 직장, 상대, 주택을 결혼의 3대 조건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결혼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이 이들 3대 조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을 미룬다. 이 가운데 주택은 본인의 여력이 안되면 공공주택에 관심을 가지면 좋다. 직장은 눈높이를 낮춰 사닥다리형의 점진적 접근도 좋다. 상대는 바라는 배우자상과 바른 결혼관의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결혼계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직장과 주택보다 평생의 반려자/ 배우자 선택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결혼은 나이에 따라 조혼, 적혼, 만혼이 있으나 적혼이 좋다. 적혼은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30세 전후가 좋다. 결혼시기는 3 2 1(3년 2년 1년 이내) 전략으로 결혼 목표를 세워 행동계획을 마련하면 좋다.
부모들도 자녀 결혼에 자유방임이 아닌 부드러운 개입이 필요하다.
둘째, 사이좋은 부부/1촌 간의 계획에 대한 논의이다.
남남인 남녀가 천생연분으로 백년가약의 의례를 거쳐 부부가 된다.
결혼하면 부부는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가? 그렇지 않은 부부도 많다. 특히 최근 들어 불행하게 부부의 연을 끊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는 사이좋은 부부관계와 자녀출산계획에 대해 보자.
먼저 어떻게 사이좋은 부부관계가 가능한가?
부부는 호칭과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부부가 되면 서로 여보와 당신으로 부른다. 여보는 보물과 같고 당신은 곧 자신이 된다. 따라서 부부는 서로에게 보물이고 자신이므로 서로 상대방에게 조심하고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부부는 결혼생활을 상호학습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결혼생활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상호 신뢰이다. 신뢰가 형성되면 모든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신뢰는 작은 약속의 준수가 쌓이면서 형성된다. 따라서 결혼생활은 상호 신뢰에 기반한 상호학습과정이라 할 수있다. 다른 말로는 서로 닮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자녀출산에 대한 계획이다.
전통사회에는 다자녀 출산이 결혼생활의 으뜸이 되었다. 결혼식에서 시어머니가 신부의 치마에 대추와 밤을 듬뿍 건네는 풍습은 다자녀 출산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최근에 여성의 사회참여로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녀출산과 자녀양육에 관련한 제도개선을 하고 있다.
결혼하면 자녀출산계획을 세워야 한다. 옛날에는 너무 많이 낳아서 문제였으나 지금은 뒤로 미루거나 안 낳아서 문제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부가 긴 여정의 결혼생활에서 자녀를 갖는 것은 부부에게 큰 축복이 된다. 자녀 수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자녀출산은 아름다운 지구촌의 일원이자 한 가정의 주체자로써 가져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세째, 부모와 결혼이전의 자녀/ 2촌 간의 계획에 대한 논의이다
.
결혼생활에서 자녀가 있기 전을 보통 신혼이라 한다. 대부분의 부부는 이 기간을 결혼생활의 황금기라 부른다. 그러나 자녀가 출생하면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필자는 이를 새로운 2촌이라고 정의하였다.
새로운 2촌인 자녀는 부부에게 자녀양육계획과 자녀진로와 취업, 그리고 자녀결혼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과거에는 여성이 이를 주로 책임지고 담당하였으나 지금은 부부가 함께 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공유와 협업사회와 유관하다. 이제 가정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공유와 협업적 부부관계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먼저 자녀양육계획이다.
결혼해서 자녀가 생기면 부모가 된다.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면 자녀출생 이전과 이후는 부부생활이 확연히 다르다. 특히 부부가 모두 직장을 가지면 더욱 그러하다. 과거에는 여성이 직장을 가지면 가사까지 도맡아 1인 2역을 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남성들은 직장 일에 가사분담을 해야 한다는 개념과 관심이 없었다. 나 또한 그러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여성과 함께 가사를 분담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다음은 자녀의 진로와 취업이다. 가정에서 자녀가 출생하면 양육과 함께 자녀교육문제가 생긴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지나칠 만큼 관심이 크다. 건강과 학업, 그리고 예체능까지 전인교육을 시킨다. 인간은 개인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관한 한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가 일치한다.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전문직종에 가는 일치된 선형의 코스이다. 유 초중고를 마치면 대학을 선택하고 졸업 후 취업하는 코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 기간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값진 시간과 기회를 조건없이 자녀들에게 바친다. 이것은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고 사랑이라 믿는다. 부모의 희망이 자녀의 희망이 된다. 그리고 이에 여한없이 보람을 가진다. 그러나 자녀가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고 인생의 실패로 자학하기도 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중학교 3학년이 되기전
담임선생이 학생의 재능에 따라 인문계와 실업계 진로를 결정하고 학생과 부모는 이 결정을 따른다. 우리도 자녀교육에 부모의 희망이 아닌 자녀 재능 중심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마지막은 자녀의 결혼이다.
요즘의 자녀들은 결혼에 관심이 적고 하는 일에 열심이다. 직장을 가진 청년은 일이 많고 직장이 없는 청년은 취업준비에 바쁘다. 요즘 청년들은 영리하고 똑똑하다. 결혼으로 얻는 프리미엄보다 결혼기피로 얻는 프리미엄이 크다고 믿는다. 또한 결혼에 따른 여러 구속도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가 된다 .
한편 우리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와 자신들의 결혼생활 만족도에 따른 소극적 태도도 작용한다. 어쨌든 부모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메세지를 계속 보내야 한다. 부모에게 자녀결혼은 해방의 날이고 자녀에게는 독립의 날이며 사회와 국가에게는 세상을 지탱하는 날이 된다.
네째, 결혼한 자녀와 부모/3촌 간의 계획에 대한 논의이다.
자녀는 결혼하면서 부모의 촌수가 2촌에서 3촌으로 변화한다. 자녀는 결혼하면서 남편과 아내로 새롭게 1촌이 생기고 자녀가 출생하면서 그들만의 새로운 2촌이 생기기 때문이다.
먼저 촌수의 적응이다 .
자녀는 결혼과 함께 부부로 새로운 1촌과 자녀출생으로 새로운 2촌이 생기는 것을 무의식중에 받아들인다. 부모들과 달리 자신들의 태도와 행동변화에 무감각하다. 또한 자녀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부모보다 우선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고 생활한다. 자녀들은 일상을 그냥 그렇게 바쁘게 잘 살아간다.
그러나 부모들은 여전히 자녀들이 2촌이고 이들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다. 따라서 부모와 결혼한 자녀들 간의 인식의 차이는 곧 역할기대의 차이로 섭섭함과 마음의 상처와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부모들도 자녀가 결혼하고 그들의 자녀가 출생하면 곧바로 촌수 정리와 부드러운 적응이 필요하다.
다음은 자녀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자녀가 결혼하고 그들의 자녀가 출생할 때쯤이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정년할 나이가 된다.
요즘은 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가진 결혼한 자녀는 은근히 부모가 자신들의 자녀를 돌보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손자 손녀를 돌보게 된다. 이를 매정하게 뿌리치는 부모는 드물다. 또한 인생 마지막에 자녀에 대한 마지막 봉사와 핏줄인 손자 손녀의 육아에 보람을 가진다.
그러나 손자 손녀의 돌봄은 대부분 여성이 주관자가 되고 남성은 보조자이거나 방관자가 된다. 이럴 경우 남성은 혼자 겉돌고 여성은 육아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는 분명히 나이 든 여성에게는 힘든 일이고 부부 모두에게는 인생 황혼기를 속절없이 보내는 시간이 된다. 시작의 신혼기와 마지막의 황혼기를 부부가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는 이 세상의 부모들이 자녀결혼과 함께 자유하기를 바란다. 자손의 사랑과 교육과 지도는 다른 방도로 해결해야 한다.
다섯째, 사이좋은 이웃/4촌 간의 계획에 대한 논의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웃 4촌은 친구와 이웃과 친척이 해당된다. 다만 이웃 4촌의 기본전제는 사이좋고 편안한 관계이다.
먼저 친구이다.
명심보감에 교필택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벗을 사귈 때 반드시 벗을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논어 제16편 계씨에서 익자삼우가 나온다. 유익한 벗은 정직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을 들고 있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계단마다 무수히 많은 친구를 만난다.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친구도 있고 사소한 일로 인연이 끊어진 친구도 많다. 매일 통화하는 친한 친구도 있고 오랜만에 드물게 통화하는 소중한 친구도 있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로빈 던바는 인생에서 아주 친한 친구는 다섯 명이고 좋은 친구는 15명이면 족하다 하였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진정한 친구는 따뜻한 이웃 4촌과 같은 친구이다.
다음은 이웃이다.
중국 고위 공직자 송계유는 퇴직과 함께 살 집을 구했는데 필수적인 요인이 이웃이라고 하였다. 이가 거필택린이다. 좋은 이웃은 신의와 배려와 열린 마음을 가진 편안한 사람이다. 필자는 최근 대학정년과 함께 좋은 이웃 세 그룹을 만났다. 하나는 팔공산 전원생활에서 만난 이웃이고, 다른 하나는 동네에서 만난 이웃이며, 마지막 하나는 제주 서귀포에서 만난 이웃이다. 이웃의 공통점은 가치지향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가까운 친척이다.
전통적인 가계도의 촌수는 그대로이나 현실은 사이가 좋은 친척만이 이웃 4촌이 된다. 특히 혈연의 가까운 친척이라도 사이가 좋아야 이웃 4촌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혈연의 가까운 형제자매 간에 부모 유산배분으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또한 연로한 부모부양 문제로 사이가 틀어진 이웃을 본다. 이를 보면서 이웃 4촌 보다 못한 가족관계라고 생각한다. 이제 혈연의 가까운 친척 간도 예의와 배려와 존중의 마음으로 이웃 처럼 접근하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
이글을 마치면서 가정계획/가계 십계명을 제안한다.
1계명 가정계획을 세워라
2계명 부부는 서로 학습하라
3계명 부부는 서로 믿음/신뢰하라
4계명 부부는 가사를 공유하라
5계명 부부는 가사를 협업하라
6계명 부부는 자녀를 가져라
7계명 자녀의 재능과 의사를 존중하라
8계명 자녀는 결혼하고 자녀를 가져라
9계명 부모는 자녀의 결혼으로 자유하라
10계명 좋은 이웃을 만들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