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4/ 우리의 정치는 전진하고 있는가? 145

우리의 정치는 전진하고 있는가?
이 컬럼은 2016년 20대 총선결과에 대한 유권자의 투표행태에 대한 함의와 20대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오래전의 글이다. 벌써 20대를 거쳐 21대를 마치고 내년 봄이면 22대 총선이 치루어진다.
필자는 8여년 전에 논의한 '정치권의 국민신뢰가 우선이다'라는 글의 제목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22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독자들이 전후를 대비하며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글을 게시하게 되었다.
필자는 지난 글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유전하나 우리의 정치는 크게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글의 내용에서 당명을 비롯한 일부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수정하였다.
정치권의 국민신뢰가 우선이다(1)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야정치권 공히 권력중심의 정치에서 국민중심의 정치로 이동해야 한다는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오만과 자만, 그리고 태만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도 받았다. 국민존중과 겸손한 마음, 그리고 공익에 기반한 정치를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주어졌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저성장기조와 기업의 구조조정, 청년일자리와 고용불안,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저출생과 고령화, 북핵과 국가안보 등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들 문제해결을 위해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정치권은 이와 같은 국민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하는가? 이의 해답은 정치권의 국민신뢰이다. 그간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정치권 전체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 개개인의 문제이다.
먼저 정치권을 보면 당의 정체성 혼란, 여야 정귄교체에 따른 입장 바꾸기, 위기대응방식으로 당명 바꾸기, 본연의 책무보다 권한의 유지와 확대, 정권창출목적의 당리당략적 행태, 기득권 챙기기와 지방공천권 행사 등 무수히 많다.
다음은 정치인 개개인의 정치행태를 보면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고 선거후 사라지는 유한정치, 이당 저당 옮겨 다니는 철새정치, 봉사와 희생보다 권위와 자기중심적 정치행태, 국민보다 권력중심, 정치신념의 부재 등이 있다.
이번 20대 총선으로 결과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야정치권이 국민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은 크게 세가지이다. 하나는 소통이고, 둘은 협력이고, 셋은 균형이다. 소통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협력은 더불어민주당에, 그리고 균형은 국민의당(현재 해산)에 더욱 요구되는 가치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요구되는 소통은 크게 당・정・청의 소통, 야당정치권과의 소통, 중앙과 지방의 소통. 그리고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다.
먼저 집권여당은 내・외부 소통을 원활하게 하여 국정운영의 안전성과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소통은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소통이어야 하고 쌍방향 호혜적 소통이어야 한다.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 소통이어야 하고 성과창출의 소통이어야 한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소통도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통치권자와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현재 시행 초기 운영)가 정례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간 정책소통은 전문가 중심의 소통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항상 국민은 국외자이고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 유한소통이었다. 지금은 접속의 시대이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소통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소통방식의 개선과 소통과정의 공개, 소통 후 이행과정의 모니터링, 그리고 소통성과의 편익에 대한 공유가 요구(현재 운영중)된다.
다음으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과 협력을 활성화하여 국민에게 책임성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대사회는 거버넌스시대이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야당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선거결과에 자만해서는 안된다. 이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협력하여 책임있는 역할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협력은 자조, 협조, 국조로 구분된다. 자조는 스스로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성과를 내어 국민신뢰를 쌓는 것이다. 공조는 집권여당과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협업과정을 통해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국조는 정권탈환의 당리당략을 떠나 국익을 우선하여 국가위기관리에 협력하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실수를 바라기보다 공동생산 내지 협업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2야당인 국민의당(현재 해산)은 조화와 균형의 중재기능을 적절하게 수행하여 정치혼란이 아닌 정치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중재와 협상은 하나의 예술이다. 원래 중재자는 제3자의 역할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의당(현재 해산)에게 요구되는 조화와 균형은 크게 정치균형, 정책균형, 가치균형으로 구분된다. 정치균형은 입법과정의 조정협상에서, 정책균형은 정책개발의 합목적성에서, 그리고 가치균형은 당의 정체성 정립에 필요하다. 이와 같은 역할은 국민의당(현재 해산)이 한계정당의 지위를 극복하고 전국정당으로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제 새로이 출범할 20대 국회개원이 목전에 있다. 일반 국민은 진실로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국민을 존중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를 원한다. 이를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하며 협업을 통해 성취해야 한다. 책무성에 충실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3권분립에 따라 생산적 국회로 적시에 제도적 기반을 충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이번 20대 국회는 소통과 협업, 그리고 균형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한국의 새로운 정치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힘써 주기를 바란다.
대구일보, 2016. 5. 3 일부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