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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8/ 세상에 공짜는 없다(2), 인생의 빚은 돌고 돈다 252

lsk 2025. 2. 1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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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인생의 빚은 돌고 돈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전 학교법인 순총학원 이사장
신제주인 서귀포 혁신도시 거주 3년차


우리 사회에는 ‘이마가 넓은 사람은 공짜를 바란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마가 넓은 편이고, 가족들은 이를 두고 공짜를 바란다고 농담 삼아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살아오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것은 돌고 돈다.

대학에서 재직할 때, 내가 지도한 대학원생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젊은 풀타임 대학원생과 나이 많은 직장인 대학원생. 가끔 젊은 학생들이 직장인 대학원생을 도울 때가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했다.

"남을 돕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이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오늘 도움을 준 대가가 즉시 보상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혹은 다음 세대에서라도 반드시 되돌아온다."

돌이켜 보면, 나는 평생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살아왔지만,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많았다. 사회에서 ‘갑’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을’도 아니었다. 나는 이를 두고 스스로 ‘준갑(準甲)’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정년퇴직한 지금은 최대한 밥값도, 차값도 먼저 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식 수준과 자존감이 높아, 누구든 공짜로 대접받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다.

나눔은  순환의 법칙이 작용한다.

제주에 내려와 생활한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작년, 영실에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지쳐 보이는 등산객을 태운 적이 있다. 그는 감사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제가 초면의 선생님께 공짜로 차를 얻어 탔으니, 다음에는 저도 같은 선한 일을 타인에게 베풀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 공짜가 없는 이유다. 베품과 나눔은 반드시 돌고 돈다.

최근에는 마이너스 인생통장의 개념이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타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신세를 지면, 이는 마치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그 빚을 갚지 않으면 인생의 부채로 남고, 갚으면 인생의 잔고가 쌓인다. 즉, 타인에게 받은 만큼 다시 타인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만난 두 명의 지인 중 한 분은 나보다 산행 경험이 많아, 제주 오름을 오를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는 그에게 마이너스 인생통장을 많이 진 셈이다.
그러던 중, 나는 작년부터 파크골프를 시작했는데, 마침 올해 그 지인도 파크골프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그를 만나, 그동안 받은 도움을 갚고 내 마이너스 통장을 줄이기 위해 파크골프에 도움을 주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인생의 빚, 어떻게 갚을 것인가?

정년퇴직을 앞둔 1년 전, 나는 교육부 파견으로 순복음 교단이 설립란 순총학원 이사장을 맡아 3년간 일했다. 그때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죽어서 하나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 ‘너는 세상에서 얼마나 빚을 졌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적어도 ‘제가 순총학원에서 봉사하며 하나님 나라의 일꾼을 키우는 일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빚을 갚고 왔습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신세’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되갚아야 할 빚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다만 그 빚을 갚는 방식은 직접적인 보상이 아닐 수도 있다. 오늘 받은 도움을 내일 누군가에게 베풀고, 그렇게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선의를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빚을 갚는 길이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길일 것이다.


용어해설
1) "이마가 넓은 사람은 공짜를 좋아한다"는 말은 특정 신체적 특징과 성격적 특성을 연결 짓는 전통적인 관념에서 비롯하고 있다.
2)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은 공짜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는 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