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3/ 고은층의 삶은 앞보다 뒤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258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고은층의 삶은 앞보다 뒤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들어가며,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다. 고은층(고령층과 은퇴자층)에 이르면 과거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변화된 현실에 맞춰 새로운 삶의 가치지향과 원칙과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오래된 차량의 브레이크를 교체하고 변속기를 조정해야 하듯, 인생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나훈아의 노래 "고장 난 벽시계"가 말하듯, 세월은 고장이 없지만, 우리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고은층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앞보다 뒤를 더 중시하는 태도’다. 앞을 내달리던 젊은 시절과 달리, 이제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뒷모습을 정리하며,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삶의 지향가치를 조정해야 하고, 일상의 원칙과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품격 있는 고은층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고은층의 앞보다 뒤를 우선하는 삶에 대한 지향가치의 조정에 대해 논의해 보자.
젊은 시절에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는 ‘미래보다 현재, 남보다 나, 겉보다 마음, 희망보다 행복’에 가치를 두고 이들에 우선해야 한다.
하나는 미래보다 현재를 우선해야 한다.
젊을 때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였으나, 이제는 남은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건강을 돌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
둘은 남보다 나 자신을 우선해야 한다.
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고, 자식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헌신해온 세월을 지나, 이제는 나를 먼저 챙겨야 한다. 건강, 취미, 마음의 평안을 최우선에 두고,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셋은 겉보다 마음을 우선해야 한다.
외적인 성공보다 내적인 평온과 성숙이 중요하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넷은 희망보다 행복을 우선해야 한다.
미래의 막연한 희망보다는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자연 속에서의 치유와 회복,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음은 고은층의 뒷모습을 가꾸는 삶에 대한 일상의 원칙과 기준, 그리고 마무리에 대해 논의해 보자.
고은층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고은층은 그간 열심히 살아오며 견지한 삶의 원칙과 기준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고은층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의 인생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나는 뒷모습을 바르게 한다.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거나 뒷모습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에서도 품격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둘은 뒤를 깨끗하게 정리한다.
자나온 자리에 후회 없이 마무리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정직하고 솔직한 태도로 투명하게 살아야 한다.
셋은 뒤를 비워야 한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자리에는 탈이 많다. 살아온 삶에서 정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
넷은 뒤를 따뜻하게 한다.
남들에게 배려와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진심 어린 나눔과 사랑이 뒤따라야 한다.
다섯은 뒤를 좋게 해야 한다.
보이는 것만큼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평판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뒷말이 많거나 후문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여섯은 뒤에 의미있는 가치를 남겨야 한다.
살아온 인생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선한 영향력을 남겨야 한다. 자녀에게든, 사회에든, 의미 있는 유산이 되어야 한다.
글을 마치며,
인생의 마지막 장을 아름답게 채우자.
고은층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변화가 아니라, 인생의 철학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다. 앞만 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뒷모습을 돌아볼 때다. 우리의 뒷모습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남을 수 있도록, 가치관을 조정하고 삶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나훈아의 "고장 난 벽시계"에서처럼, 세월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이 흘러도 품격과 존엄을 지키며, 남은 삶을 의미 있게 채울 수 있다. 인생의 마무리는 단순한 끝이 아니라, 가장 완성된 순간이 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1) 이 글을 쓰게 된 배경
필자는 신제주인으로서, 서귀포 파크 골프장에서 만난 동향의 신** 대표와 친분을 쌓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파크 골퍼들의 뒷모습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를 계기로 필자는 ‘뒷모습’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필자는 스스로의 인물 사진을 보면서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모습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주변의 고은층(高隱層) 지인들 특히, 여성 역시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관련이 있는 듯했다.
또한, 필자는 최근의 일들은 금방 잊어버리는 반면, 과거의 기억은 비교적 생생하게 떠오르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인지, 혹은 삶을 되돌아보려는 무의식적인 흐름인지 궁금하게 여겨왔다.
그러던 중 문득, 고은층이란 결국 '더 쉽고 편한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깨달음을 정리하고자 "고은층의 삶은 앞보다 뒤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2) "고장 난 벽시계" 노래가사/ 나훈아. 2018.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 번 사랑 땜에 울고 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청춘아 너는 어찌 모른 척하고 있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네가 더욱 무정하더라
뜬구름 쫓아가다 돌아 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