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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와 중심을 상징하는 숫자 '5'에 대한 논의 308

lsk 2025. 6.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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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와 중심을 상징하는 숫자 '5'에 대한 논의"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ㆍ행정학박사


숫자 '5'는 조화와 중심을 상징한다


숫자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삶의 질서와 우주의 원리를 담아내는 상징성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5’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별한 함의와 중심적 가치를 지닌 수로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몸, 세계의 방향, 자연의 원리, 종교의 상징, 문명의 질서에 이르기까지 ‘5’는 균형과 조화의 수로 기능해 왔다.
이 글에서는 숫자 '5'가 가진 의미와 중요성을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고찰하면서, 음양오행, 오방색, 성경, 고사성어, 속담, 위인 명언 등의 다양한 문화적 사례를 통해 ‘5(五)’가 전하는 상징적 의미를 논의하고 있다.

숫자 '5'는 동양사상의 오행(五行)과 오방(五方), 그리고 오덕(五德)의 중심축이다

동양철학에서 ‘5’는 우주와 인간을 잇는 조화의 수로 자리한다. ‘오행(五行)’이라 불리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 원리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요소가 아니라, 생성과 변화,그리고 소멸을 설명하는 철학 체계로 발전하였다. 또한 오행은 인간의 내면인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과 연결되고, 간, 심, 비, 폐, 신의 다섯 장기(五臟)와도 대응한다.
이와 함께 오방색(五方色)은 동양 전통문화의 시각적 표현체계로, 동(靑), 서(白), 남(赤), 북(黑), 중앙(黃)을 통해 방위와 색의 상응 관계를 나타낸다. 예컨대 국기, 한복, 절기 음식, 의례복 등에 쓰이는 오방색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하늘과 땅, 사람과 삶을 엮는 상징언어이다.
조선 유학자 정약용 선생은 "인간은 오상(五常)을 갖추고 있어야 성인이 된다"라고 하며, ‘5’의 윤리적 의미를 강조하였다. 인간이 자연의 이치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동양적 인간학의 정수가 숫자 '5(오)’에 담겨 있다.

성경과 종교 속 숫자 ‘5’는 서양문명을 상징한다

서양의 성경 속에서도 ‘5’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완전성과 은혜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십계명’을 주시는데, 이는 두 개의 돌판에 각기 5개씩 나뉘어 기록된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첫 5 계명은 하나님과의 관계, 후반 5 계명은 인간과의 관계를 다룬다.
"신약성경"에서는 예수가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으로 5천 명을 먹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다섯 개의 떡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풍성한 자비와 보살핌을 상징하며, 작은 것으로 큰 일을 이루는 은혜’의 상징이 된다.
또한, 기독교 전통에서 ‘5대 신학 원리(Sola)’ 즉,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도 ‘5’라는 수가 신앙의 기초 원리를 구성함을 보여준다.
숫자 ‘5’는 서양에서도 불완전한 인간이 신의 완전성에 다가가기 위한 단계로 해석되며, 중재와 질서의 힘을 상징한다.

숫자 '5'는 인간과 사회의 구조를 설명하는 요소로 사용된다

인간의 신체 구조 또한 ‘5’의 질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다섯 손가락, 다섯 발가락, 다섯 감각(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다섯 장기(오장육부) 등은 생명의 기본 단위가 ‘5’의 리듬 안에 배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손가락이 다섯 개인 이유는 기능적 효율성도 있지만, 하나의 중심(엄지)을 중심으로 네 방향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한다.
사회적으로는 세계의 지리에서도 다섯 대륙(아시아·유럽·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으로 구분되며, 올림픽 오륜기는 이 다섯 대륙의 평화를 상징한다. 또한 '오대양 육대주(五大洋六大洲)'에서도 지구상의 바다와 대륙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오대양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를, 육대주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구분), 오세아니아를 의미한다.  
‘5’는 인간 개인에서부터 세계 공동체까지 포괄하는 균형의 구조로 작동하며, 중심이 있는 다원성의 조화를 보여준다.

사자성어와 속담 속의 숫자 '5'는 언어와 삶의 지혜를  상징한다

‘5’를 담은 사자성어와 속담에서도 이 숫자가 전하는 교훈을 엿볼 수 있다. ‘오상지덕(五常之德)’은 인·의·예·지·신을 가리키며, 인간됨의 기본을 강조하는 유교의 핵심 가치다.
또한 ‘오리무중(五里霧中)’은 상황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 난감한 상태를 말하며, 여기서 ‘5리’는 막연한 거리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숫자 5는 이처럼 구체적 수량을 넘어서 추상적 심리 상태까지 언어로 형상화시키는 도구가 된다.

숫자 ‘5’는 위인들의 말속에도 중요한 통찰로 스며들어 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언어에서도 ‘5’의 통찰은 자주 등장한다. 공자는 “오 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이라 하여, 인간이 마흔에는 미혹하지 않고, 쉰 살에는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하였다. 여기서 ‘5’는 인생의 전환점이자 깨달음의 나이를 상징한다.
현대에 와서도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 욕구단계(a hierarchy of human needs)를 ‘5단계 이론’으로 제시하며, 생리적 욕구에서 자아실현에 이르기까지 인간 성장의 질서를 체계화하였다. 이처럼 ‘5’는 인간 삶의 균형점이자 체계적 사고의 틀로서 유용하게 작동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숫자 '5'의 의미는 조화로운 삶의 지도이다

숫자 '5'는 단순한 수량을 넘어 삶의 조화와 질서를 안내하는 철학적 이정표이다. 동양에서는 오행과 오방으로 우주의 원리를 담아내고, 서양에서는 성경과 인체를 통해 신과 삶의 연결고리를 상징한다. 감각과 손가락, 대륙과 장기처럼 인간의 구조 자체도 ‘5’의 설계 안에 있으며,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5(五)'는 조화와 중심, 그리고 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5’를 중심에 두는 삶은 균형 있는 사고와 실천을 지향한다. 다섯 방향을 보되 중심을 잃지 않고, 다섯 감각을 열되 무분별하지 않으며, 다섯 가지 가치와 덕목을 실천하려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모범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삶의 다양한 장면 속에서 ‘5(五)’의 철학을 되새기며, 조화롭고 품격 있는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추가 학습자료 소개
1) 주역의 역경과 오행사상
2) 성경 구약 출애굽기와 신약 마태복음
3) 공자 논어 및 유교경전 오상(五常)과 오덕(五德)
4) A. Maslow, "A Theory of Human Motivation (1943)."

그림/ 김미예. 오방색.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