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별내린 전망대 인근 배릿내에서의 쑥 채취와 인생 교훈 305

"서귀포 별내린 전망대 인근 배릿내에서의 쑥 채취와 인생 교훈"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ㆍ행정학박사
쑥의 전설과 비유, 그리고 필자의 쑥 애호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려고 먹었다는 전설 속 쑥은 단순한 약초를 넘어 인내와 변화의 상징으로 널리회자되어 왔다. 오래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느 봄날, 배앓이로 고생하던 내게 누나는 삼베 주머니에 봄 쑥을 넣고 방망이로 두드려 쑥물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 쓰디쓴 쑥물이 마법처럼 배앓이를 씻어내듯 낫게 해주었다. 그때부터 쑥은 몸과 마음을 치료해주는 귀한 벗이 되었다. ‘쑥맥’이라는 말처럼 사람됨의 깊이를 비유할 때도 자주 쓰이고, 한방에서는 뜸 치료에 활용되며 기혈을 돌보고 건강을 돕는다.
팔공산 전원생활 시절부터 쑥을 직접 길러왔고,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로 이주한 후에도 아침과 점심에 쑥떡을 주식처럼 먹으며 속이 편안하고 배변이 원활해지는 효능을 경험하며 지내고 있다. 팔공산 텃밭에서는 자연스레 자란 쑥을 즙으로 만들어 먹기도 했고, 대구 집 옥상에서는 자연산 쑥을 화분에 심어보기도 했으나 생육 환경이 맞지 않아 실패한 경험도 있다.
서귀포 '별내린 전망대' 인근 배릿내에서의 쑥 채취 도전에 나서다
서귀포 별내린 전망대 인근 배릿내는 해풍과 깨끗한 쑥이 자라는 곳이다. 단오 전에 채취해야 약효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단오가 지난 뒤에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래도 바닷바람에 단련된 쑥의 기운이 나를 부르듯이, 서귀삼연의 현** 선생께 낫을 빌려 채취에 나섰다. 청도 화산 저수지 상류에서 김** 부시장과 낫으로 쑥을 베어 박스에 담던 추억이 떠올랐다. 길을 걷다 발견한 네잎 클로버는 오늘 하루의 행운을 약속하는 듯했지만, 배릿내에서의 쑥 채취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더니 낫질이 서툴러 손가락이 베였다. 안전사고의 위험을 온몸으로 느끼며, 무엇이든 경솔하게 덤비면 안 된다는 경거망동의 교훈이 찾아왔다. 결국 인생의 모든 일은 평상심과 신중함을 가지고 안전하게 임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불행 중 다행이다"와 '긍정 마인드'의 깨달음이다
비록 낫질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깊지 않은 상처였기에 금세 지혈할 수 있었다. 손가락을 다치고 나니 채취는 잠시 중단되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배릿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바람소리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뜻하지 않은 불행 속에서도 배움의 기회가 숨어 있음을 깨달았다. 어려움은 성장을 위한 선물일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인드는 삶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쑥 채취에서 얻은 배움은 '인생의 선후와 대가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쑥 채취는 단순히 풀을 베어 담는 일이 아니라, 피와 땀을 흘리며 허리를 굽히는 노동이었다. 작은 쑥 한 포기에도 반드시 선후가 존재했고, 정당한 노력과 대가를 치른 뒤에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으며, 세상만사가 그렇듯 순서와 절차가 따르며, 희생이 있어야 결과가 따라온다는 이치를 몸으로 실감한 시간이었다. 한 포기의 쑥에도 희생이 깃들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효능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고은층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은 평상심과 겸손이다
서귀포 별내린 전망대 인근 배릿내에서의 쑥 채취 경험은 결국 일상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며 매사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인생의 법칙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무엇이든 급하게 달려들면 실패하기 쉽고, 겸손하게 배우며 천천히 다가가는 태도가 중요함을 절감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온 지금, 인생의 황혼길을 걷는 고은층에게도 마지막 덕목은 바로 ‘겸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서재 벽에 걸린 ‘만초손겸수익(滿招損謙受益)'에서 늘 겸손히 배우고 자신을 낮추며 자연과 신,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가치임을 느낀다. 오늘도 새벽녘 새날을 맞으며, 쑥의 향기와 함께 겸손한 자세로 하루를 시작한다.
고은층이 걸어가야 할 아름다운 길은 치유와 즐거움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치유다. 고은층이 좋아하는 일을 기쁘게 즐기면서 한다면, 그것이 생산적인 일이 되어 마음과 신체의 건강을 돌보고 결국에는 치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고 싶은 일을 기쁘게 하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성취와 행복을 얻는 삶이야말로 고은층이 걸어가야 할 아름다운 길이다.
참고자료
1) 단군 신화에서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전설은 고조선 '건국신화'의 핵심 내용이다. "곰은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으로 변해 웅녀가 되었고, 호랑이는 실패해 여전히 호랑이로 남았다"고 전한다.
2) '쑥맥'은 바른 표현이 아니며, 올바른 표현은 '숙맥(菽麥)'이다. '숙맥'은 '콩과 보리'를 뜻하는 한자어로서, 사리 분별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고사성어인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준말이다. '숙맥불변'은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콩과 보리처럼 사소한 차이조차 구별하지 못하여 사리 분별을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3) ‘선무당 사람 잡는다’의 의미는 미숙한 사람이 잘난 척하다가 일을 망친다는 뜻이다.
4) ‘피땀 흘리다’는 고생하며 노력함을 표현하며, ‘피와 땀’의 순서는 주로 희생(피)과 노력(땀)의 순차적 연결을 강조한다.
5) ‘만초손겸수익" (滿招損謙受益)'은 "물이 가득 차면 손해를 겪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뜻으로, 교만하면 손해를 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는 "서경(書經)" '대우모편(大禹謨篇)'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