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한 여자는 없다: 부부의 말 한마디가 행복을 좌우한다 304

“이만한 여자는 없다: 부부의 말 한마디가 행복을 좌우한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이만한 여자는 없다”의 의미와 유형
“이만한 여자는 없다”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만한’이라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하나는 ‘그저 그런 평범함’, 다른 하나는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다. 즉, 이 표현은 평범형과 긍정형으로 나눌 수 있고, 때로는 반어적으로 ‘이렇게 나쁜 여자도 없다’는 부정형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는 반세기를 함께 살아온 부부의 인연 속에서 배우자에게 전하는 긍정과 감사의 메시지다.
배우자와 함께 걸어온 반세기의 인생길
결혼 45년 차에 접어든 필자는 지금의 배우자와 거의 반백 년을 함께 걸어왔다. 부부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가장 먼 존재이기도 하다. 팔공산 자락의 전원생활 시절, 이웃과 배우자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사소한 일로 다투고 속상해하는 이웃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배우자를 바꿔서 새로운 사람과 처음부터 맞춰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맞부딪혀도 된다. 그러나 그럴 자신이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회복해야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결국 “이만한 여자는 없다”는 말은 현실적인 격려이자, 배우자에게 전하는 따뜻한 사랑의 표현이다.
일상의 관계를 지키는 지혜는 긍정의 언어이다
서귀포에서의 어느 날, 가족과 식사하며 나는 말했다.
“우리가 반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서로에게 ‘이만한 남자는 없고, 이만한 여자는 더욱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그것이 인생 후반기를 무리 없이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그런데 가족은 이 말을 다르게 해석했다. 마치 내가 배우자를 낮게 평가하는 것처럼 느낀 것이다. 이 작은 오해에서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부부 관계는 결국 대화와 언어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일심동체(一心同體)’라지만,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 했듯 남편과 아내는 분명히 다른 존재다. 말 한마디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도 하고, 불행을 부르기도 한다.
언어의 지혜에 대한 고사와 명언, 그리고 성경구절이 전하는 메시지
중국 고전 "한서"에는 “부부는 일심동체이나 언어는 따로따로다(夫婦一心而言各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마음이 하나라도 말로 표현되는 순간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 있음을 일깨운다.
또한 "잠언" 15장 1절은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일으키느니라”라는 가르침을 준다. 한마디의 말이 배우자의 마음에 칼이 되기도 하고, 방패가 되기도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넓게 보고 깊이 꿰뚫어라. 그대의 세계는 더 커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상대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것을 강조했다. 언어는 관계를 살리고, 동시에 깨뜨릴 수 있는 열쇠임을 기억해야 한다.
고은층 남편의 숙제는 행복을 만드는 말 한마디다
우리 고은층 남편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말의 힘’이다. 배우자에게 “이만한 여자는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불평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담은 최고의 찬사다. 배우자 역시 “이만한 남자도 없다”고 말할 때, 서로의 행복지수는 분명 높아진다.
이 말은 부부 관계를 넘어 가족 관계와 자녀 관계로도 확장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만한 자녀는 없다”고 긍정하며 칭찬한다면,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힘입어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결국 부부의 언어는 가족의 언어이고, 가족의 언어는 곧 행복의 언어다.
이제 우리 고은층 남편들이 먼저 솔선수범할 때다. ‘이만한 여자는 없다’는 말에 진심과 존중을 담아 배우자에게 전하고, 그 언어로 가정의 평화를 지켜나가자. 그럴 때 우리는 인생 후반기를 더욱 아름답고 감사와 행복으로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