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초를 다시 묻는 인생사색1: '개념을 알고 산다’는 것의 재논의 388

"생각의 기초를 다시 묻는 인생사색1: ‘개념을 알고 산다’는 것의 재논의 주 1)"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개념을 아는 삶이 왜 중요한가? 생각의 기초를 세우는 첫 출발점
우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말과 판단, 혹은 누군가를 바라보며 내리는 단순한 평가까지도 모두 보이지 않는 ‘개념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개념이라는 단어는 익숙해 보이지만, 정작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깊이 따져 묻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결국 개념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개념을 바르게 안다는 일은 곧 생각의 기초를 다지고 삶의 표준을 세우는 본질적 작업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에는 드러난 모습 뒤에 반드시 ‘왜 존재하는가’라는 이유와 의미가 있다. 그 배경에는 역사적 맥락과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식의 위계가 놓여 있다. 이 위계를 읽어내는 도구가 개념이다. 개념이 단단히 서 있을 때 인간은 혼란과 편견 없이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과 관계를 해석하는 기준 또한 흔들리지 않는다.
개념은 구체적 현실에서 관찰되는 수많은 속성과 사실을 귀납과 수렴, 그리고 추상화의 과정을 거쳐 정리해 낸 상징적 언어이다. 개념은 현상의 핵심만을 정제해 사고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지적 행위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개념을 아는 삶은 단지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뿌리를 갖고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존재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개념은 사고를 확장시키는 방식이고, 인식 구조를 만드는 상징적 언어
개념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관찰된 사실을 분류하고, 공통 속성을 추출하며, 차이를 구분하여 의미를 하나로 묶어가는 과정에서 개념이 만들어진다. 이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끝없는 비교와 분석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고의 흐름이다.
이렇게 형성된 개념은 다시 다른 개념과 연결되며, 더 넓은 의미의 ‘개념 구조’를 형성한다. 개념 구조는 곧 이론적 틀이 되고, 그 틀을 통해 현상은 더욱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된다. 학문의 발전도 결국 새로운 개념의 탄생에서 시작된다.
개념이 가진 추상성, 상징성, 다의성, 위계성, 일반성, 가치중립성은 인간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 필수적이다. 개념은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되 그 본질을 잃지 않게 하고,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가 공유하는 판단의 기준을 제공한다.
따라서 개념을 세운다는 것은 사유의 깊이를 확장하고 정신적 구조물의 토대를 쌓는 행위이다. 우리 각자에게는 올바른 개념의 여부에 따라 판단의 명확성, 해석의 객관성, 행동의 일관성이 결정된다.
인간은 왜 개념을 필요로 하는가? 성찰하고 배우는 존재의 기본조건
인간은 본래 성찰하는 존재다. 눈앞의 현상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칸트가 말한 ‘성찰적 이성’은 인간이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고 삶을 규정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밝힌다.
프로타고라스가 말한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는 말은 인간이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뜻이며, 이 기준이 바로 개념이다. 인간이 개념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이 존재의 의미를 구성하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공자의 가르침 또한 개념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주 2)
ㆍ나면서 아는 사람
ㆍ배워서 아는 사람
ㆍ곤경에 처해 배움을 얻는 사람
이 세 부류의 차이는 단지 지적 능력이 아니라 배움의 태도를 드러낸다. 개념을 세운다는 일이 곧 인간다운 삶의 기본을 닦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우리 주변에서도 개념의 중요성은 명확히 드러난다.
“개념이 없다.”
“개념도 모르고 말한다.”
이 표현들은 개념이 일상의 판단과 관계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개념을 모르면 흔들리고, 개념을 알면 바로 선다. 그래서 개념은 학문적 용어 이전에 삶의 기준이다.
개념은 한 사람의 품격을 만든다. 내면의 중심축이 갖는 힘
개념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판단은 흔들리고 의견은 갈팡질팡하며 행동은 방향을 잃는다. 반대로, 개념이 선 사람은 말에 무게가 있고 판단에는 근거가 있으며 행동에는 일관성이 있다. 이는 곧 한 사람의 품격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의 말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지식 부족보다 ‘개념의 부재’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개념을 가진 사람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명확하고, 대화의 깊이와 사고의 범위가 다르다.
필자 또한 인생의 여러 시절을 지나며 ‘개념의 부재 때문에 선택이 흔들렸던 순간들’과 ‘개념을 세운 뒤 세상이 명확히 보였던 순간들’을 경험하였다. 그래서 개념은 글쓰기의 주제가 아니라, 인생을 다시 세우는 마음의 기초가 된다.
필자의 ‘개념 사색’ 아홉 주제, 삶을 붙드는 기준들
필자는 '티스토리 블로그'와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 1(2023)"에 아홉 편의 ‘개념 사색’을 정리한 바 있다. 이는 학술 논문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사색적 기록이며, 일상을 이루는 기본 개념을 다시 세우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아홉 가지 주제는 다음의 칼럼글들로 소개되고 있다.
ㆍ개념과 상식이 있는 삶
ㆍ개념 사용의 일상성에 대한 논의
ㆍ원칙과 기준에 대한 논의
ㆍ사회적 역할 기대와 존재감의 관리
ㆍ진정성의 조건들
ㆍ자기중심적 사고와 세상 중심적 사고
ㆍ일상에서 만나면 좋은 사람
ㆍ회복이 중요한 이유
ㆍ협상의 기본 원칙
이를 종합하면 하나의 중심축이 드러난다. 이것은 곧 ‘인생에서 반드시 붙들어야 할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또한 필자의 학문적 실사구시 경험이 녹아 있는 실천적 사유의 집합이다.
오늘의 이 글은 이 아홉 편을 관통하는 중심 개념인 ‘개념’을 다시 성찰하며, 그것이 왜 삶의 기초가 되어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재정리한 글이다.
개념을 바로 세우는 일은 곧 삶을 바로 세우는 일
개념을 알면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행동이 분명해지며, 행동이 분명해지면 삶은 흔들리지 않는다. 개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생의 기둥이며, 혼란스러운 시대에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정신의 중심축이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보가 많다고 삶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념이 바로 서 있을 때 비로소 정보는 지식이 되고, 지식은 지혜로 확장된다.
따라서 개념을 세운다는 것은 삶을 재정비하는 일이며, 혼란을 줄이고 행동을 단단하게 만드는 내적 수양의 과정이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개념을 알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각자의 삶을 더 단단하게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 1) 이 글은 필자가 운영하는 티스토리 블로그인 'lsk 2023. 2. 23. 개념을 알고 살자 124'에 실린 글과 이성근. "개념을 알고 살자".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1(교보 퍼플. 2025. 10. 5/개정판)"에 실린 글을 확장하여 재작성한 글임.
주 2) 공자는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다음이고, 곤경에 처해서 배우는 사람은 또 그다음이며, 곤경에 처해도 배우지 않으면 하급이 된다(孔子曰 生而知之者上也, 學而知之者次也, 困而學之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라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