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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에서 마주한 인생의 교훈: 젊은 부부에게 전한 네 글자의 지혜"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우리는 인생의 길목마다 뜻밖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교훈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말을 건네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오늘 제주공항 롯데리아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내게 그러한 시간이었다. 대구로 향하는 길목에서, 30대 초반의 부부와 함께 잠시 테이블을 나누게 되었고, 그들은 제주에서의 3박 4일 여행을 마치고 울산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짧게 나눈 대화 속에서 알게 된 그들의 삶은 근실하고 성실해 보였다. 아내는 지방의 한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 근무하다 출산을 앞두고 육아휴직 중이었고, 남편은 케미컬 분야 대기업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훈훈한 미소와 겸손한 태도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지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자리를  정리하던 그들이 문득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희처럼 30대 초반의 부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생 교훈 하나만 말씀해 주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혹스러웠지만, 동시에 이 질문이 그들의 진지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자주 주례사에서 사용하던 ‘B.E.S.T.’ 네 글자 교훈을 소개했다. 이 네 글자는 단순한 영어 알파벳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가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삶의 태도를 담고 있다.

첫째, B는 Blessing이다. 부부는 서로에게 축복이 되어야 한다. 단지 결혼한 존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가 상대에게 위로가 되고 은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우자를 인생의 짐이 아닌 선물로 바라보는 마음, 그 자세가 가정의 평화를 만든다.

둘째, E는 Edifying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세워주는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 삶이 고단하고 때로는 지쳐갈 때, 따뜻한 한마디가 상대의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다. 부부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가 될 때, 가정은 그 어떤 공동체보다 따뜻한 둥지가 된다.

셋째, S는 Sharing이다. 무엇이든 함께 나누는 삶, 그것이 부부의 기본이다. 요즘처럼 각자도생의 문화가 퍼진 시대에는 부부도 이기적으로 자신의 역할만 수행하는 데 그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부부는 육아도, 경제도, 감정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공유는 협력의 시작이며, 그 안에서 이해와 존중이 자란다.

넷째, T는 Touch이다. 사랑은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손을 잡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는 그 ‘접촉’이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마음속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은 손끝과 눈빛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표현으로 살아 움직인다.

이 설명을 마치자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 되었음에도 “E는 뭐라고 하셨나요?”, “T가 무엇인가요?”라고 되물었다. 그 질문에서 나는 그들로부터 진지한 태도와 배움의 겸손함을 읽을 수 있었고, 그 순간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 가정이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고은층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짧은 만남에서 오히려 큰 울림을 받았다.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남길 수 있었다는 기쁨, 그리고 젊은 세대가 여전히 관계의 본질과 삶의 지혜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오늘의 대화는 단지 롯데리아에서의 스침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대를 잇는 소통이었고, 삶의 지혜가 조용히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 부부는 울산으로, 나는 대구로 향하지만, 서로의 기억 속에 남을 짧고도 깊은 인연이었다. 나는 오늘도 그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길, 그들의 가정이 BEST한 삶을 이루어가기를 조용히 기도한다. 그리고 내게도 그러한 만남을 허락한 시간에 감사한다. 인생이란 결국, 이러한 순간들이 모여 의미가 되는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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