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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성취를 이끈 다섯 가지 마음: 칠십 평생의 회고와 고은층의 삶의 지혜"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칠십 평생의 여정에서 되돌아본 성공의 의미


인생은 수많은 선택과 도전, 만남과 헤어짐, 성취와 좌절이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젊은 시절에는 미래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면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자신이 걸어온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오늘 아침 필자는 칠십 중반에 이른 인생 여정을 문득 되돌아보았다. 먼저 대학 교수로서 학문과 교육에 몸담았던 38년의 세월, 대학과 여러 조직에서 맡았던 역할, 그리고  지역발전과 국가정책에 참여했던 공적 활동이 생각났다. 이어서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온 일상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가운데에는 보람과 기쁨도 있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일과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던 순간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무엇이 필자로 하여금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 오늘에 이르게 하였을까? 단순히 능력이나, 운이나 주변 환경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탕에는 어려움을 이겨 내고 사람들과 함께 일을 이루어 가게 했던 마음의 힘이 있었다.

필자는 그 마음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는 정심(定心), 둘째는 종심(綜心)과 협심(協心), 셋째는 진심(眞心)과 성심(誠心), 넷째는 초심(初心)과 열심(熱心), 다섯째는 뒷심과 전심(全心)이다. 다섯 갈래로 묶은 아홉 가지 마음은 지난 삶의 경험에서 얻은 성찰이자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는 고은층에게도 필요한 실천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정심(定心)은 용기와 평정으로 삶의 중심을 잡는 마음

첫 번째는 정심(定心)이다. 정심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자세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와 위기 앞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평정심이 함께 작용한다. 용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라면 평정심은 그 방향을 바르게 잡아 주는 힘이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른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또한 책임 있는 위치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두려움만 앞세우면 기회를 놓치기 쉽고, 지나친 자신감으로 서두르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따라서 용감하게 도전하되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단하되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 역시 학문과 교육, 지역개발과 공공정책의 현장에서 여러 선택과 결단의 순간을 경험하였다. 모든 판단이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마음을 가다듬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용기와 평정이 서로 대립하는 마음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고은층의 삶에서도 정심은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 변화와 사회적 역할의 축소, 익숙했던 생활환경의 변화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조급해하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설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심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게 하는 내면의 힘이다.

종심(綜心)과 협심(協心)은 지혜를 모으고 사람들과 함께 뜻을 이루는 마음

두 번째는 종심과 협심이다. 필자가 말하는 종심(綜心)은 여러 요소와 서로 다른 관점을 종합하고 정합성을 높여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마음이다. 여기에서 종합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 자원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정합은 그 요소들 사이의 모순과 충돌을 줄여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통합적 사고의 자세이다.

현실의 문제는 어느 한 분야의 지식이나 개인의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개발과 행정, 조직 운영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전문지식, 제도와 자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별 요소의 우수성 못지않게 전체의 조화와 연결이 중요하다. 필자가 오랫동안 학문과 정책 현장에서 경험한 것도 부분을 이해하는 능력과 함께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협심(協心)은 이러한 종합적 사고를 공동의 실천으로 이어 주는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람들의 이해와 참여, 협력과 협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능력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며 공동의 목적을 향해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은 조직과 공동체의 성취로 확장된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참여했던 여러 공적 활동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함께 연구하고 토론했던 동료와 제자들, 현장에서 실천을 담당했던 관계자들, 그리고 묵묵히 지원해 준 많은 사람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고은층에게도 종심과 협심은 필요하다. 오랜 경험과 지혜를 종합하여 후세대와 나누고, 이웃과 공동체의 일에 참여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 후반기의 성취는 혼자 이루는 결과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가치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진심(眞心)과 성심(誠心)은 참된  마음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하는 삶

세 번째는 진심과 성심이다. 진심(眞心)은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참된 마음이다. 성심(誠心)은 그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이 맡은 일과 사람을 대하는 데 정성을 다하는 자세이다. 진심이 마음의 바탕과 동기에 관한 것이라면 성심은 그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실천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과 성취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만을 좇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사람 사이의 신뢰를 잃기 쉽다. 진심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진실성을 부여하고, 성심은 그 진실성이 일회적인 표현에 머물지 않도록 뒷받침한다. 결국 진심과 성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을 쌓고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 가게 하는 바탕이다.

필자는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를 수행하며 여러 사회적 역할을 맡아 왔다.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도 중요했지만, 맡은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가가 신뢰와 성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심은 그 믿음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

고은층의 삶에서 진심과 성심은 더욱 소중하다. 은퇴 이후에는 인간적 신뢰와 관계의 깊이가 삶의 품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대할 때도, 오랜 친구와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작은 일을 실천할 때도 진심과 정성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인생 후반기에 남겨야 할 것은 화려한 경력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따뜻한 진심과 정성일 것이다.

초심(初心)과 열심(熱心)은 처음의 뜻을 지키며 꾸준히 삶을 가꾸는 마음

네 번째는 초심과 열심이다. 초심(初心)은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뜻과 마음이다.  열심(熱心)은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이다. 초심이 삶의 방향을 정하는 출발점이라면 열심은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다.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과 그 마음을 행동으로 이어 가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대체로 희망과 의욕을 품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어려움이 쌓이면 처음의 뜻이 흐려지거나 열정이 식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초지일관의 정신과 근면하고 성실한 실천이다. 다만 초심을 지킨다는 것이 처음의 방법이나 생각을 끝까지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방법은 새롭게 조정하되 처음 품었던 가치와 목적은 잃지 않는 것이 참된 초심의 자세이다.

필자의 삶에서도 학문과 교육에 대한 초심은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1980년 대학 교수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18년 정년퇴임에 이르기까지 38년 동안 교육과 연구, 사회적 실천을 이어 왔다. 그 세월에는 새로운 도전과 보람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어려운 과제도 있었다. 그럼에도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이 긴 여정을 지탱해 주었다.

오늘날 필자가 이어 가는 글쓰기와 독서, 산책과 파크골프, 협업영농 역시 초심과 열심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인생 후반기의 열심은 젊은 시절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열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건강과 생활의 리듬을 살피면서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지속 가능한 열심이 필요하다. 이는 조급함 없이 여유롭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고은층의 유유자작(悠悠自作)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뒷심과 전심(全心)은 끝까지 견디고 온 마음을 다해 완성하는 힘

다섯 번째는 뒷심과 전심이다. 뒷심은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며 일을 마무리하는 힘이다. 전심(全心)은 전심전력의 자세로 온 마음과 힘을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뒷심이 지속성과 완수의 힘이라면 전심은 집중과 몰입의 힘이다. 두 마음이 함께할 때 시작한 일을 끝까지 책임 있게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생의 많은 일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어렵다. 처음에는 의욕과 기대가 넘치지만 시간이 흐르면 피로와 장애가 쌓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난다. 이때 성취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순간적인 열정보다 끝까지 견뎌 내는 지속적인 힘일 때가 많다. 그러나 뒷심은 무조건 참고 버티는 고집과는 다르다. 상황에 따라 방법을 바꾸고 때로는 잠시 쉬어 가더라도 자신의 책무와 목표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자세가 참된 뒷심이다.

필자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연구과제와 정책사업, 조직 운영과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면서 마무리의 중요성을 경험하였다. 좋은 구상과 계획도 실천의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문제를 다시 살피고 관계자들과 협의하며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시작하는 용기 못지않게 끝맺는 책임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고은층의 삶에서도 뒷심과 전심은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인생 후반기는 단순히 남은 시간을 보내는 시기가 아니다.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정리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시기이다. 다만 자신의 능력과 건강을 고려하여 중요한 일에 마음을 집중하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삶의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가고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지나온 인생의 의미도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맺음말
다섯 가지 마음으로 가꾸는 고은층의 인생 후반기


칠십 평생의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필자가 깨달은 것은 인생의 성공이 어느 한 가지 능력이나 조건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용기와 평정으로 중심을 잡는 정심,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하는 종심과 협심은 삶의 성취를 이끄는 바탕이 된다. 여기에 진실과 정성을 다하는 진심과 성심, 처음의 뜻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하는 초심과 열심이 더해져야 한다. 나아가 끝까지 견디는 뒷심과 온 마음을 다하는 전심이 서로 어우러질 때 삶의 성취는 더욱 견실해진다.
이 다섯 가지 마음은 각각의 역할을 지니면서도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정심이 삶의 중심을 잡아 준다면 종심과 협심은 지혜와 사람을 연결한다. 진심과 성심은 그 과정에 신뢰를 더하고, 초심과 열심은 지속적인 실천을 이끈다. 마지막으로 뒷심과 전심은 시작한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마음들이 조화를 이룰 때 개인의 성취는 자신만의 결과를 넘어 타인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 이르러서는 성공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젊은 시절의 성공은 도전과 경쟁, 성장과 성취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고은층의 성공은 성찰과 균형, 관계와 나눔, 그리고 삶의 의미와 품격을 가꾸는 데 더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이루었는가 보다 자신이 이룬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며 누구와 나누는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필자가 지향하는 고은층의 유유자작 정신 역시 이러한 삶의 자세와 연결된다. 유유(悠悠)는 여유와 평정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균형을 가꾸는 태도이며, 자작(自作)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실천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자세이다. 지나온 삶에서 얻은 다섯 가지 마음을 인생 후반기의 여건에 맞게 새롭게 실천하는 것이 곧 유유자작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자에게 성공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더 많은 것을 이루는 일이 아니다. 지난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오늘의 일상을 성실하게 가꾸며, 가족과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한 삶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지혜로 바꾸고 그 지혜를 다음 세대와 공동체에 돌려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값진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다섯 가지 마음은 필자의 지난 삶을 이끌어 온 힘이었고, 앞으로도 지켜 나가야 할 삶의 지침이다. 인생의 전반기가 이 마음들로 성취를 이루는 시간이었다면, 후반기는 그 성취를 성찰하고 나누며 삶의 품격으로 완성해 가는 시간이다. 이것이 칠십 중반에 이른 필자가 생각하는 고은층의 성공이며, 유유자작하는 삶의 또 다른 의미이다.

사진해설: 사진 1은 대학 정년퇴임 시 수훈한 황조근정훈장이고, 사진 2는 대학 정년퇴임 기념식 모습이다. 사진 3은 대통령 직속·소속 자문위원회 위원 위촉장 수여식 장면이고, 사진 4는 청와대에서 4대 강 사업 자문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청와대 중정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사진 5는 대구경북연구원장 취임식 기념사진이고, 사진 6은 학교법인 순총학원 이사장 재임 당시 순복음총회신학대학 유영희 총장 취임식 모습이며, 사진 7은 이성근 교수를 생각하다: 221명의 소중한 지인으로부터 읽는 이성근 교수의  회상록 사진이다.
사진 8은 한라산 등정 기념사진이고, 사진 9는 서귀포 칠십리파크골프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며, 사진 10은 제주 한림읍 금능리 근석농장에서 농사일에 열중하는 농부 이성근의 모습이다.
정년 이후, 사진 11은 제주연구원 특강 모습이고, 사진 12는 한국지역정책학회 학술대회 행사이다. 사진 13은 ** *** 민관군 갈등조정협의체 회의 모습이고, 사진 14는 *** 도시계획위원회 기념 촬영이며, 사진 15는 필자가 설치한 연구원의 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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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평생을 돌아본 성공의 다섯 가지 마음"

이성근


하나는 용기와 평정으로 중심을 잡는 정심(定心)이고
둘은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하는 종심(綜心)과 협심(協心)이다
셋은 참된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진심(眞心)과 성심(誠心)이고
넷은 처음 뜻을 지키며 열정을 쏟는 초심(初心)과 열심(熱心)이며
다섯은 끝까지 버티며 온 힘을 다하는 뒷심과 전심(全心)이었다

[글·사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오늘 아침 문득 칠십 중반에 이른 필자의 인생 여정을 되돌아보았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하고 도전하며 때로는 어려움을 견뎌 온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무엇이 그 긴 여정을 헤쳐 나가게 했으며, 삶의 크고 작은 성취를 가능하게 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필자는 다섯 가지 마음에서 찾았다. 용기와 평정의 정심, 종합과 협력의 종심과 협심, 진실과 정성의 진심과 성심, 뜻과 열정의 초심과 열심, 그리고 인내와 집중의 뒷심과 전심이다. 다섯 갈래로 묶은 아홉 가지 마음은 지난 삶을 지탱해 온 힘이자 앞으로도 지켜 나가야 할 삶의 자세이다.

돌이켜보면 성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 내고, 사람들과 함께 뜻을 이루며, 마지막까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 내는 것이 성공이다. 이러한 생각을 고은층(高恩層)의 시선으로 정리하여 한 편의 디카시에 담아 보았다.




사진해설: 사진 1은 창녕 화왕산의 전경이고, 사진 2, 3은 제주 올레 7코스의 아름다운 풍경이며, 사진 4는 포항 내연산 산행 중 촬영한 필자 부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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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층의 ‘그럼에도’ 정신과 삶의 오행지도(五行之道): 듣고, 참고, 나누고, 걷고, 배우는 삶"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인생 후반기, ‘그럼에도’ 살아가는 지혜


인생의 전반기가 무엇을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라면, 후반기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깊이 성찰하는 시기이다. 젊은 날에는 미래를 향한 도전과 성취가 삶의 중심이었다면, 나이가 들수록 자신과 이웃, 그리고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다가온다. 삶의 무게중심이 성취에서 의미로, 소유에서 나눔으로, 경쟁에서 공존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의 현실이 언제나 평온한 것은 아니다. 신체적 기능의 변화와 사회적 역할의 축소, 익숙했던 인간관계의 변화는 새로운 적응을 요구한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활동의 범위가 좁아지고, 오랫동안 지켜 온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도 찾아온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필요한 것은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마음보다 변화한 현실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자세이다.

필자는 이러한 인생 후반기의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고은층(高恩層)이라 부른다. 고은층은 단순히 연령으로 구분되는 노년층이 아니다. 살아온 세월의 은혜를 기억하고, 축적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자신과 이웃, 사회에 의미 있는 삶을 이어 가려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고은층의 가치는 과거의 지위나 업적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태도와 실천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생각을 담아 필자는 최근 "고은층의 ‘그럼에도’ 삶"이라는 디카시를 썼다. 그 핵심은 ‘들어야 한다, 참아야 한다, 나누어야 한다, 걸어야 한다, 배워야 한다’라는 다섯 가지 다짐이다. 필자는 이를 인생 후반기의 다섯 가지 실천의 길, 곧 ‘고은의 오행지도(五行之道)’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여기서 오행은 전통적인 음양오행의 요소가 아니라 일상에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다섯 가지 삶의 길을 뜻한다.

이 오행지도를 관통하는 정신은 바로 ‘그럼에도’이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건강과 환경이 달라졌음에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겼음에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이는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주의가 아니라 변화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이다. ‘그럼에도’가 마음의 결단이라면, 오행지도는 그 결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경청(傾聽)의 길
들어야 한다: 존중으로 관계를 여는 지혜


고은층의 첫 번째 길은 경청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에게 경험과 지식은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경험이 많다는 사실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익숙한 생각과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믿을 때, 풍부한 경험은 오히려 새로운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과거에 사회적 책임과 지도적 역할을 맡았던 사람일수록 자신의 의견을 먼저 말하고 상대방에게 조언하려는 습관이 남아 있기 쉽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 요구되는 지혜는 모든 문제에 답을 제시하는 능력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태도에 있다. 때로는 조언보다 경청이, 설명보다 공감이 상대방에게 더 큰 힘이 된다.

경청은 단순히 말을 듣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잠시 유보하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려는 노력이다. 부부 사이에서는 익숙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마음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고,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부모의 경험을 일방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친구와 이웃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서로 다른 삶의 배경과 가치관을 인정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오늘날처럼 세대 간 생활방식과 의사소통 방법이 빠르게 달라지는 시대에는 경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젊은 세대의 생각이 자신의 경험과 다르다고 해서 쉽게 판단하거나 부정할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관점 속에서도 배울 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청은 자신의 생각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시야를 넓히는 과정이다.

고은층에게 경청은 관계의 주도권을 내려놓는 겸손이자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실천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상대방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람이 오래 기억된다. 결국 경청의 길은 자신의 존재를 앞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관계의 깊이를 더해 가는 길이다.

인내(忍耐)의 길
참아야 한다: 절제로 마음을 다스리는 품격

두 번째 길은 인내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생활의 경험이 풍부해지는 동시에 오랫동안 형성된 습관과 판단방식이 굳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기대와 다른 상황을 마주하면 쉽게 불편함을 느끼거나 사소한 문제에도 감정이 앞설 수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절제의 지혜이다.

그러나 인내를 무조건 참거나 모든 일을 양보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부당한 일을 묵인하거나 자신의 정당한 권리와 존엄까지 포기하는 것은 성숙한 인내가 아니다. 참아야 할 일과 바로잡아야 할 일을 분별하고, 감정적인 반응과 원칙 있는 대응을 구별하는 것이 진정한 인내이다.

인생 후반기에는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깊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 당장의 감정에 따라 내뱉은 말은 오래된 우정을 상하게 할 수 있고, 사소한 의견 차이를 끝까지 다투는 태도는 가족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잠시 말을 멈추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여유는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내의 바탕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이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조화를 이루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이다. 인간관계에서 모든 생각을 같게 만들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차이 속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찾는 것이다.

인내는 자신의 뜻을 끝까지 관철하는 힘이 아니라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내면의 여유이다. 지나친 욕심을 줄이고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마음의 평온도 깊어진다. 경청이 타인의 마음을 향해 자신을 열어 가는 길이라면, 인내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삶의 균형을 지키는 길이다. 절제할 줄 아는 마음에서 고은층의 품격이 드러난다.

나눔(分享)의 길
나누어야 한다: 받은 은혜를 돌려주는 보은의 실천


세 번째 길은 나눔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결코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족의 사랑과 스승의 가르침, 동료의 협력과 이웃의 도움, 그리고 사회가 마련해 준 여러 기회가 어우러져 오늘의 삶을 만들어 왔다. 그러므로 인생 후반기에 이르면 자신이 무엇을 이루었는가 못지않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말하는 고은층의 ‘은(恩)’에는 이러한 관계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인생의 성취를 오직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만 여기지 않고 여러 사람과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의 결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려는 보은(報恩)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나눔의 대상은 재산이나 물질에 한정되지 않는다. 평생 축적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일,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혜를 보태는 일,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따뜻한 위로와 도움을 건네는 일도 모두 나눔이다. 특히 은퇴 이후에는 직업적 책임에서 벗어난 만큼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보다 자유롭게 사회적 가치로 연결할 수 있다.

나눔에는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다. 경험을 전할 때에도 훈계보다 조언이, 일방적인 가르침보다 함께 고민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나눔이 상대방에게 부담이나 간섭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본래의 의미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오랜 대학 생활과 사회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이제는 글과 만남을 통해 이웃과 나누고자 한다. 이는 과거의 업적을 되풀이하여 알리기 위한 일이 아니라 그동안 받은 도움과 배움의 일부를 다시 사회에 돌려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인생 후반기의 나눔은 무엇을 얼마나 주었느냐보다 자신의 경험과 시간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의미가 있다.

나눔은 가진 것을 줄이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삶의 의미를 넓히는 실천이다. 자신에게 머물던 지식과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 지나온 세월은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 고은층의 보람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만 있지 않다. 자신이 받은 은혜가 다른 사람의 삶에서 다시 살아나도록 돕는 데에도 있다.

걸음(步行)의 길
걸어야 한다: 몸과 세상을 이어 가는 생동의 실천


네 번째 길은 걸음이다. 걷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신체활동이지만, 인생 후반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일상의 변화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걸음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인 동시에 삶의 활동영역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실천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 상태와 신체적 능력에는 개인차가 커진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같은 거리와 속도를 요구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많이 걷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형편에 맞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걷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능한 범위에서 몸을 움직이고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걸음의 본질은 특정한 운동방식보다 삶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려는 자세에 있다.

필자는 산책과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걸음이 주는 여러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걷다 보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발견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평소 지나쳤던 주변의 모습에도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시간은 신체활동과 사회적 교류, 자연에 대한 관찰이 함께 이루어지는 생활의 현장이다.

걸음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의 기능도 있다. 빠르게 움직일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천히 걸을 때 눈에 들어온다. 길가의 작은 꽃과 나무, 마을의 오래된 풍경,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새로운 생각의 소재가 된다. 걷는 동안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미처 풀지 못했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또한 걸음은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사람들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활의 반경은 좁아지기 쉽다. 반면 가까운 공원이나 마을길을 찾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소규모 모임에 참여하는 활동은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세상과의 관계를 이어 주는 통로가 된다.

고은층에게 필요한 걸음은 무리한 도전이나 기록 경쟁이 아니다.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일상을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자연,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일이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고, 빠르게 걷지 않더라도 깊이 사색할 수 있다. 걸음의 가치는 속도와 거리보다 그 안에서 발견하는 삶의 생동감에 있다.

배움(學習)의 길
배워야 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기 갱신의 지혜

다섯 번째 길은 배움이다. 배움은 특정한 연령이나 직업에 속한 사람만의 과제가 아니다. 특히 인생 후반기에는 사회적 지위나 직업적 성취를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심과 호기심에 따라 새로운 세계를 탐구할 수 있다. 이러한 배움은 지식을 얻는 활동을 넘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과정이다.

오늘날 사회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을 비롯하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생활방식과 소통수단이 달라지고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움을 멈춘다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커지고 다른 세대와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필요한 것을 하나씩 익히려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변화는 부담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유행을 모두 따라갈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하여 배우고, 익힌 내용을 실제 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능을 익히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보를 탐색하는 일, 관심 있는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일 모두 의미 있는 배움이다.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공부가 일상의 불편을 줄이고 새로운 즐거움을 열어 주기도 한다.

고은층의 배움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차원이 있다. 바로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해석하는 일이다. 젊은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도 세월이 흐른 뒤에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과거의 판단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지식과 타인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과정 역시 배움이다. 이처럼 배움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익숙한 믿음을 다시 살펴보는 용기이기도 하다.

필자는 정년퇴임 이후에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배움의 끈을 이어 가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건, 자연과 사회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의미를 글로 정리하는 과정은 또 다른 공부이다. 오랫동안 지식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배우는 사람의 자세로 세상과 마주하려고 한다. 가르치는 역할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배움의 기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움의 궁극적인 가치는 많은 지식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새로운 것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넓히고,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가다듬는 데 있다. 나이가 들어도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새롭게 배우려는 사람은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갈 수 있다. 배움은 고은층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며 내일의 가능성을 열어 가는 자기 갱신의 길이다.

맺음글
‘그럼에도’ 정신으로 완성하는 고은의 오행지도


인생 후반기의 삶은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건강과 경제적 여건, 가족관계와 생활환경에 따라 각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그러나 어떠한 조건에서도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가꾸려는 태도는 중요하다. 필자가 강조하는 ‘그럼에도’ 정신은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과 삶의 의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고은의 오행지도는 그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다섯 가지 길이다.
첫째, 그럼에도 들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앞세우기보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는 경청의 길이다.
둘째, 그럼에도 참아야 한다.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관계의 조화를 지키는 인내의 길이다.
셋째, 그럼에도 나누어야 한다. 살아오면서 받은 사랑과 도움을 기억하고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이웃과 사회에 돌려주는 나눔의 길이다.
넷째, 그럼에도 걸어야 한다. 자신의 건강과 형편에 맞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사람과 자연, 세상과의 관계를 이어 가는 걸음의 길이다.
다섯째, 그럼에도 배워야 한다. 익숙한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지속적으로 새롭게 하는 배움의 길이다.

이 다섯 가지 길은 서로 분리된 행동수칙이 아니다. 경청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하고, 인내는 그 관계를 지켜 준다. 나눔은 관계를 공동체로 확장하고, 걸음은 세상과의 접촉을 지속하게 한다. 배움은 이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과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다섯 가지 실천이 서로 어우러질 때 오행지도는 하나의 온전한 생활철학이 된다.
이를 삶의 가치로 정리하면 경청은 존중의 지혜이고, 인내는 절제의 품격이며, 나눔은 보은의 실천이다. 또한 걸음은 생동의 힘이고, 배움은 자기 갱신의 원천이다. 이 다섯 가지는 인간관계와 공동체, 신체활동과 정신적 성장이라는 인생 후반기의 주요 영역을 함께 아우른다.

물론 오행지도를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실천할 수는 없다. 듣기 어려운 사람은 문자나 다른 소통수단을 활용할 수 있고, 걷기 어려운 사람은 자신의 몸에 맞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나눔과 배움도 각자의 여건에 따라 방법과 정도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행동의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존중과 절제, 감사와 실천, 자기 발전의 정신이다.
따라서 오행지도는 고은층에게 또 다른 성취의 부담을 주는 규범이 아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길잡이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이, 때로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을 아끼는 일이 그 출발점이 된다. 누군가에게 경험을 나누고, 가까운 길을 걷고, 새로운 지식을 하나 익히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지향하는 유유자작(悠悠自作)의 삶도 이러한 실천과 맞닿아 있다. 자신의 형편과 속도를 존중하면서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가는 생활방식이다. ‘그럼에도’ 정신이 삶을 향한 내면의 의지이고 오행지도가 그 의지를 실천하는 길이라면, 유유자작은 그 실천을 자신의 일상에 조화롭게 정착시키는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인생 후반기의 품격은 지나온 세월의 길이나 과거에 차지했던 자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늘 누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는지, 어떤 감정을 절제했는지, 무엇을 나누었는지, 어디를 향해 움직였는지, 그리고 무엇을 새롭게 배웠는지가 삶의 깊이를 만들어 간다.
세월의 흐름은 멈출 수 없지만, 세월을 대하는 자세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나이가 들었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었음에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 인생 후반기는 가능성이 모두 소진된 시간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가능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현해 가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듣고, 그럼에도 참고, 그럼에도 나누고, 그럼에도 걷고, 그럼에도 배우는 삶이다."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고은층의 ‘그럼에도’ 정신이며, 삶의 오행지도(五行之道)이다. 나아가 지나온 세월에는 감사하고, 오늘의 삶에는 충실하며, 다가올 시간에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고은층의 인생 후반기 철학이다.

[사진 해설] 비슬산 자연휴양림과 소재사의 가을 풍경
위 사진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비슬산 자연휴양림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비슬산 자락에 자리한 소재사(消災寺)의 전경을 담은 것이다. 비슬산 자연휴양림은 사계절마다 다채로운 풍광을 선사하는 명소로,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심신의 안식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힐링 휴양지이다.
[사진·글] 이성근. 202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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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층의 '그럼에도' 삶"

이성근


들어야 한다
참아야 한다
나누어야 한다
걸어야 한다
배워야 한다

[글·사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인생 후반기의 고은층(高恩層)에게는 젊은 시절과 다른 삶의 자세와 지혜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의 변화가 찾아오고, 사회적 역할과 인간관계도 달라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품격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필자는 이를 고은층의 '그럼에도' 정신이라 생각한다.

고은층에게는 다섯 가지 삶의 실천이 필요하다. 들어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주장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자세이다. 참아야 한다는 것은 감정과 욕심을 절제하고 상대방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인내의 지혜이다. 나누어야 한다는 것은 평생 쌓아 온 지식과 경험, 사랑과 은혜를 이웃과 함께 나누는 베풂의 실천이다.

또한 걸어야 한다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신체적 활동인 동시에 세상과의 관계를 이어 가는 삶의 움직임이다. 배워야 한다는 것은 나이에 관계없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평생학습의 자세이다.

고은층의 삶은 단순히 오래 사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그 가치가 있다. 세월이 흘러도 듣고, 참고, 나누고, 걷고, 배우는 삶을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필자가 지향하는 유유자작(悠悠自作)의 삶이자 고은층의 '그럼에도' 정신이다.

사진 해설: 사진 1은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산 자연휴양림 산책길, 사진 2는 신비로운 산세와 좋은 기운으로 이름난 비슬산, 사진 3은 비슬산 소재사, 사진 4는 비슬산의 원경과 사람의 손길이 더해진 계곡의 자연형 하천 풍경이다.

사진: 이성근 | 2026. 10. 27. 아내와 함께한 비슬산 탐방 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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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부부관계의 오선(五善)"

이성근


하나는 서로의 마음을 읽는 눈이고
둘은 서로의 거리를 헤아리는 배려이며
셋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고
넷은 서로를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길이며
다섯은 서로의 걸음에 맞추어 동행하는 삶의 리듬이다

[글·사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필자는 최근 "파크골프 퍼팅의 오선(五善)"이라는 디카시를 발표하였다. 이를 읽은 대구대 이  교수님께서 후기 글을 보내오셨다. "파크골프 퍼팅의 다섯 가지 원리가 고은층(高恩層)의 부부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고 필자 역시 깊이 공감하였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도 서로의 마음을 읽는 이해, 적절한 거리를 지키는 배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선, 서로를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길, 그리고 삶의 리듬을 맞추어 가는 동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파크골프 퍼팅의 오선을 고은 부부관계의 오선으로 새롭게 풀어 보았다. 고은층의 부부관계는 서로를 고치려 하거나 앞서가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 서로의 걸음에 맞추어 함께 걸어가는 시간동행(時間同行)의 관계이다. 이것이 필자가 지향하는 고은층의 생활철학인 유유자작(悠悠自作)의 또 다른 실천이기도 하다.

사진 해설: 사진 1은 미국 피츠버그시의 전경이고, 사진 2, 3은 제주 한림읍 금능리의 근석농장 풍경이다. 사진 4는 포항 내연산의 자연경관이며, 사진 5는 영주 부석사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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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퍼팅의 오선(五善): 다섯 가지 기술과 고은의 시간동행"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파크골프의 완성은 퍼팅에서 시작된다


필자에게 파크골프는 고은층(高恩層)의 건강과 즐거움, 배움과 휴식을 함께 누리는 놀이이자 소풍이다. 자연 속에서 걷고 공을 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러나 파크골프를 즐길수록 한 가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무리 좋은 티샷과 어프로치로 공을 홀 가까이 보내더라도 마지막 퍼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대한 점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파크골프에서도 퍼팅은 한 홀을 완성하고 점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 파크골프장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코스와 그린을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퍼팅은 단순히 공을 홀에 넣는 동작이 아니다. 지형을 읽고, 거리를 판단하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마음과 몸의 조화를 이루는 종합적인 기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파크골프에서는 그린의 경사와 잔디 상태 등에 따라 공의 움직임이 달라지므로 세심한 관찰과 거리감이 요구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는 퍼팅의 다섯 가지 기본 원리를 오선(五善)이라 이름 붙였다.

최근 아내가 파크골프에 입문하면서 필자의 퍼팅에 대한 관심도 새로워졌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가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아파트 거실에 간단한 퍼팅 연습장을 만들었다. 아내가 얼마나 꾸준히 연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부부가 함께 새로운 운동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경험을 통해 정리한 퍼팅의 오선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고은의 배움과 시간동행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퍼팅의 첫째와 둘째 선(善),
그린을 읽는 눈과 거리를 헤아리는 감각


퍼팅의 첫째 선은 읽기이다. 공을 치기 전에 먼저 그린의 상태를 읽어야 한다. 홀까지 이어지는 지형이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좌우 어느 방향으로 경사가 기울어져 있는지, 잔디의 상태와 결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특히 평탄한 그린과 주변보다 높게 조성된 포대그린에서는 공의 굴러가는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는 물론 잔디의 길이와 지면의 단단함에 따라서도 공의 속도와 방향에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퍼팅을 시작하기 전에 공과 홀 주변을 살펴보고 공이 지나갈 경로를 예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공 뒤쪽과 홀 주변에서 경사를 확인하고, 공이 어느 방향으로 휘어질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퍼팅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거리만이 아니라 그 거리 속에 숨어 있는 지형의 특성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필자는 이를 '퍼팅은 읽기이다'라는 첫 번째 원리로 정리하였다.

퍼팅의 둘째 선은 거리이다. 그린의 상태를 읽었다면 다음으로 공에서 홀까지의 실질적인 굴림 거리를 헤아려야 한다. 눈으로 보이는 직선거리가 같더라도 오르막에서는 공이 상대적으로 짧게 굴러가고, 내리막에서는 더 멀리 굴러갈 수 있다. 잔디의 저항과 경사, 공이 지나갈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퍼팅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리감은 단순히 힘을 세게 또는 약하게 주는 것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일정한 자세와 스윙을 유지하면서 스트로크의 크기를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필자는 자신에게 알맞은 기준 스윙을 정하고, 그 크기에 따라 공이 얼마나 굴러가는지를 반복해서 익히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퍼팅의 첫째 선이 관찰과 판단의 과정이라면, 둘째 선은 그 판단을 거리감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잘 읽고 정확하게 헤아리는 일이 좋은 퍼팅의 출발점인 셈이다.

퍼팅의 셋째와 넷째 선(善),
바른 시선과 부드럽게 밀어주는 손길

퍼팅의 셋째 선은 시선이다. 그린을 읽고 거리를 판단하였다면 이제 공과 홀, 퍼터의 방향을 바르게 정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안정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발을 적절한 간격으로 벌리고 무릎과 상체를 자연스럽게 굽히며, 공을 편안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선다. 이때 머리와 상체가 지나치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공이 출발해야 할 방향에 퍼터의 타구면을 맞추어야 한다.

시선의 정렬은 단순히 홀을 바라보는 행위가 아니다. 공의 위치와 목표 방향, 퍼터의 움직임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공을 치기 전에는 목표 방향을 확인하되, 실제 스트로크에서는 공과 임팩트 지점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공을 친 직후 홀을 따라 고개를 급하게 돌리면 자세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 공과 홀, 퍼터와 몸의 정렬을 이루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퍼팅의 넷째 선은 밀어주기이다. 파크골프의 퍼팅은 공을 강하게 때리거나 위에서 찍어 누르는 동작이 아니라, 퍼터의 타구면을 이용하여 공을 목표 방향으로 부드럽게 굴려 보내는 동작이다. 손목을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순간적인 힘에 의존하면 공의 방향과 거리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어깨와 팔의 움직임을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시계추처럼 자연스럽게 스트로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퍼팅할 때 공을 중심으로 뒤로 움직이는 백스윙과 앞으로 이어지는 팔로스루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짧은 거리에서는 작은 동작으로, 긴 거리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동작으로 조절하되 기본적인 자세와 리듬은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퍼터의 타구면이 공의 중심을 향하도록 하고, 임팩트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앞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좋은 퍼팅은 강한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방향과 적절한 거리감, 부드러운 동작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퍼팅의 다섯째 선(善),
마음과 숨, 몸과 퍼터가 하나 되는 리듬


퍼팅의 다섯째 선은 리듬이다. 필자는 다섯 가지 원리 가운데 마지막 리듬이 앞의 네 가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린을 정확하게 읽고 거리와 방향을 판단하였더라도 실제 퍼팅 순간에 마음이 급해지거나 몸에 힘이 들어가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반대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호흡과 몸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 자신이 의도한 퍼팅을 보다 안정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퍼팅의 리듬은 마음·숨·몸·퍼터·공이 하나가 되는 조화이다.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흡을 편안하게 한 다음, 일정한 속도로 퍼터를 뒤로 움직였다가 앞으로 밀어준다. 이때 손목이나 팔의 힘을 갑자기 사용하지 않고 몸 전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자에게는 백스윙에서 '하나', 공을 굴려 보내면서 '둘', 스트로크를 마무리하면서 '셋'을 마음속으로 헤아리는 연습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퍼팅의 리듬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체격과 자세, 운동 경험과 개인의 습관에 따라 편안하게 느끼는 동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알맞은 안정적인 리듬을 찾아 반복적으로 익히는 일이다. 한두 번의 성공이나 실패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고, 매번 비슷한 준비와 동작으로 공을 굴려 보내는 습관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퍼팅의 리듬은 고은층의 생활철학과도 닮아 있다.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욕심을 부리기보다 자신의 형편과 능력에 맞추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퍼팅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기다림과 절제, 집중과 조화를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로는 힘을 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맺음말
퍼팅의 오선에서 배우는 고은의 삶과 부부의 시간동행


필자가 정리한 파크골프 퍼팅의 오선은 읽기·거리·시선·밀어주기·리듬이다. 첫째는 그린의 상태를 읽는 관찰의 기술이고, 둘째는 홀까지의 거리를 헤아리는 판단의 기술이다. 셋째는 공과 목표 방향을 바르게 맞추는 정렬의 기술이며, 넷째는 공을 부드럽게 굴려 보내는 실행의 기술이다. 마지막 다섯째는 마음과 몸, 퍼터와 공의 움직임을 하나로 연결하는 조화의 기술이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 독립된 동작이 아니라 하나의 퍼팅을 완성하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한편 퍼팅의 오선은 고은층의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살아가는 환경과 형편을 정확하게 읽고, 자신의 능력과 목표 사이의 거리를 헤아리며, 나아갈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무리하게 힘을 쓰기보다 부드럽고 꾸준하게 실천하고, 몸과 마음의 리듬을 유지하면서 생활하는 지혜가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퍼팅의 오선은 운동의 기술인 동시에 고은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생활철학이기도 하다.

최근 아내의 파크골프 입문은 필자에게 또 하나의 즐거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오늘 아침 거실에 마련한 작은 퍼팅 연습장은 단순한 운동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내가 필자의 설명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연습을 이어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부부가 같은 운동에 관심을 갖고 서로 배우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고 소중하다. 때로는 필자가 아내를 가르치고, 때로는 아내의 새로운 시각과 반응에서 필자가 배우는 상호 배움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고은층의 부부생활에서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가 시간동행(時間同行)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라도 각자의 관심과 생활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걷고 운동하며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시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삶의 즐거움을 더하는 계기가 된다. 파크골프는 그러한 시간동행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생활문화의 하나이다.

결국 파크골프의 즐거움은 점수에만 있지 않다. 공 하나를 홀에 넣는 작은 성취에서도 기쁨을 느끼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고 웃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필자가 아내와 함께 시작하려는 퍼팅 연습도 같은 맥락이다. 퍼팅의 오선이 공을 홀로 이끄는 다섯 가지 지혜라면, 고은의 시간동행은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삶의 지혜이다. 파크골프를 통해 이러한 배움과 즐거움이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사진. 이성근. 사진 1, 2는 아파트 거실에 설치한 파크골프 퍼팅 연습 매트의 모습이고, 사진 3, 4는 대구 금호강변에 자리한 수성파크골프장의 전경이다. 사진 5, 6은 금호강의 자연 풍경이며, 사진 7, 8은 국립공원 팔공산의 전경이다. 202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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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크 골프 퍼팅의 오선(五善)"  

이성근


퍼팅의 첫째는 그린을 읽는 눈이고
둘째는 홀까지 거리를 헤아리는 감각이며
셋째는 공과 홀을 잇는 바른 시선이고
넷째는 공을 부드럽게 밀어주는 손길이며
다섯째는 마음과 몸이 하나 되는 리듬이다

[글·사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필자에게 고은층(高恩層)의 파크골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놀이이자 소풍이며,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생활문화이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파크골프에서도 퍼팅은 한 홀을 마무리하고 점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최근 아내가 파크골프에 입문하였다. 필자는 오늘 아침 아내가 집에서도 퍼팅을 연습할 수 있도록 아파트 거실에 간단한 연습장을 마련하였다. 아내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고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는 파크골프를 통해 부부가 함께 배우고 즐기며 고은의 시간동행(時間同行)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이번 디카시는 필자가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체득한 퍼팅의 다섯 가지 원리를 오선(五善)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린을 읽고, 거리를 헤아리고, 시선을 맞추고, 공을 부드럽게 밀어주며, 마음과 몸의 리듬을 이룬다. 이 과정은 파크골프의 기술이면서 또한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그림. 김미예 한지화가 · 경북대학교 간호대학 명예교수. 큰딸 부부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린 목단(牡丹). 202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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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유별(夫婦有別)과 시간동행(時間同行)"

이성근


아내는 일본 여행으로 3박 4일
나는 아내가 차려 놓은 음식으로 3박 4일
고구마와 쑥떡, 계란으로 이틀을 보내고
밥솥의 밥과 미역국으로 나머지 하루를 보내니
아내의 여행과 나의 식사 숙제가 함께 끝났다

[글·사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아내는 대학 졸업 50주년을 기념하여 동기생들과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떠났다. 필자는 아내를 기쁜 마음으로 배웅하고 집에 남았다.
아내는 여행을 떠나면서 필자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쑥떡, 계란을 각각 세 개씩 준비하였다. 그리고  밥솥의 밥과 미역국, 구이용 소고기까지 챙겨 놓았다. 여행 중에도 전화를 걸어 음식을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필자에게는 아내의 배려가 어느새 준비해 놓은 음식을 먹는 일이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필자는 고구마와 계란, 쑥떡으로 끼니를 대신하고, 밥솥의 밥과 미역국, 소고기도 챙겨 먹으며 식사 숙제를 수행하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내가 음식을 잘 먹었느냐고 묻기에 필자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당신은 일본 여행으로 3박 4일을 보냈고, 나는 당신이 준비한 음식을 먹는 데 3박 4일을 꼬박 보냈다. 당신은 여행을 마쳤고, 나는 식사 숙제를 마쳤다."
그 말에 우리 부부는 한바탕 웃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로 보낸 시간이었지만, 아내의 여행과 필자의 식사 숙제는 그렇게 함께 끝났다.
필자는 이 일을 통해 부부유별(夫婦有別)과 시간동행(時間同行)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부부유별이 서로의 다름과 역할을 존중하는 삶이라면, 시간동행은 그 다름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며 인생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고은층(高恩層)의 부부생활은 각자의 일상을 존중하면서도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작은 일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디카시는 아내의 여행과 필자의 식사 숙제에서 발견한 소박한 해학과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의 정을 담아 본 것이다.

사진 1, 2, 3은 호텔 인터불고 라운지에서 바라본 팔공산과 금호강의 전경이고, 사진 4는 금호강 둔치에 펼쳐진 억새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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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흘러간다"

이성근


씨앗을 뿌려 세상을 여는 뿌리는 자
밭을 일구고 가꾸며 씨앗을 키우는 자
땀과 수고로 여문 알곡을 거두는 자
밭을 소유하고 결실을 챙기며 나누는 자
세상만사는 이들의 손길로 쉼 없이 흘러간다

[글·사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필자는 고은층(高恩層)에 이르러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인생형으로 살아왔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 키우는 사람, 거두는 사람, 그리고 결실을 챙기고 나누는 사람 가운데 나는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스스로 묻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네 가지 역할 가운데 하나 또는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국정 감사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위정자들은 과연 어떤 인생형에 속하고, 누구를 위해 일하며 그 결실을 누구에게 돌려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바라건대 사람마다 주어진 형편과 역할은 다르더라도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며 세상을 이롭게 하기를 바란다. 고은의 삶에서 소중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결실을 거두느냐보다 그 결실을 누구와 어떻게 나누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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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가을 물길 따라 다시 만난 구미의 인연: 63홀 구미 파크골프 소풍과 고은의 도시 재발견"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가을 낙동강에서 다시 만난 구미의 인연

필자는 파크골프를 즐기면서 한 가지 생각을 갖게 되었다. 파크골프 소풍이 즐거우려면 사람·장소·날씨라는 세 가지 조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즐길 좋은 사람, 걷고 운동하며 쉴 수 있는 좋은 장소, 그리고 활동하기에 알맞은 날씨가 어우러지면 파크골프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즐거운 소풍이 된다. 특히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는 고은층(高恩層)에게 파크골프는 건강을 돌보는 운동이자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자연을 즐기며, 새로운 장소와 지역의 역사·문화를 배우는 생활 속의 소풍이다.

이번에 찾은 곳은 경상북도 구미시 낙동강변에 자리한 63홀 규모의 구미파크골프장이다. 신서귀삼연의 이 선생 주선으로 지난번 동락·양포파크골프장 소풍에 함께했던 구미의 어울림파크골프클럽 회원 두 분과 다시 동행하게 되었다. 지난 방문에서 맺어진 인연이 또 한 번의 소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침 일찍 대구를 출발하여 구미에서 오전과 오후를 보내는 동안 동반자들의 따뜻한 배려와 청명한 가을 날씨,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져 파크골프 소풍의 세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하루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소풍은 필자에게 구미라는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필자가 알고 있던 구미는 국가산업단지와 첨단산업, 기업과 근로자, 생산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산업경제도시이자 청년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 낙동강변 파크골프장을 찾아 체험하면서 구미가 산업과 경제의 도시일 뿐 아니라 자연과 운동, 놀이와 휴식이 어우러진 생활체육도시이자 고은층에게도 매력적인 여가·휴양도시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도시가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시선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장소의 이해,
산업의 도시에서 생활체육과 여가의 도시로


구미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경북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자 우리나라 산업화의 중요한 내륙 거점으로 성장한 구미는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자·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이 발달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구미의 장소적 가치는 산업과 경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쪽으로는 금오산을 비롯한 산림과 역사문화자원이 자리하고,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수변공간에는 자연과 생태, 생활체육과 여가시설이 어우러져 있다. 산업화의 역사와 자연환경, 전통문화와 현대적 생활기반이 공존하는 도시인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구미파크골프장은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낙동강체육공원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A코스부터 G코스까지 7개 코스, 총 63홀로 구성된 대규모 공공 파크골프장이다. 낙동강 둔치의 넓고 평탄한 지형을 활용하여 조성한 이 구장은 탁 트인 시야와 강변의 자연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변 도로와 주차시설을 통해 접근하기에도 편리하다. 축구장·야구장·풋살장·족구장·농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을 갖춘 낙동강체육공원과 함께 시민들의 생활체육과 여가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하고 쉬며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낙동강체육공원은 시민들의 일상적인 소풍 장소이자 종합적인 생활체육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구미시는 낙동강의 수변공간을 활용하여 파크골프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 구미파크골프장 63홀을 비롯하여 동락·선산·도개·고아파크골프장 각 36홀, 해평파크골프장 27홀, 양포·옥성·장애인어울림파크골프장 각 18홀 등 모두 9개소에 288홀 규모의 파크골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운동시설의 수가 많다는 의미를 넘어 시민의 건강과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생활체육 기반이 도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러 구장이 낙동강 수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운동과 산책, 자연 감상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미만의 비교우위를 갖는다.

필자가 방문한 날에는 지난번보다 가을이 한층 깊어 있었다. 강변의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은빛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넓게 펼쳐진 잔디밭,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자연의 정원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다 보면 운동을 위해 자연을 찾았는지, 자연을 즐기기 위해 운동을 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놀이와 휴식이 하나가 된다. 구미파크골프장의 매력은 넓은 구장과 다양한 코스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운동하고 쉴 수 있는 장소적 환경에도 있었다.

놀이와 체험, 휴식,
63홀 구장에서 즐긴 2만 보의 가을 소풍


이날 필자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소풍을 준비하고, 6시 50분경 대구를 출발하였다. 차 안에서 준비한 간식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오전 8시경 구미파크골프장에 도착하였다. 구장에서 이 선생을 비롯한 동반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잠시 차담을 가진 후 본격적인 파크골프 놀이를 시작하였다. 지난번 함께했던 동반자들이어서인지 처음부터 분위기가 편안하고 화기애애하였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농담을 나누면서 시작한 라운딩은 경기의 승패보다 함께 걷고 즐기는 과정 자체가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전에는 F코스와 G코스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라운딩을 하였다. 구장이 넓고 코스가 다양하여 같은 장소에서도 새로운 홀을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오는 토요일에는 이곳에서 클럽 대항 포섬 방식의 경기가 열린다고 하였다.
낙동강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잔디 위를 걷고, 공을 치고, 동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동반자 두 분이 각각 홀인원을 기록하는 기쁨도 있었다. 홀인원은 실력과 함께 행운이 따라야 하는 특별한 순간이다. 두 분의 홀인원을 함께 축하하면서 파크골프의 즐거움은 자신의 좋은 기록뿐 아니라 동반자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데에도 있음을 다시 느꼈다. 이렇게 오전 라운딩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낮 12시 30분이 되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구장을 나선 일행은 식사 후 낙동강변에 있는 '더 스토리' 카페를 찾았다. 이 선생의 안내로 들른 이곳에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건너편 수변경관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차담을 나누었다. 강 건너편에는 지난번 소풍에서 방문했던 양포파크골프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같은 낙동강을 두고 지난번에는 저편에서 이편을 바라보았고, 이번에는 이편에서 저편을 바라보는 셈이었다.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면 같은 장소도 다른 풍경과 의미로 다가온다. 필자에게는 낙동강 양안의 파크골프장이 서로 다른 장소이면서도 하나의 물길로 이어진 여가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다시 구미파크골프장으로 돌아와 D코스와 E코스를 돌고, 오전에 즐겼던 F코스와 G코스도 다시 찾았다. 아침부터 운동이 이어졌지만 좋은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 발걸음은 가벼웠다. 특히 이 선생을 비롯한 두 분 동반자는 간식 준비에서부터 라운딩 안내와 휴식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후에는 다른 파크골프장까지 경험해 보도록 제안하는 등 필자에게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마련해 주려는 온정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배려와 친절은 파크골프를 함께 즐기는 동반자이기에 앞서 좋은 선린(善隣)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오후 4시 30분경 하루의 파크골프 소풍을 마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걷고 운동한 걸음 수는 약 2만 보에 이르렀다. 적지 않은 걸음이었지만 몸의 피로보다 마음의 충만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파크골프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지만 좋은 동반자와 함께할 때 그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이날의 소풍은 좋은 사람과 좋은 장소, 좋은 날씨가 조화를 이루면 평범한 하루도 오래 기억에 남을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해 주었다.

배움과 힐링,
구미의 옛 인연을 소환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다


이번 구미파크골프장 소풍은 필자에게 단순한 운동과 휴식을 넘어 과거의 시간과 인연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낙동강변을 걷다가 강 건너편의 국립금오공과대학교를 바라보면서 오래전 구미에서 경험했던 여러 일이 떠올랐다. 필자가 구미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초 영남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였다. 당시 금오산 초입에 자리한 경상북도 구미자연학습원에서 학과 학생들과 MT를 갖고 금오산에 올랐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때의 구미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활력 있는 도시였고, 금오산은 그 도시의 자연적 상징이었다.

이후 필자는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경제 연구과제를 수행하였고, 구미시의 지방혁신과 지역발전 관련 정책자문에도 참여하였다. 특히 구미국가산업단지를 혁신클러스터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연구는 기억에 남는 경험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산업단지를 단순한 생산집적지에서 기술혁신과 산학연 협력이 이루어지는 지역혁신거점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이 추진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 따라 한국산업단지공단 구미산단의 의뢰를 받아 구미단지 혁신클러스터 마스터플랜 수립에 연구책임자로 참여하였다. 당시에는 구미산업단지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지원,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 등 산업경제적 관점에서 구미의 미래를 고민하였다.

국립금오공과대학교와 관련된 또 하나의 기억도 있다. 금오공대가 도심에서 현재의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남게 된 이전 부지의 활용 문제가 논의되던 때였다. 당시 영남대학교와 구미시가 이전 부지의 일부를 활용하여 산학협력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대학본부의 부탁을 받고 대학 측 책임자로 참여하여 계획을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교육부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협의하였으나 금오공대 측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계획은 실현되지 못하였다. 비록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산업도시의 새로운 발전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날 강 건너편의 금오공대를 바라보면서 그때의 노력과 아쉬움, 함께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낙동강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특히 청와대 야외 정원에서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을 비롯한 500여 명의 4대강 정책자문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낙동강 자문 대표로 5분간 정책자문 소감을 발표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경상북도가 주관한 낙동강 그랜드포럼의 공동대표와 운영위원장을 맡아 낙동강의 개발과 관리에 관한 정책 논의에도 참여하였다.
4대강 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찬반 논란이 있었으며,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그 성과와 문제점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논쟁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의 찬반 논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오늘날 낙동강변에 조성된 여러 시설과 공간이 4대강 사업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당시의 구미 방문은 대부분 회의와 연구, 자문과 현장조사 등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미를 자주 찾았음에도 일정한 목적에 따라 필요한 장소를 둘러보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이해에 머물렀던 측면이 있었다. 이번처럼 낙동강변에 머물면서 온종일 걷고 운동하고 쉬며 자연과 사람을 가까이 경험한 적은 많지 않았다. 과거에는 구미를 연구와 정책의 대상으로 이해하였다면, 이번에는 일상과 생활의 공간으로 새롭게 체험한 것이다.

구미의 역사·문화·자연자원 역시 파크골프 소풍과 연계할 가치가 크다. 금오산도립공원은 수려한 산세와 자연경관을 갖춘 구미의 대표적인 명소이며, 금오산 자락의 채미정은 고려 말 충신이자 성리학자인 야은 길재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인근 구미성리학역사관에서는 구미와 영남지역의 성리학 전통과 선현들의 학문정신을 살펴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와 역사자료관은 한국 산업화의 역사와 구미의 현대적 발전을 이해하는 장소이다. 낙동강변의 동락공원과 들성생태공원, 여러 파크골프장과 수변 산책 공간은 자연과 생태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자원이다. 이러한 장소들을 파크골프와 연계한다면 구미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자연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복합적인 소풍이 될 수 있다.

특히 필자는 최근 두 차례의 구미 파크골프 소풍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산업경제도시로서의 구미가 생산과 성장, 일자리와 기업활동의 공간이라면, 낙동강변의 생활체육과 여가공간은 건강과 휴식, 관계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공간이다. 두 가지 기능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산업도시의 기반 위에 자연과 문화, 체육과 여가를 더할 때 구미는 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도시이면서 고은층이 건강하고 품격 있게 살아가기 좋은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도시발전을 산업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도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이번 소풍에서 얻은 가장 뜻깊은 배움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맺음말
고은층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 구미


이번 구미파크골프장 소풍은 필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을 남겼다. 첫째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관계와 동행의 즐거움이다. 이 선생을 비롯한 두 분 동반자의 따뜻한 배려와 친절은 하루의 소풍을 더욱 풍요롭게 하였다. 둘째는 낙동강변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속에서 운동하고 쉬며 몸과 마음을 돌본 건강과 자연의 즐거움이다. 셋째는 구미와 맺어 온 지난날의 인연을 회상하고, 익숙했던 도시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배움과 성찰의 즐거움이다. 이 세 가지 즐거움은 서로 어우러져 단순한 파크골프 체험을 인생 후반기의 뜻깊은 소풍으로 만들어 주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고은층의 삶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건강하고 즐겁게, 품격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 있다. 인생 후반기에는 지난날처럼 성취와 경쟁만을 앞세우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며, 자연과 문화를 가까이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생활이 더욱 소중해진다. 필자가 추구하는 고은층의 생활철학은 유유자작(悠悠自作)이다. 유유(悠悠)가 서두르지 않고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자세라면, 자작(自作)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하며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는 태도이다. 파크골프 소풍에서 유유는 자연을 즐기고 쉬며 마음을 비우는 것이고, 자작은 스스로 운동하고 배우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번 구미에서의 하루는 이러한 유유와 자작의 조화를 일상에서 실천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난날 필자에게 구미는 산업발전과 지역혁신을 위해 연구하고 자문하던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좋은 사람들과 낙동강변을 걸으며 운동하고 차를 마시고, 가을 풍경을 즐기면서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도시로 다가왔다. 같은 구미이지만 인생의 시기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도시의 의미도 달라진 것이다. 이제 필자에게 구미는 산업경제도시이자 청년도시일 뿐 아니라 고은층이 즐겨 찾고 머물며 건강과 행복을 가꾸어 갈 수 있는 여가·휴양도시이기도 하다.

도시는 산업으로 성장하지만 사람의 삶으로 완성된다. 좋은 도시는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고은층에게는 건강하게 즐기며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 준다. 낙동강의 물길이 유유히 흐르듯 필자의 구미와의 인연도 과거의 연구와 정책활동에서 오늘의 파크골프 소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구미는 필자에게 일하러 가던 도시에서 즐기고 배우며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그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구미의 강변과 산천을 찾아 걷고 배우며 유유자작하는 고은의 소풍을 이어가고 싶다.

사진·이성근. 사진 1·2·3은 구미파크골프장의 풍경이며, 사진 4·5·6은 낙동강변에 자리한 ‘더 스토리’ 카페와 이곳에서 바라본 낙동강 건너편의 풍경이다. 2026.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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