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성취를 이끈 다섯 가지 마음: 칠십 평생의 회고와 고은층의 삶의 지혜"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칠십 평생의 여정에서 되돌아본 성공의 의미
인생은 수많은 선택과 도전, 만남과 헤어짐, 성취와 좌절이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젊은 시절에는 미래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면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자신이 걸어온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하게 다가온다.
오늘 아침 필자는 칠십 중반에 이른 인생 여정을 문득 되돌아보았다. 먼저 대학 교수로서 학문과 교육에 몸담았던 38년의 세월, 대학과 여러 조직에서 맡았던 역할, 그리고 지역발전과 국가정책에 참여했던 공적 활동이 생각났다. 이어서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온 일상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가운데에는 보람과 기쁨도 있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일과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던 순간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무엇이 필자로 하여금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 오늘에 이르게 하였을까? 단순히 능력이나, 운이나 주변 환경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탕에는 어려움을 이겨 내고 사람들과 함께 일을 이루어 가게 했던 마음의 힘이 있었다.
필자는 그 마음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는 정심(定心), 둘째는 종심(綜心)과 협심(協心), 셋째는 진심(眞心)과 성심(誠心), 넷째는 초심(初心)과 열심(熱心), 다섯째는 뒷심과 전심(全心)이다. 다섯 갈래로 묶은 아홉 가지 마음은 지난 삶의 경험에서 얻은 성찰이자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는 고은층에게도 필요한 실천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정심(定心)은 용기와 평정으로 삶의 중심을 잡는 마음
첫 번째는 정심(定心)이다. 정심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자세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용기와 위기 앞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평정심이 함께 작용한다. 용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라면 평정심은 그 방향을 바르게 잡아 주는 힘이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른다. 익숙한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또한 책임 있는 위치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두려움만 앞세우면 기회를 놓치기 쉽고, 지나친 자신감으로 서두르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따라서 용감하게 도전하되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단하되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 역시 학문과 교육, 지역개발과 공공정책의 현장에서 여러 선택과 결단의 순간을 경험하였다. 모든 판단이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마음을 가다듬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용기와 평정이 서로 대립하는 마음이 아니라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고은층의 삶에서도 정심은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 변화와 사회적 역할의 축소, 익숙했던 생활환경의 변화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조급해하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설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심은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게 하는 내면의 힘이다.
종심(綜心)과 협심(協心)은 지혜를 모으고 사람들과 함께 뜻을 이루는 마음
두 번째는 종심과 협심이다. 필자가 말하는 종심(綜心)은 여러 요소와 서로 다른 관점을 종합하고 정합성을 높여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마음이다. 여기에서 종합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 자원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정합은 그 요소들 사이의 모순과 충돌을 줄여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는 복잡한 문제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통합적 사고의 자세이다.
현실의 문제는 어느 한 분야의 지식이나 개인의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개발과 행정, 조직 운영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전문지식, 제도와 자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별 요소의 우수성 못지않게 전체의 조화와 연결이 중요하다. 필자가 오랫동안 학문과 정책 현장에서 경험한 것도 부분을 이해하는 능력과 함께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협심(協心)은 이러한 종합적 사고를 공동의 실천으로 이어 주는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람들의 이해와 참여, 협력과 협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능력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며 공동의 목적을 향해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은 조직과 공동체의 성취로 확장된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참여했던 여러 공적 활동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함께 연구하고 토론했던 동료와 제자들, 현장에서 실천을 담당했던 관계자들, 그리고 묵묵히 지원해 준 많은 사람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고은층에게도 종심과 협심은 필요하다. 오랜 경험과 지혜를 종합하여 후세대와 나누고, 이웃과 공동체의 일에 참여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 후반기의 성취는 혼자 이루는 결과보다 함께 만들어 가는 가치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진심(眞心)과 성심(誠心)은 참된 마음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하는 삶
세 번째는 진심과 성심이다. 진심(眞心)은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참된 마음이다. 성심(誠心)은 그 마음을 바탕으로 자신이 맡은 일과 사람을 대하는 데 정성을 다하는 자세이다. 진심이 마음의 바탕과 동기에 관한 것이라면 성심은 그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실천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과 성취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만을 좇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사람 사이의 신뢰를 잃기 쉽다. 진심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진실성을 부여하고, 성심은 그 진실성이 일회적인 표현에 머물지 않도록 뒷받침한다. 결국 진심과 성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을 쌓고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 가게 하는 바탕이다.
필자는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를 수행하며 여러 사회적 역할을 맡아 왔다. 그 과정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도 중요했지만, 맡은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가가 신뢰와 성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심은 그 믿음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
고은층의 삶에서 진심과 성심은 더욱 소중하다. 은퇴 이후에는 인간적 신뢰와 관계의 깊이가 삶의 품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대할 때도, 오랜 친구와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작은 일을 실천할 때도 진심과 정성은 변함없는 가치를 지닌다. 인생 후반기에 남겨야 할 것은 화려한 경력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따뜻한 진심과 정성일 것이다.
초심(初心)과 열심(熱心)은 처음의 뜻을 지키며 꾸준히 삶을 가꾸는 마음
네 번째는 초심과 열심이다. 초심(初心)은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뜻과 마음이다. 열심(熱心)은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이다. 초심이 삶의 방향을 정하는 출발점이라면 열심은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다.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과 그 마음을 행동으로 이어 가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대체로 희망과 의욕을 품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어려움이 쌓이면 처음의 뜻이 흐려지거나 열정이 식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초지일관의 정신과 근면하고 성실한 실천이다. 다만 초심을 지킨다는 것이 처음의 방법이나 생각을 끝까지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방법은 새롭게 조정하되 처음 품었던 가치와 목적은 잃지 않는 것이 참된 초심의 자세이다.
필자의 삶에서도 학문과 교육에 대한 초심은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1980년 대학 교수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18년 정년퇴임에 이르기까지 38년 동안 교육과 연구, 사회적 실천을 이어 왔다. 그 세월에는 새로운 도전과 보람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어려운 과제도 있었다. 그럼에도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으려는 마음이 긴 여정을 지탱해 주었다.
오늘날 필자가 이어 가는 글쓰기와 독서, 산책과 파크골프, 협업영농 역시 초심과 열심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인생 후반기의 열심은 젊은 시절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열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건강과 생활의 리듬을 살피면서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지속 가능한 열심이 필요하다. 이는 조급함 없이 여유롭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고은층의 유유자작(悠悠自作)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뒷심과 전심(全心)은 끝까지 견디고 온 마음을 다해 완성하는 힘
다섯 번째는 뒷심과 전심이다. 뒷심은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며 일을 마무리하는 힘이다. 전심(全心)은 전심전력의 자세로 온 마음과 힘을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뒷심이 지속성과 완수의 힘이라면 전심은 집중과 몰입의 힘이다. 두 마음이 함께할 때 시작한 일을 끝까지 책임 있게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생의 많은 일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어렵다. 처음에는 의욕과 기대가 넘치지만 시간이 흐르면 피로와 장애가 쌓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난다. 이때 성취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순간적인 열정보다 끝까지 견뎌 내는 지속적인 힘일 때가 많다. 그러나 뒷심은 무조건 참고 버티는 고집과는 다르다. 상황에 따라 방법을 바꾸고 때로는 잠시 쉬어 가더라도 자신의 책무와 목표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자세가 참된 뒷심이다.
필자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연구과제와 정책사업, 조직 운영과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면서 마무리의 중요성을 경험하였다. 좋은 구상과 계획도 실천의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문제를 다시 살피고 관계자들과 협의하며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시작하는 용기 못지않게 끝맺는 책임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고은층의 삶에서도 뒷심과 전심은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인생 후반기는 단순히 남은 시간을 보내는 시기가 아니다.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정리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시기이다. 다만 자신의 능력과 건강을 고려하여 중요한 일에 마음을 집중하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삶의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가고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지나온 인생의 의미도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맺음말
다섯 가지 마음으로 가꾸는 고은층의 인생 후반기
칠십 평생의 여정을 되돌아보면서 필자가 깨달은 것은 인생의 성공이 어느 한 가지 능력이나 조건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용기와 평정으로 중심을 잡는 정심,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하는 종심과 협심은 삶의 성취를 이끄는 바탕이 된다. 여기에 진실과 정성을 다하는 진심과 성심, 처음의 뜻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하는 초심과 열심이 더해져야 한다. 나아가 끝까지 견디는 뒷심과 온 마음을 다하는 전심이 서로 어우러질 때 삶의 성취는 더욱 견실해진다.
이 다섯 가지 마음은 각각의 역할을 지니면서도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정심이 삶의 중심을 잡아 준다면 종심과 협심은 지혜와 사람을 연결한다. 진심과 성심은 그 과정에 신뢰를 더하고, 초심과 열심은 지속적인 실천을 이끈다. 마지막으로 뒷심과 전심은 시작한 일을 책임 있게 완수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마음들이 조화를 이룰 때 개인의 성취는 자신만의 결과를 넘어 타인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 이르러서는 성공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젊은 시절의 성공은 도전과 경쟁, 성장과 성취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고은층의 성공은 성찰과 균형, 관계와 나눔, 그리고 삶의 의미와 품격을 가꾸는 데 더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이루었는가 보다 자신이 이룬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며 누구와 나누는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필자가 지향하는 고은층의 유유자작 정신 역시 이러한 삶의 자세와 연결된다. 유유(悠悠)는 여유와 평정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균형을 가꾸는 태도이며, 자작(自作)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실천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자세이다. 지나온 삶에서 얻은 다섯 가지 마음을 인생 후반기의 여건에 맞게 새롭게 실천하는 것이 곧 유유자작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자에게 성공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더 많은 것을 이루는 일이 아니다. 지난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오늘의 일상을 성실하게 가꾸며, 가족과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한 삶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지혜로 바꾸고 그 지혜를 다음 세대와 공동체에 돌려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값진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다섯 가지 마음은 필자의 지난 삶을 이끌어 온 힘이었고, 앞으로도 지켜 나가야 할 삶의 지침이다. 인생의 전반기가 이 마음들로 성취를 이루는 시간이었다면, 후반기는 그 성취를 성찰하고 나누며 삶의 품격으로 완성해 가는 시간이다. 이것이 칠십 중반에 이른 필자가 생각하는 고은층의 성공이며, 유유자작하는 삶의 또 다른 의미이다.















사진해설: 사진 1은 대학 정년퇴임 시 수훈한 황조근정훈장이고, 사진 2는 대학 정년퇴임 기념식 모습이다. 사진 3은 대통령 직속·소속 자문위원회 위원 위촉장 수여식 장면이고, 사진 4는 청와대에서 4대 강 사업 자문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청와대 중정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사진 5는 대구경북연구원장 취임식 기념사진이고, 사진 6은 학교법인 순총학원 이사장 재임 당시 순복음총회신학대학 유영희 총장 취임식 모습이며, 사진 7은 이성근 교수를 생각하다: 221명의 소중한 지인으로부터 읽는 이성근 교수의 회상록 사진이다.
사진 8은 한라산 등정 기념사진이고, 사진 9는 서귀포 칠십리파크골프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며, 사진 10은 제주 한림읍 금능리 근석농장에서 농사일에 열중하는 농부 이성근의 모습이다.
정년 이후, 사진 11은 제주연구원 특강 모습이고, 사진 12는 한국지역정책학회 학술대회 행사이다. 사진 13은 ** *** 민관군 갈등조정협의체 회의 모습이고, 사진 14는 *** 도시계획위원회 기념 촬영이며, 사진 15는 필자가 설치한 연구원의 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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