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학무실의 만남은 끝나지 않았다: 영남대 이실연과 함께한 청풍호 가을소풍"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가을소풍에서 다시 만난 근학무실의 인연
2026년 10월 5일, 영남대학교 이론과 실천연구회(약칭 이실연) 회원들과 함께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 제천과 단양으로 가을소풍을 다녀왔다. 이날 소풍에는 12명이 함께했다. 아침 8시 대구 월드컵경기장 주차장을 출발하여 저녁 9시 30분에 되돌아왔으니, 무려 13시간 30분에 걸친 하루의 긴 여정이었다.
이번 소풍은 오전에는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청풍호의 산수경관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오후에는 청풍호반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비봉산 정상에서 호수와 산자락을 내려다보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단양 영춘의 구인사를 찾는 일정이었다. 물길과 하늘길, 산길을 따라 자연과 문화를 만나는 여행이었다. 특히 같은 청풍호를 물 위에서 올려다보고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바라보는 위치와 관점에 따라 풍경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소풍에서 필자에게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자연경관만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근학무실의 정신으로 맺어진 이실연 회원들과 다시 만나 함께 걷고, 보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학위논문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으로 시작한 만남이 정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으니, 이는 필자의 교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다.
필자는 이러한 만남을 근학무실(勤學務實)의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배움에 부지런하고 맡은 일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서로를 기억하고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시작된 배움의 관계가 인생을 함께 나누는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가을소풍은 더욱 뜻깊었다.
청풍호에서 되살아난 세 가지 인연
필자에게 이번 제천과 단양의 가을소풍은 세 가지 인연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하나는 사람의 인연이고, 다른 하나는 장소의 인연이며, 마지막은 전공의 인연이다. 이 세 가지 인연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번 소풍을 통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졌다.
첫째, 사람의 인연은 이실연 회원들과의 만남이다. 필자는 영남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행정대학원에서 오랫동안 석사학위논문을 지도하였다. 환경대학원에서는 도시계획학 석사학위 취득자 37명과 수료자 4명, 행정대학원에서는 행정학 석사학위 취득자 59명과 수료자 5명을 지도하였다. 당시 특수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했으므로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필자는 이들의 논문연구를 돕고 선후배 간 정보교류와 상호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론과 실천연구회를 만들었다.
이실연은 단순한 학위논문 연구모임에 머물지 않았다. 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도 회원들은 서로 교류하며 친목과 배움을 이어갔다. 필자가 정년을 맞은 이후에도 이러한 만남은 계속되고 있다. 학문적 관계가 인간적 신뢰로 발전하고, 그 신뢰가 오랜 우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가을소풍 역시 이러한 인연이 만들어 낸 소중한 자리였다.
둘째, 장소의 인연은 단양과 제천에 얽힌 지난 활동의 기억이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발전정책의 하나였던 신활력사업과 관련하여 단양의 지역자원과 발전방안을 자문한 인연이 있다. 당시 단양팔경의 관광자원과 단양 육쪽마늘의 지역특산물 가치를 활용한 지역발전의 가능성을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한 제천은 필자가 교육부 파견 학교법인 순총학원 이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학교 행사와 졸업식 등을 위해 여러 차례 방문했던 곳이다. 따라서 이번 여행은 낯선 지역을 처음 둘러보는 소풍이라기보다 과거의 활동과 경험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셋째, 전공의 인연은 충주댐과 지역개발, 자원관리의 문제이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지역개발과 정책계획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수자원개발과 환경관리, 개발과 보전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왔다. 충주댐은 홍수조절과 용수공급, 수력발전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다목적댐이다. 1985년 준공된 충주댐으로 광대한 인공호수가 형성되었으며, 오늘날 이 호수는 지역의 주요 관광자원이 되었다.
그런데 같은 호수를 두고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충주에서는 충주호, 제천에서는 청풍호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하며, 단양호라는 이름도 쓰인다. 하나의 호수를 두고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에서도 장소에 대한 지역사회의 애착과 정체성을 읽게 된다. 같은 공간이라도 어느 지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상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충주댐 건설은 수자원개발의 성과와 함께 수몰지역 주민들의 삶과 문화유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날 청풍문화유산단지(옛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였던 지역의 문화유산을 이전·복원하여 보존하고 있는 역사문화 공간이다.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수자원개발의 성과뿐 아니라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기억과 아픔도 함께 남아 있다.
따라서 지역개발은 새로운 시설을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개발의 성과와 함께 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과 상실, 보전해야 할 자연과 문화의 가치도 살펴보아야 한다. 필자는 청풍호를 바라보며 개발과 보전, 성과와 희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역계획의 기본 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길에서 올려다본 청풍호의 풍경
이번 소풍에서 처음 만난 청풍호의 풍경은 유람선 위에서 바라본 물길의 풍경이었다.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에 올라 호수의 물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주변의 산과 바위, 절벽과 숲을 가까이 바라보았다. 호수의 수면에서 산자락을 올려다보는 미시적·상향적 조망이었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청풍호의 대표적인 풍경은 구담봉과 옥순봉이다. 단양팔경에 속하는 구담봉은 거북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기암절벽으로 유명하다. 옥순봉은 마치 대나무 싹이 솟아오르듯 희고 높은 바위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 주변의 제비봉과 말목산, 옥순대교가 호수와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쳐 보였다. 물 위에서 올려다보니 산의 높이와 절벽의 웅장함이 더욱 가까이 느껴졌다.
이 일대에는 자연경관만큼이나 흥미로운 인문적 이야기도 전해진다. 특히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두향의 인연은 구담봉과 장회나루 주변에 얽힌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두향의 묘가 전해지는 강선대 일대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자연은 단순히 산과 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와 기억까지 함께 품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자 햇빛을 받은 호수의 수면이 반짝거렸다. 물가의 바위와 나무, 가마우지와 왜가리 등 물새들이 어우러진 풍경에서도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작은 바위와 나무 한 그루, 잔잔한 물결 하나에도 눈길이 머물렀다. 전체보다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는 미시적 관찰의 즐거움이었다.
필자는 평소 지역을 연구할 때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 작은 변화와 주민의 생활을 살펴보는 미시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아무리 큰 개발계획이라도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계획이 되기 어렵다. 지역의 실상은 통계와 지도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며, 현장에 다가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람선을 타고 청풍호를 가까이 바라본 경험은 단순한 자연 감상에 머물지 않았다. 작은 풍경을 자세히 살피는 일이 지역과 사람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물길에서 올려다본 청풍호는 필자에게 현장 중심적 사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풍경이었다.
하늘길에서 내려다본 청풍호의 풍경
유람선에서 청풍호를 가까이 바라본 뒤에는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청풍호반케이블카는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에서 해발 531m의 비봉산 정상까지 약 2.3km 구간을 운행한다. 물길에서 산을 올려다보던 시선이 이번에는 하늘길에서 호수와 산자락을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케이블카가 서서히 올라갈수록 발아래 청풍호의 모습도 달라졌다. 가까이에서는 서로 떨어져 보이던 산과 호수가 하나의 큰 경관으로 연결되었다. 호수는 산자락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지고, 크고 작은 산봉우리와 능선들은 겹겹이 펼쳐졌다. 비봉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니 청풍호를 '내륙의 바다'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청풍호가 개별적인 바위와 절벽, 물결과 숲의 풍경이었다면, 케이블카와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는 산과 물, 자연과 인공시설이 하나로 연결된 전체적인 풍경이었다. 같은 호수이지만 보는 위치와 높이에 따라 풍경의 규모와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조망의 차이를 미시적·상향적 시선과 거시적·하향적 시선에 비유해 보았다.
지역개발과 정책계획에서도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은 서로 보완되어야 한다. 미시적 접근이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와 개별 요소를 살피는 일이라면, 거시적 접근은 지역 전체의 구조와 기능,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아래에서 바라보아야 보이는 것이 있고, 위에서 내려다보아야 이해되는 것이 있다. 두 시선이 함께할 때 지역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청풍호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이러한 원리가 우리의 인생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지만, 멀리서 보면 그 일이 삶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때로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피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나 넓게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특히 인생의 후반기에는 지난날의 경험을 돌아보며 부분과 전체, 현재와 과거를 함께 바라보는 지혜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 청풍호반케이블카의 경험은 자연을 감상하면서 지역을 이해하는 관점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같은 대상이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였다.
한편 소풍길에 만난 '고메막국수'도 기억에 남았다. 고구마 전분과 메밀을 활용한 이 음식은 지역의 농산물을 음식문화와 연결한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지역의 자연과 특산물이 관광과 음식으로 이어질 때 지역자원의 활용가치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작은 음식 하나에서도 지역자원을 새로운 가치로 연결하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산길에서 짧게 만난 구인사의 풍경
청풍호의 물길과 하늘길을 둘러본 뒤에는 단양군 영춘면에 자리한 구인사를 찾았다.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굽이굽이 산길을 달려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하루 동안 여러 곳을 둘러본 뒤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이번 구인사 방문은 물길에서의 미시적 조망과 하늘길에서의 거시적 조망에 이어, 짧은 시간에 주요 풍경을 살펴보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 방문이었다.
구인사는 대한불교천태종의 총본산으로, 1945년 상월원각대조사가 수행도량을 마련하면서 시작되었다. 오늘날에는 소백산 자락의 깊은 계곡을 따라 수많은 전각이 층층이 자리 잡은 웅장한 사찰로 발전하였다. 경내에 들어서자 산자락을 따라 높이 이어지는 전각들의 규모와 장엄함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산사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모습과는 또 다른 인상을 주었다.
가까운 법당에서는 청아한 반야심경 독송 소리가 흘러나왔다. 웅장한 전각과 산사의 고요함, 그리고 맑게 울려 퍼지는 경전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짧은 방문에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좀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으나 날이 저물고 있어 오래 머물 수 없었다. 결국 아쉬움 하나를 남긴 채 산문을 나서야 했다.
구인사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한다는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전통으로도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정신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근학무실의 정신과도 일정 부분 통한다고 생각한다. 배움과 수행이 일상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학문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삶에서 실천되어야 하며, 신앙과 수행 역시 일상의 생활과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필자가 지도했던 이실연 회원들은 대부분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이론을 배우고 현장에서 실천해 온 사람들이다. 낮에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고, 일과를 마친 뒤에는 배움과 연구에 힘썼던 이들의 모습이 구인사의 주경야선 정신과도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비록 종교적 수행과 학문적 연구는 그 목적과 내용이 다르지만, 배움과 실천을 함께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통하는 의미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구인사에서 느꼈던 짧은 만남과 아쉬움을 몇 줄의 디카시로 정리하였다. 제목은 「해 질 무렵 구인사」이다. 특히 마지막 두 행에 그날의 마음을 담았다.
서산의 해는 벌써 기울고
아쉬움 하나 두고 산문을 나선다.
주마간산식 방문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의미까지 얕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짧은 순간의 만남이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이번 구인사 방문이 그러했다.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웅장한 전각과 맑은 독경 소리, 그리고 저물어 가는 산사의 풍경은 다음에 다시 찾아 좀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을 남겼다.
맺음글
풍경은 지나가도 인연은 남는다
이번 영남대 이실연의 청풍호 가을소풍은 아침 8시에 시작하여 저녁 9시 30분에 끝난 긴 하루의 여정이었다. 청풍호의 물길에서는 자연을 가까이 바라보았고, 비봉산의 하늘길에서는 자연을 넓게 내려다보았다. 구인사로 이어진 산길에서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물길과 하늘길, 산길에서 만난 서로 다른 풍경은 필자에게 자연과 지역, 그리고 인생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일깨워 주었다.
이번 소풍은 사람과 장소, 전공이라는 세 가지 인연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람의 인연에서는 오랜 세월 이어진 배움과 신뢰의 가치를 떠올렸다. 장소의 인연에서는 지난날의 활동과 기억을 되살렸다. 전공의 인연에서는 개발과 보전, 부분과 전체를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는 지역계획의 원리를 되새겼다. 하나의 소풍길에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만남, 그리고 인생의 성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 소풍에서 가장 오래 남을 것은 함께한 사람들의 얼굴과 이야기일 것이다. 근학무실의 마음으로 학문을 배우고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서로를 기억하고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사람의 인연은 단순히 만나는 횟수나 함께 보내는 시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이어질 때 그 인연의 가치는 더욱 깊어진다.
필자는 근학무실의 '무(務)'를 자신의 소명과 책무에 충실하는 자세로, '실(實)'을 진정성 있는 실천과 실효성을 추구하는 태도로 정의해 왔다. 배움에 부지런하고 맡은 일에 충실하는 근학무실의 정신은 젊은 시절의 학문과 직장생활에만 필요한 덕목이 아니다. 정년 이후의 삶에서도 계속 배우고, 경험을 나누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삶의 원리이다.
특히 고은층(高恩層)에 들어선 필자에게 오래된 인연은 더욱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젊은 시절에는 배움과 일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었다면, 이제는 그동안 쌓아 온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격려하는 관계가 중요해진다. 과거에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이 오늘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풍길에 동행하는 모습에서 관계의 지속성과 삶의 품격을 생각하게 된다.
오랜 세월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으로 시작한 관계가 이제는 함께 소풍을 다니며 인생의 경험과 즐거움을 나누는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필자가 생각하는 교육의 보람이자 근학무실의 만남이 지닌 참된 가치이다. 교실에서의 배움은 끝났어도 인생에서의 배움은 계속되고, 학위논문 지도는 끝났어도 사람 사이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청풍호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은 계절과 함께 지나가겠지만, 이실연 회원들과 나눈 하루의 추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배움은 계속되고, 신뢰는 깊어지며, 좋은 인연은 이어진다.
근학무실의 만남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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