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삶을 함께한 동반자, 이성근 교수에게"
장태옥 영남대 명예교수ㆍ행정학과
이성근 교수가 정년을 맞이한다. 세월은 우리의 삶을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다. 이교수와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반세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를 떠올릴 때면 내 인생의 고향이 생각나고, 삶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로 느껴진다.
그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의 한 분이다. 그러나 제자라기보다 그는 나와 학문의 길을 같이 한 동업자다. 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내가 어디에서 고민하고 침묵하는지를 알기 위해 내 안에 들어와 귀 기울였던 사람이다. 내가 내 소리를 잊고 흔들릴 때면, 그는 내 고유한 씨앗과 본업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곤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누구의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생의 어려움에 봉착하고 궁지에 몰릴 때면, 우리는 마치 주인 없는 이방인처럼 외로워지고 무기력해지곤 한다. 그런 순간마다 이교수는 포기하지 말고 맞서 싸우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든든한 친구였다. 그는 영남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한 동료들에게 꽉 찬 우정의 집을 만들어준 동반자였다.
이제 이교수는 인생의 중심에 서는 새로운 시간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금까지 이교수는 대학과 그 너머에서 끊임없이 일하며 바쁘게 살아왔다. 주위의 부러움을 받을 만한 덕망을 갖춘 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교수를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삶의 미덕은 아마도 신중함과 융통성이 아닐까 싶다. 이교수는 언제나 활동적이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였으며, 성실하고 정직할 뿐만 아니라 과장된 행동을 삼가는 사람이었다. 완벽한 지혜와 품격을 갖추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공정한 관찰자로서 한 치의 오점도 남기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교수는 자기 감정을 조절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지나칠 정도로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고, 하루하루를 시간에 쫓기듯 살아갔다. 그러나 이제 정년이라는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비록 정년이 이교수의 활동을 멈추게 하는 듯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잠시 숨을 고르고 휴식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이제는 외적인 성공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볼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이교수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서라도 고독과 침묵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이란 누구나 정년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탐험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정년을 단순한 마무리가 아닌, 삶을 고요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기회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제는 일만 하는 삶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열매를 맺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교수의 정년이 또 다른 시작이자 새로운 샘물이 되어, 더욱 빛나는 결실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성근 교수, 정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필자 소개
장태옥 교수님은 영남대(법학사)와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그리고 미국 Texas A&M 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행정학과에서 평생 교수로 재직하셨다. 재직 중에 환경대학원장과 행정대학원장을 역임하셨다.
"장태옥 교수님을 그리며"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장태옥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님은 학문과 삶의 여러 방면에서 깊은 영향을 주신 선배 학자이자 존경할 만한 인격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필자는 같은 정치행정대학 내 이웃 학과에서 교육과 연구를 하면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을 전공한 후배 교수로서 교수님과 여러 인연을 쌓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특히, 특수대학원인 환경대학원의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에서 교수님과 함께 강의하고 대학원생들의 논문을 지도하며 학문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이 법정관 아래윗층에 위치했던 덕분에 자주 방문하여 차를 나누며 학문과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학문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후배 교수들과 교류를 이어가셨습니다. 군부대 새벽 골프 모임의 고정 멤버인 3철(태철ㆍ성철ㆍ동철)로서도 함께하며, 즐겁고 활기찬 시간을 보내셨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경상북도 도시계획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자문위원회 활동에서도 함께하며 실무적 식견을 공유하고 토론하셨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장 교수님은 대구 사대부고를 졸업하고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만큼, 엘리트 의식이 강하시고 학문적 자부심이 높으셨습니다. 학문과 원칙에 있어 호불호가 분명하고 직설적인 성격이셨기에 젊은 교수들이 때로는 부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유부단함보다는 분명한 태도를 가지셨고,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따뜻한 인정과 감정을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특히 교수님은 학문적 열정 못지않게 가정적인 분이셨습니다. 부부 금슬이 좋으셔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셨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시며 각자의 분야에서 우수한 사회의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깊은 애정을 쏟으셨습니다. 자녀들은 각기 훌륭한 길을 걸어갔고, 특히 손자손녀들이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셨습니다.
정년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셨습니다. 카톨릭 성당의 성서대학 학장으로 봉사하시며 신앙을 통해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으셨습니다. 특별히, 필자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시면서 직접 가꾸신 텃밭의 채소를 나누어 주시던 따뜻한 모습이 기억납니다.
현재 교수님은 세 자녀와 함께 서울에서 생활하며 여전히 활기찬 삶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교수님께 큰아들은 ‘존재 가치’이며, 두 딸과 작은아들은 ‘사용 가치’로서 노후를 조금 더 편하게 보내기 위해 서울로 이사하신 것 같습니다. 가끔 가족 자랑을 하시며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감을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교수님은 음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셔서 가끔 사모님과 함께 보양식을 드시며 미식의 즐거움을 누리셨습니다. 교수님의 건강을 세심하게 챙기는 사모님 덕분에 냉장고 문에는 건강 체크리스트가 걸려 있었으며, 한 번은 위급한 순간에 빠른 대처로 위기를 모면하신 일도 있었습니다.
먼 곳에서나마 교수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학문과 인생의 길을 함께했던 후배 교수로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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