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실과 근면, 그리고 정직한 사람, 이성근 교수"
이문조 영남대 명예교수ㆍ 정치외교학과
이성근 교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성실, 근면, 정직이다. 같은 대학에서 30년을 함께하며 느낀 그의 인상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나는 정년퇴직 후 13년이 지났고, 그도 지난해 정년을 맞이했다. 교수로서, 직장 선배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구로서 함께한 시간 속에서 그는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자기 연구와 강의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가진 지식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정부의 자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관변 폴리페서가 아니었다. 공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특정 이익집단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았으며, 자신의 학문적 양심을 지켜왔다. 이러한 점이 내가 그를 더욱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의 언행은 언제나 일치했고,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미리 양해를 구하는 신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학자로서의 연구와 사회적 기여
이 교수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학문적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그의 전공 분야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도시와 지역개발, 지역경제와 사회발전, 지방재정과 공공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해외의 사례를 연구하고, 관계 학회 및 정부와 협력하며 세계 곳곳을 직접 탐방하는 등 학문과 실무를 함께 아우르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삶을 개척해왔다. 그는 언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한국에서 독보적인 학문적 경지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가정과 신앙 속에서 쌓아온 가치관
이 교수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는 신앙이다. 그는 정직하고 근면한 태도로 삶을 살아왔으며, 때때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참고 견디는 힘을 발휘했다. 이러한 인내와 용기는 신앙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는 가정적으로도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의 아내는 경북대학교 간호대학 학장을 역임한 학자로서, 부부는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왔다. 또한, 매주 일요일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가며 신앙을 기반으로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왔다.
새로운 도전과 백세 시대의 역할
정년을 맞이한 지금, 그는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갈고닦은 능력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야말로 학자로서의 궁극적인 역할이 아닐까.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70세에 첫 책을 쓰기 시작해 90세까지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베르디가 80세에 오페라를 창작했다는 사실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 역시 여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나는 이 교수와 골프를 함께한 시절을 기억한다. 그는 빠르게 실력을 향상시켰지만, 연구와 업무로 인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다. 이제는 건강도 관리하면서 백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역할을 찾기를 바란다.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문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지식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연구와 정책적 대안이 필수적이다. 모든 사람이 조금씩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모일 것이다.
호주는 아델라이드를 첨단 정보통신 신도시로 개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역시 생태환경과 도시개발을 조화롭게 이루어나가야 하며, 이 교수와 같은 학문적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이를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이교수의 정년 이후가 기대된다
"대붕(大鵬)은 한 번 지상에서 떠나면 하늘에서 6개월을 머문다"는 말이 있다. 이제 이 교수가 쌓아온 학문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더욱 큰 도움을 주길 바란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젊은 세대가 살아갈 길을 닦아주는 것이야말로, 지식인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계속해 주기를 기대한다.
필자 소개
이문조 교수님은 경북대 철학과(문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정치학과(정치학 박사)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평생 교수를 지내셨고, 재직중에 정치행정대학장을 역임하셨다.
"이문조 교수님을 기리며"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이문조 교수님께서는 학문과 교육, 그리고 인격적 품격을 겸비하신 학자로 평생을 살아오셨습니다. 경북고등학교를 거쳐 경북대학교 철학과에서 문학사를 취득하셨으며, 이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이러한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영남대학교에서 평생을 재직하시며 정치행정대학장 등을 역임하시며 학문과 후학 양성에 헌신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근대 한국의 명망가 집안 출신으로, 부친이신 이효상 국회의장님, 장인이신 코오롱그룹 창업자 이동찬 회장님, 그리고 형님이신 경북대학교 철학과 이문호 교수님과 대구 가톨릭 이문희 대주교님 등 가족 모두가 사회 각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해오셨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교수님께서는 자존감과 안정감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사고를 가지셨으며,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속에서도 신념에 따라 강인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저와 이 교수님은 같은 정치행정대학에 몸담으며 학문적, 인간적으로도 많은 교류를 나누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전공서적을 다독하는 습관이 있으셨고, 연구 중 궁금한 점이 생기면 저를 찾아 질문하시곤 했습니다. 저는 아는 바를 소상히 설명해 드렸고, 교수님께서는 이를 통해 저를 박학다식한 사람으로 보셨던 것 같습니다. 사람 간의 좋은 인연은 이런 작은 순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특히 정치외교학과 관련 문제로 제가 학장보로서 회의를 주재했을 때, 교수님께서는 제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회의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저를 합리주의자로 판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반면, 다른 특별한 인연이 있는 교수님께서는 제 결정에 실망하며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교수님께서는 인간관계에서 항상 먼저 공사(公私)를 구분한 후,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셨으며, 그런 점에서 저와 성향이 닮아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대학 총장 선거에 출마하셨을 때,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국책사업 선정 준비를 담당하는 본부 보직의 테크노파크 추진기획단장을 맡고 있어 선거에 개입하기 어려운 입장이었습니다. 이를 솔직히 말씀드리자 교수님께서는 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 주셨고, 저를 나름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일부 사람들로부터 제가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후 저는 교수님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하였고 역시 교수님으로부터 골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골프 연습장에서 교수님께 지도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교수님께서는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러한 친분을 바탕으로 사모님께서 대구에 오실 때면 제 가족과 함께 두 가족이 종종 식사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정년퇴임 후 교수님께서는 그간 대리인에게 맡겨둔 두 개의 회사를 직접 경영하시다가, 어느날 제한테 이런 전화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팔공산 사업장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려 하셨으나, 동화사 측에서 지하수맥이 끊길까 우려하며 반대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에 과학적 접근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듣고, 한국농어촌공사 경북본부의 지하수 담당자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으셨고, 저의 도움에 깊이 감사해하셨습니다.
정년 이후 상당 기간 이렇게 직접 회사를 경영하시다가 자녀에게 경영을 맡기시고 서울로 거처를 옮기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지가 그리 오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대구로 내려오셔서 미뤄둔 집필 활동을 시작하시고, 동료 교수님들과 가끔 골프를 하시며 지내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러던 중, 교수님이 저에 대한 글을 써 주신 회상록을 전달해 드리려 저와 통화한 것이 마지막 대화가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이문조 교수님,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깊은 지혜와 따뜻한 인품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이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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