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삶을 지키는 ‘거리두기’의 지혜: 물러서야 할 인간관계의 경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ㆍ행정학박사
우리는 하루하루의 삶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모든 만남이 다 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관계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그릇된 인연이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곁에 두어야 할 사람과 멀리해야 할 사람을 분별하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간격이 아니라, 인격과 품성의 경계를 확인하는 지혜의 척도이다.
이 글은 삶을 지키는 ‘거리두기’의 지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물러서야 할 사람들에 대한 속담, 고사성어, 성경구절, 위인의 명언으로 배우는 인간관계의 경계를 다루고 있다.
“군자는 가까이하되 붕우는 되지 않는다” 인격의 필터를 갖추라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무소쟁야(君子無所爭也)”라고 말하였다. 군자는 함부로 다투지 않는다. 이는 곧 품격 있는 사람은 자존심을 걸고 불필요한 싸움에 나서지 않으며, 감정의 소모를 일으키는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뜻이다. 특히 “예의가 없는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말라”는 공자의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예의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이자 타인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예의를 무시하는 이는 결국 타인의 경계도, 고통도, 존재도 무시한다. 이런 사람은 가까이할수록 자신을 깎아먹게 된다.
“못된 이와 벗하면, 덕이 줄고 근심은 는다” 덕없는 자와의 관계는 독이다
한국 속담에는 “나쁜 친구 하나가 열 좋은 친구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관계의 전염성에 대한 경고다. 행동이 무례하고, 말이 지나치고, 책임은 남에게 돌리며, 자신의 잘못을 돌이킬 줄 모르는 사람은 한 마디로 ‘독이 되는 사람’이다. 성경에서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 33절에서 “속지 마라. 나쁜 친구가 선한 행실을 망친다.” 라고 분명히 말한다
관계는 선택이며, 그 선택은 곧 자신의 인생을 빚는 도구가 된다. 악한 이와의 동행은 절대 선한 길을 함께 갈 수 없다.
“근묵자흑 근주자적”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닮아간다
고대 중국의 교훈적 성어로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지고, 붉은 단지를 가까이 하면 붉어진다(近墨者黑, 近朱者赤)"가 있다. 이는 환경과 사람의 영향을 강조하는 말이다. 일상의 대부분을 함께하는 사람이 부정적이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자신도 모르게 그 색에 물들기 쉽다. 잦은 비난, 끊임없는 불평, 음해와 음모를 즐기는 사람은 곁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만든다. 정신의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이런 이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다.
“말을 아끼는 자는 지혜롭고, 감정을 다스리는 자는 강하다” 언행이 경솔한 자를 경계하라
성경 "잠언" 29장 11절에는 “어리석은 자는 자기 분을 다 드러내지만, 지혜로운 자는 그것을 억제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감정을 함부로 쏟아내며, 남을 상하게 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며 성장하지 못한 인격을 드러낸다. 격언에 이르기를 “화는 입에서 나오고, 몸은 말로 망한다(禍從口出, 身由言敗)” 했다. 말을 가리지 않고 뿜어내는 이는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언젠가 자신도 그 말에 의해 넘어질 수 있다. 감정과 말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혼란을 주변에 전이시키는 존재가 되기 쉽다.
“사람을 보면 길을 바꾼다” 피하는 것도 지혜다
"맹자"에는 “인사불성즉퇴(人事不成則退)”, 사람과 일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곧, 인간관계에서 맞지 않는 사람,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사람과의 관계는 무리해서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때로는 ‘함께하지 않음’이 최선의 배려이자 자기 보호일 수 있다. “마주쳐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지혜로운 자기 경계의 표현이다.
피해야 할 사람과의 거리를 지키는 것은 현명한 지혜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지만, 모든 관계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자는 무례한 자와는 친구가 되지 말고, 불의한 자와는 함께하지 말라.” 라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마음이 닳고, 삶의 방향을 잃어가기도 한다. 그런 때일수록 우리는 고전과 성경, 위인들의 지혜를 통해 어떤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거절은 무례가 아니다. 때로는 나를 지키는 가장 깊은 예의다. 당신의 인격과 평화를 위해, 피해야 할 사람과의 거리를 지키는 것이 삶의 품격이자, 지혜가 된다.



사진/이성근. 서귀포 법환포구 앞에 자리한 범섬의 해무(202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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