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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관계는 믿고 지겨주며  참아내는 깊은 사랑과 성령의 열매를 닮은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부모, 부부, 친구는 관계의 시작이다

부모는 속아주고, 부부는 지켜주며, 친구는 참아내는 것이다.”

이 짧은 문장은 인간관계에서 요구되는 본질적인 덕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정작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고, 지금 돌아보면 아쉬움이 크다. 그 아쉬움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

부모는 자녀의 가능성을 믿으며, 인내로 키우는 소망의 신념이다

부모는 자녀에 대한 실망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알면서도 모른 척 감싸주는 ‘속아줌’은 조건없는 신뢰이자 오래 참음과 사랑의 실천이다.

성경 고린도전서 13장 7절은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고 가르친다.


부모의 속아줌은 포기가 아니라, 인내로 키우는 소망의 신념이다.

부부는 삶을 동행하는 믿음의 동반자이다

‘지켜준다’는 것은 막아주고 품어주는 충성과 진실함을 뜻한다. 갈등이 있어도 “이 사람은 여전히 내 편”이라는 신뢰를 잃지 않는 믿음이 부부의 핵심이다.

마틴 루터 킹은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부가 서로를 지켜주는 것은 충성과 절제, 온유와 화평으로 미래를 함께 창조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우정은 ‘참아내는 관계’다

친구는 서로의 부족함을 품고, 오해와 갈등 속에서도 자비와 온유로 관계를 지켜간다.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하였고, 성경 로마서 12장 18절은  “가능하거든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고 가르친다.

우정은 조화를 넘어선 화평, 균형보다 깊은 자비의 태도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참음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며, 상호 존중 안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형제, 이웃, 스승과 제자는 삶의 울타리이다

형제자매는 혈연의 울타리이지만, 때로 오해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상처받기 쉽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억을 잊는 긍휼’과 ‘과거를 묻지 않는 자비’이다.

형제는 불편해도 남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갈등을 넘어 화목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은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중요하다.

“선을 넘지 말고 정은 남기라”는 말처럼, 절제와 온유, 신중함과 배려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유지되려면 적당한 거리 속에서 사랑과 신뢰가 자라야 한다.

사제지간과 직장 동료는 수직성과 수평성이 교차하는 관계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존경과 신뢰, 동료 사이에는 책임과 충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자는 “가르침은 본이 되어야 하며, 존경은 품격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하였고*1), 성경 마태복음 20장 26절은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2)고  가르친다.

믿어주고, 지켜주며, 참아내는’ 세 가지 태도는 인간관계의 본질이자 성령의 열매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방식이다

부모는 자녀를 믿어주고, 부부는 서로를 지켜주며, 친구는 참아내며 사랑과 자비를 실천한다. 덕목은 서로 다르지만, 그 정신은 같다. 바로 상대를 향한 화평, 온유, 절제, 자비의 태도이다.
모든 관계는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나는 관계를 위해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관용할 수 있는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처럼, 품격 있는 관계는 내가 먼저 건네는 말과 행동에서 시작된다.

현대 사회는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며 관계를 도구처럼 여긴다. 그러나 진정한 관계는 상대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인내하는 마음, 그리고 절제되고 겸손한 태도 위에서 자란다.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이유는 단지 연결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본받아 살아가기 위해서다.

요한복음 13장 34절에서는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결국 사람다운 관계란 하나님의 품성을 따라 끝까지 사랑하려는 의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참고자료
1) 공자의 화이부동의 의미
공자는 ‘다름을 인정하되, 조화롭게 살자’는 철학적 균형의 미덕을 가르친다.
2)  로마서 12장 18절의 의미
로마서는 ‘화목을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라’는 윤리적 실천을 가르친다.
3) 차이점
따라서 공자는 이성적 균형을, 성경은 사랑과 희생의 감성적 실천을 통해 각각 화목을 바라보는 것이며, 동일한 조화의 목적을 향하지만 철학적 길과 신앙적 길에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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