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층이 즐기는 파크골프의 리듬과 배려의 미학에 대한 단상"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고은층(고령자·은퇴자)이 즐기는 파크골프의 놀이에는 삶의 지혜와 철학이 담겨 있다. 최근 전국 각지의 파크골프장은 새벽부터 붐빈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나 운동을 넘어, 파크골프는 고은층의 일상과 삶의 태도를 반영하는 새로운 문화이자 철학적 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
파크골프는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작은 공 하나를 목표로 보내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요소가 작용한다. 특히 고은층에게 파크골프는 ‘배려와 존중, 그리고 조절’이라는 인간관계의 세 가지 미덕을 실천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는 곧 파크골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예의와 도덕’을 전제로 한 놀이임을 말해준다.
파크골프의 시작은 흐름이다. 흐름이 깨어지면 몸도 마음도 흐트러진다. 파크골프의 기본 흐름은 '셋’이다. ‘하나’는 상황 판단이다. 지형과 바람, 거리와 방향을 파악하는 인지의 단계다. ‘둘’은 자세 정립이다. 중심을 잡고 자세를 고정하는 몸의 준비다. ‘셋’은 티샷이다. 그 모든 준비를 응축해 공을 날리는 실행의 순간이다. 이 세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파크골프는 흐름의 놀이가 된다.
파크골프의 셧(shot)은 리듬이다. 파크골프에서의 타격은 단순한 힘의 분출이 아니다. 먼저 ‘들고’, 다음에 ‘친다’. 그리고 잠시 '멈춤'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도 리듬과 조율이 있다. 급하거나 조급하면 방향을 잃는다. 마치 인생사에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앞뒤 맥락과 조화를 살펴야 하듯이, 파크골프의 셧도 리듬과 타이밍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파크골프는 ‘어프로치’의 예술이다. 티샷 이후 공을 홀컵에 가까이 붙이는 어프로치는 거리 감각, 손끝의 조절, 그리고 마음의 평정이 요구된다. 이는 고은층의 삶이 그렇듯, 욕심을 줄이고 완급을 조절하며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지혜를 요구한다. 어프로치의 정밀함은 곧 인생의 중후반을 살아가는 지혜의 깊이와 닮아 있다.
파크골프의 전개는 세 가지 구성으로 설명된다. 첫째는 티샷, 둘째는 어프로치, 셋째는 홀인이다. 시작에서 방향을 잡고, 중간에서 조율하며,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이 삼단 구성은 고은층의 삶을 상징한다. 인생 또한 청년기라는 티샷, 장년기의 어프로치, 그리고 노년기의 홀인으로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한 단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각 단계는 다음 단계의 질을 결정한다. 이는 곧 파크골프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생의 축소판임을 일깨운다.
무엇보다도 파크골프는 ‘반복되는 흐름과 리듬’의 놀이이다. 매 홀마다 새로운 흐름이 있고, 리듬이 있으며, 마침내 홀인이 있다. 그리고 잠시의 휴식이 주어진다. 그 사이에 웃음도 있고 실수도 있고 때론 양보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위에는 상대를 향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조절이 깔려 있다. 이는 고은층이 오랜 삶을 통해 체득해 온 덕목이자, 다음 세대가 배워야 할 인간관계의 본보기다.
파크골프는 경쟁보다 선린에 가깝고, 승부보다 동행을 중시한다. 스코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어떻게 어울렸는가이다. 공 하나를 중심에 두고 네 사람이 팀을 이루어 함께 걷고 함께 멈추며, 공의 방향만큼이나 자신의 품격을 다듬는다. 그래서 파크골프는 몸과 마음으로 익히는 품격 있는 예절의 장이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대화의 공간이자,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쉼의 시간이다.
이제 파크골프는 고은층의 놀이를 넘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 속에는 삶의 리듬, 관계의 미학, 인격의 깊이가 있다. 나아가 이는 단지 고은층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본받아야 할 ‘품격 있는 놀이의 철학’이다. 파크골프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리듬은 조화로운가? 당신의 샷은 부드러운가? 그리고 당신의 어프로치에는 배려가 있는가?
이 세상의 파크골프를 즐기는 고은층이여! 우리 모두 이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합시다. 그리고 즐겁게 놀이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건강을 지켜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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