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향성에 대한 논의"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오늘날 우리는 'V.U.C.A.¹' 시대, 즉 변동성과 불확실성, 복잡성과 모호성의 세계에 살고 있다. 기술과 환경, 가치와 정체성의 틀이 흔들리는 이 시대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의 급류다. 여기에 정치·경제·외교·안보·기후·환경·저출생·고령화 등 복합 위기가 국내외적으로 중첩되며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올바른 ‘정향성(定向性)’이다. 방향이 없는 속도는 혼란이고, 가치가 없는 발전은 파괴이며, 사람이 없는 조직은 실패로 귀결된다. 이 글은 이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곱 가지 정향성의 핵심 가치를 질문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어떻게 사람을 세울 것인가? 사람경영의 정향성
“사람이 먼저다.” 이 단순한 구호야말로 불확실성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해답일 수 있다. 조직이든 국가든 ‘사람을 세우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관점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인간은 생물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정신적·철학적 존재라는 총체적 이해가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반드시 아주 쉬운 일에서 비롯되며, 세상에서 아무리 큰일이라도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天下之難事 必作於易, 天下之大事 必作於細).”²
사람을 세우는 일은 태도에서 출발하며, 위대한 조직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중에서 비롯된다.
마태복음 7장 12절은 이렇게 가르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³
사람에 대한 바른 인식과 대우는 곧 세상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어떻게 마음을 정할 것인가? 마음경영의 정향성
정향성은 단지 외부 방향만이 아니라 내면의 방향도 포함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길을 잃고, 마음이 정해지면 길이 보인다. 혼란한 시대일수록 마음 수련과 명상, 영성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성찰하는 것은 존재의 중심을 세우는 작업이다.
맹자는 “마음을 잃은 자는 사람을 잃고, 사람을 잃은 자는 세상을 잃는다”⁴고 하였다. 오늘날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보다 성찰이며, 지식보다 자각이다.
마더 테레사는 “평화는 미소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마음의 평정과 중심이 결국 공동체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사고경영의 정향성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의 이 말처럼 인간의 위대함은 사고에서 비롯된다. 생각이 흐트러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판단이 흔들리면 조직과 사회는 무너진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이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윤리적 사고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철학자 칸트는 “감히 생각하라! 너 자신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Sapere aude)”⁵고 말했다.
고사성어 “심사숙려(深思熟慮)”는 깊이 생각하고 익히 살피는 자세가 즉흥적 판단의 위험을 막는다는 교훈을 준다. 사유 없는 실행은 위험이며, 사유 있는 침묵은 지혜다.
어떻게 공감을 얻을 것인가? 공감경영의 정향성
인간관계는 논리보다 정서에서 무너진다. 오늘날 조직 내 소통과 사회적 갈등의 본질은 공감 결핍에 있다. 공감은 단순한 동의가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경청과 배려, 존중과 사랑이 실현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고 했다. 이는 언어가 아니라 공감에서 비롯된 말의 무게를 말한다.
로마서 12장 15절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가르친다. 이는 공감의 윤리를 넘은 삶의 태도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공감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며, 공감은 나약함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윤리다.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협업경영의 정향성
현대사회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복합적 구조다. 문제는 ‘함께’하는 데서 시작되지만,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는 기술이 아닌 태도의 문제다. 공유와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서로를 진화시키는 상호창조의 구조다.
고사성어 “동주공제(同舟共濟)”⁶는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뜻이다. 이기(利己)와 경쟁이 아닌 신뢰와 협력이야말로 위기 속 공동체를 살리는 힘이다.
헬렌 켈러는 “혼자서는 조금밖에 할 수 없지만, 함께하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⁷고 말했다. 협업은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다.
어떻게 사람/국민을 통합할 것인가? 거버넌스경영의 정향성
사회적 국가적 위기일수록 리더의 책무는 사람/국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데 있다. 통합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는 ‘공의(公義)’의 과정이며, ‘정의’와 ‘공정’의 구현 없이는 불가능하다.
논어 안연편 제12-17장에 공자는 “정자정야(政者正也)”라 하였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며, 지도자는 스스로 바름으로써 국민을 따르게 해야 한다.
아브라함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강조했다. 공공성과 이타성(利他性)은 거버넌스의 뿌리다.
어떻게 세상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 지구촌경영의 정향성
오늘날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자원 고갈 등은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비극이다. ‘후생(厚生)’과 ‘공존’은 단지 윤리적 개념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편협한 세계관은 결국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즉 하늘과 인간이 하나라는 동양적 자연관은 이제 다시 소환되어야 한다.
시편 24편 1절은 선언한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다.”
이제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생명 중심의 윤리로 전환할 때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방향이 곧 희망이다
미래는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정향성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태도이며, 기술보다 철학의 문제다. 사람이 먼저이고, 마음이 기준이며, 생각이 중심이고, 공감이 바탕이며, 협업은 수단이고, 통합은 목표이며, 지속가능성은 최종 지향이다.
동양 격언에 “근본이 바로서야 줄기와 잎이 무성하고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 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이 ‘근본’이라는 뿌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불확실성은 혼돈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며, 정향성은 그 속을 걸어갈 이정표다.
방향이 바로 설 때, 미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참고자료
1) VUCA 시대는 미국 군대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개념이다.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대 사회의 속성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2) “天下之難事 必作於易, 天下之大事 必作於細(세상에서 어려운 일도 쉬운 일에서 비롯되고, 큰일도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노자"의 사상을 한비자가 주석한 ‘유노편(喩老篇)’에 실려 있으며, 이를 사마천이 "사기"에 인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마태복음 7장 12절은 예수의 산상수훈 중 ‘황금률(Golden Rule)’로 알려진 말씀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4) “마음을 잃은 자는 사람을 잃고, 사람을 잃은 자는 세상을 잃는다”는 문장은 맹자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의역한 표현이다. 원전의 정확한 문장은 다르나, 인간 내면/마음의 수양이 존재의 근본임을 강조한 맹자의 철학적 핵심을 반영하고 있다.
5) “Sapere aude! Habe Mut, dich deines eigenen Verstandes zu bedienen!(감히 생각하라! 너 자신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는 칸트가 1784년 "계몽이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한 말로, 계몽주의 정신을 상징하는 대표 문구다.
6) '동주공제(同舟共濟)’는 "손자병법" ‘구지편’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서로 적대하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이 같은 배를 타고 풍랑을 만나자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한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협업의 정신과 공동체적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7) 헬렌 켈러의 “Alone we can do so little; together we can do so much(혼자서는 조금밖에 할 수 없지만, 함께하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협업의 철학과 공동체의 가치를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명언이다.
8) 논어 안연편 제12- 17장에 따르면, 공자는 “政者正也(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지도자는 스스로 바르게 행함으로써 백성을 따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리더의 도덕성과 모범의 중요성을 말하는 고전적 리더십의 원형이다.

베트남의 국토구조와 해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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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고원에 자리한 달랏시 야경

달랏시로부터 자동차 50분 거리에 있는 까오닷 운무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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