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의 문을 열며: 골프장에서 배우는 사회심리학"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전 대구경북연구원장
신제주인ㆍ 서귀포 거주 3년차
강창학 파크골프장의 A8번 홀은 "서울대 문", B8번 홀은 "연세대 문"으로 불린다. 이 명칭은 티샷을 통과하기 어려운 홀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경기자들은 이 홀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서울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연세대 문을 넘을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긴장감을 드러낸다. 문제는 이러한 말과 생각이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많은 경기자가 이 두 홀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티샷을 날린다. 그러면 실제로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에서 말하는 자멸적 미래예측(self-defeating prophecy)과 관련이 있다. 스스로 실패할 것이라 예측하면 그 생각이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반면, 별다른 부담 없이 평소처럼 경기에 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수월하게 홀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긍정적 마음가짐이 실제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충적 미래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에 관련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 두 홀을 극복할 것인가? 필자는 사회심리학적 접근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전자가 아닌 후자의 미래예측을 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접근법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를 '파크 골프의 사회심리적 접근법'이라 명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서울대 문", "연세대 문"이라는 명칭은 경기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 홀의 명칭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A8번 홀은 여덟 번째 관문이라는 의미에서 "제1 팔관문 또는 1관문"이라 부르고, B8번 홀은 "제2 팔관문 또는 2관문"으로 명명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 A9번 홀(파5)의 명칭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홀은 페어웨이 중앙에 키 큰 소나무 두 그루가 우뚝 서 있어, 그 사이를 통과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이 홀은 '운칠기삼' 또는 '운구기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경기자들에게는 티샷이 두 소나무 사이를 통과하면 운수대통한 날이 된다.
이에 필자는 이 홀의 명칭을 "운수대통문"으로 제안하며, 이를 줄여 "운수문", "대통문", "운통문" 등의 이름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명칭이 붙으면 해당 경기자는 '운수대통한 날'을 기념할 수 있고, 동반자들에게도 '운수대통한 사람'과 함께한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인드로 도전하는 태도를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사회심리적 접근 방식이 된다. 결국, 골프장에서 배우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 고은층(고령층과 은퇴자층을 줄여서 필자가 만든 말)의 긍정적 사고와 적극적 행동이 현실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이다. 우리가 긴 여정의 인생과 소소한 일상에서 어떤 문을 마주하든, 그것을 긍정의 문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용어해설
1) 사회심리학과 긍정심리학
사회심리학은 개인이 사회적 환경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연구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 사회적 영향, 집단 행동, 태도 변화, 편견과 고정관념 같은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동조(conformity)나 사회적 역할(social roles) 연구가 대표적이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강점, 행복, 웰빙, 삶의 만족, 회복탄력성(Resilience) 등을 연구하며, 개인이 더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둔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주창했으며, 행복(positive emotions), 몰입(engagement), 의미(meaning) 등 긍정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요약하면, 사회심리학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학문이고,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행복과 긍정적인 삶을 향상하는 데 집중하는 학문이다.
2) 자충적 미래예측(Self-fulfilling Prophecy)과 자멸적 미래예측(Self-defeating Prophecy)
두 개념 모두 미래에 대한 예측이 현실에 영향을 미쳐 결과를 변화시키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대표 학자는 로버트 머턴(Robert K. Merton, 1910–2003)으로 사회학에서 이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였다. 예측이 행동을 변화시켜 현실이 그 예측에 맞춰지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자충적 미래예측은 어떤 예측이 행동을 유도하여 결국 예측된 결과가 현실이 되는 현상이고, 자멸적 미래예측은 어떤 예측이 행동을 변화시켜 결국 예측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다.
둘 다 예측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3) 팔관문과 운수대통
팔관문은 삶의 어려운 난관과 힘든 관문을 원만하게 통과하는 것을 의미하며, 운수대통은 이러한 난관을 운 좋게 헤쳐 나가는 것을 뜻한다. 두 개념 모두 인생의 장애물을 넘어 성공과 번영에 이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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