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과 끈기의 민족,
베트남인의 삶과 기질에 대한 다섯 가지 단상"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달랏에서 얻은 짧지만 깊은 인상
최근 4박 5일간 베트남 중남부의 고원도시 달랏을 찾았다. 해발 1,500미터의 서늘한 공기, 소박하고 단아한 자연 풍광, 그리고 고즈넉한 도시의 리듬 속에서 오랜만에 여행의 여유를 누렸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양을 넘어, 그간의 베트남 관련 경험과 맞물려 그들의 삶과 기질을 새롭게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베트남을 찾았다. 대학 재직시절 호치민시 단과대 연수, 연구원 원장 재직시절 하노이의 자매결연 방문, 그리고 교수 시절 베트남 유학생들과의 교류 등으로, 그들의 생활 태도와 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달랏에서의 며칠은 그 모든 경험을 하나로 엮어, 베트남인의 민족적 기질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게 했다.
하나는 불행 속에서 찾는 긍정이다
베트남인의 삶에는 긍정이 체질처럼 스며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그들은 역경 속에서도 반드시 희망의 단초를 발견한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도 “이웃의 큰 사고에 비하면 가벼운 부상”이라며 안도하는 모습은 낯설고도 인상 깊다.
이러한 태도는 오랜 전쟁과 가난을 견디며 ‘지금 이 정도면 감사하다’는 생존의 지혜가 뿌리내린 결과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바로 여기에 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온화한 미소 역시 이 긍정의 결실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듯,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
둘은 ‘들이대기’의 적극이다
베트남의 도시 거리는 오토바이 물결이 쉼 없이 흐른다. 대중교통이 충분치 않은 환경에서 오토바이는 삶의 발이자 날개다. 그 운전 방식은 대담하다 못해 무모해 보일 때도 있다.
관광 가이드가 웃으며 말했다.
“10분 거리도 머뭇거리면 1시간이 걸립니다.”
베트남인의 적극성은 시간을 단축하고, 기회를 붙잡게 하는 힘이다. 때로는 위험을 부르기도 하지만, 사고가 나도 다시 ‘긍정’의 1번 항목으로 돌아가 “이번엔 운이 좋았다”고 여기는 순환 구조를 지닌다. 이 적극성은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추진력의 원천이 된다.
셋은 저녁을 함께하는 가족애의 문화이다
베트남인은 동남아 여러 나라 중에서도 특히 가정 중심적이다. 하루 일을 마치면 저녁에 일찍 귀가해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가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자,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옛말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몇 해 전 베트남 정부가 ‘공무원 낮술 금지’를 추진한 적이 있다. 이는 단순한 절주(節酒) 정책이 아니라, 고유한 베트남 문화를 극복하는 행정혁신의 조치였다. 특별히 한국의 다문화가정에서도 베트남 여성들의 가정적 성품과 가족애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넷은 역사 속에서 단련된 끈기의 자주성이다
베트남의 역사는 침략과 저항의 연속이었다. 프랑스 식민 지배, 미국과의 전쟁, 중국·캄보디아와의 무력 충돌까지 숱한 국난을 견뎌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인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신념을 굳혔다.
오늘날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가능하면 자력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강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처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자주성은 향후 국가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다섯은 북과 남, 동과 서의 융합이다
베트남은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지형만큼 문화적 스펙트럼도 넓다. 북쪽은 중국과 인접해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남쪽은 남방 불교문화가 뿌리내렸다.
프랑스 식민 시기의 건축·언어·요리, 미국과의 전쟁 이후 스며든 서양 문화까지, 이 땅에는 다양한 문화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음식에는 아시아와 유럽이, 언어에는 고유어와 프랑스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러한 융합성은 갈등보다 조화를, 폐쇄보다 개방을 지향하게 만든다.
베트남의 미래를 여는 다섯 가지 기질
달랏에서 다시 확인한 긍정, 적극, 가족애, 자주성, 융합성은 단순한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역사와 환경이 빚어낸 민족적 자산이다. 이 기질은 베트남이 국제무대에서 주저 없이 뛰어들게 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미래는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베트남인의 삶이 보여주는 긍정과 끈기는, 변동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귀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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