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난 지구의 화를 풀어야 한다: 고은층의 여름 성찰"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ㆍ행정학박사
더위 속의 인간사
옛날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구전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움직이면 돈을 쓰고, 소가 움직이면 똥을 싼다. 사람이 화를 내면 욕을 먹고, 거만하면 손해를 본다. 아이는 만지면 울고, 여자는 건드리면 탈이 난다.”
이러한 표현들은 매사에 근검과 절약, 조절과 겸손, 그리고 신중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올여름 우리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특히 고은층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숨쉬기도 버거운 날들이 이어진다.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 앞에서 우리는 또다시 “올해는 유난히 덥다”고 말하면서 지낸다.
지구의 화(火)와 또 다른 화(禍)의 기후위기
사람들은 말한다. “지구가 화났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산업화 이후 배출된 온실가스, 무분별한 개발, 탐욕적 소비가 지구의 분노(憤怒)를 불러왔다.
기후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경고했다. “지구는 살아있는 '가이아'이며, 인간의 행위에 반응한다.”1)
탈난 지구의 화(火), 곧 기후위기는 인간이 만든 불씨이자 인간이 감당해야 할 또 다른 화(禍) 곧 재앙이다. 우리는 지구 위에 살면서도 그 뿌리인 자연을 거슬러 왔다.
지구에게 구해야 할 용서
그렇다면 지구의 화는 누가 풀어야 하는가?
바로 우리, 지구공동체의 구성원 각자다. 성경은 묻는다. “네가 어디 있느냐”(창세기 3:9).
오늘날 이 물음은 “지구 앞에서 너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된다. 먼저 잘못을 깨닫고 지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공자는 말했다. “과실을 고치지 않는 것이 참된 과실이다.”
우리가 지난 세기의 과오를 고치지 않는다면 지구의 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작은 실천, 지속의 힘
경제학자 슈마허는 말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2) 지구의 화는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는다. 오랜 세월 쌓인 문제이기에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쓰레기 줄이기, 에너지 절약, 나무 심기와 같은 소소한 행동들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
이탈리아의 ‘슬로우 시티’를 상징하는 달팽이는 느림과 지속의 지혜를 상징한다.3) 특히 혹서기의 고은층에게는 이 ‘느림의 지혜’가 필요하다. 속도를 늦추고 절제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이다.
함께 살아갈 지혜
인간과 지구의 관계도 상호 존중과 절제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특정 세대나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학자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경고했다.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려 드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파괴한다.”
따라서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길, 곧 공생(共生)과 상생(相生)의 지혜가 절실하다. 특히 고은층은 지난 세기의 산업 발전을 경험한 세대로서, 책임과 지혜를 나눌 의무가 있다.
지구를 살리는 삶의 태도
올여름 극심한 더위는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의 신음이며 경고다.
오늘 우리가 사랑으로 지구를 치유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지구의 화는 조금씩 풀릴 것이다.
완전한 해법은 없지만 불완전한 노력이 모여 희망의 길을 연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오늘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내일 지구의 웃음을 되찾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자. 고은층의 여름 성찰이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1) 가이아 가설(Gaia hypothesis/Gaia theory)은 지구는 세포조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또한 지구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에 의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상태가 항상성을 가지므로 지구와 지구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하나의 생명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설명하기도 한다. 제임스 러브록이 제안하였으며, 이름의 유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이아이다.
2)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는 독일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첫 수필집이다. 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문장은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 사람들에게 보다 더 효과적인 것을 묘사할 때 종종 쓰인다. 즉, '큰 것이 더 낫다'라는 것과 대조적으로 쓰이며, 1973년에 출판된 후 많은 도전을 받기도 하였다. 1995년에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책 100권 안에 들기도 하였다.
필자가 사용한 의미와 슈마허의 의미는 다르지만, 그 문장이 주는 울림은 같다.
3) 슬로시티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국제운동으로, 잃어버린 자연과 문화를 보호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느리게 살아가는 마을과 도시들을 지향한다. 달팽이는 이러한 느림의 철학을 대표하며, 슬로시티 운동의 핵심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4)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은 필자가 주관하고 필자의 제자들과 몇몇 전문가들의 참여로 출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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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녹색성장 | 이성근 외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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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구를 살리는 65+ 가지 실천방법"은 필자가 대구경북연구원장 재직시에 연구원들이 집필하여 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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