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1일, 싸락눈이 내리는 아침, 나는 서귀삼연(西貴三然) 두 명과 함께 오랜만에 고근산을 찾았다. 고근산은 한라산의 정기가 태평양으로 뻗어나가기 전, 잠시 멈추어 힘을 모으는 풍수적으로 중요한 산으로, 서귀포 혁신도시가 자리 잡은 배경이 된다. 이곳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특별한 산이다.
세 해 전 서귀포 혁신도시에 정착한 뒤, 한때 자주 찾던 고근산을 오랜만에 다시 방문했지만, 산은 마치 나를 기다린 듯 여전히 온화한 품으로 맞아주었다. 놀랍게도 12월 중순의 고근산에서는 가을, 겨울, 봄이 공존하는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고근산의 가을 풍경, 단풍과 억새숲
고근산의 경사면 곳곳에는 아직도 가을의 풍경인 단풍이 오색 물결을 이루며 빛나고 있었다. 이맘때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 드물지만, 고근산에서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길을 따라 이어진 나무 계단을 오르며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정상 부근의 둘레길에서는 억새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는데, 늦가을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마음을 설레게 했다.
고근산에서 본 한라산 설경과 서귀포 전경
둘레길을 따라 북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하얀 눈으로 덮인 한라산 설경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한라산의 겨울 풍경은 고근산의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 더욱 돋보인다. 또한, 푸른 겨울 바다가 멀리 동쪽과 남쪽으로 시원하게 이어져 섶섬, 문섬, 새섬 같은 서귀포의 섬들과 새연교가 어우러진 전경을 선사한다. 겨울 아침의 싸락눈은 이 풍경에 고요함을 더해주었다.
고근산에서 봄을 노래하는 철 이른 진달래
둘레길 남쪽 편에서는 뜻밖의 봄을 만날 수 있었다. 따뜻한 기운을 받아 일찍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진달래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는 꽃봉오리를 맺으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듯했다. 고근산은 겨울 속에서도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주며 우리들에게 희망을 선사해 주는듯 싶었다.
세 계절이 공존하는 특별한 고근산
고근산은 서귀포 혁신도시의 배후에 자리 잡은 산으로, 태평양을 향한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사방으로 서귀포의 주요 장소들을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 북쪽의 한라산에서 남쪽의 범섬까지, 서쪽의 산방산에서 동쪽의 새섬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고근산 정상에서만 누릴 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이다.
12월 중순에도 여전히 가을, 겨울, 봄의 정취가 공존하는 고근산. 이곳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서귀포의 보물 같은 산이다. 고근산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 언제든 다시 찾아오는 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것이다.
고근산에서 봄을 노래하는 철 이른 진달래
고근산의 가을 풍경과 서귀삼연
고근산에서 본 서귀포 전경
고근산 분화구의 억새숲
참고자료
고근산(孤根山)은 서귀포시 신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기생화산으로 정상에 깊지 않은 원형분화구를 갖고 있는 오름(측화산)이다. 높이가 396m로 지표에서 171m, 둘레 4,324m로 되어 있는 산이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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