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수 정년을 수년 앞두고 대구경북연구원(이하 대경연) 원장으로 일할 기회를 가졌었다. 이 기간에 교수 개인으로 수행하기 힘든 특별한 연구경험을 하였다. 내가 기획하고 주도한 특별히 기억나는 몇 개의 연구과제가 있다. 이들 연구과제는 대부분 연구원의 연구원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업적 연구로 이루어 졌고, 연구결과물은 서적으로 출판되거나 보고서로 출판되었다.
내가 이들 연구원의 연구과제를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연구결과가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에도 이론적 정책적 실천적으로 중요한 화두와 시사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연구원 미션을 명확하게 하면서 수행한 "H2O 지역개발론"이다.
"H2O 지역개발론"은 이성근・김보영・박은희・임성호・안지민 5인 공저로 2012년에 출판사 집현재에서 출판하였다.
우리 국민은 행복, 희망, 그리고 기회균등한 세상을 원하며, 역대 정부들은 이를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아왔다. 그러나 국제 및 국내 행복지수 평가에서 한국 국민의 행복도는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과 국민 체감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대경연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2O(행복, 희망, 기회)를 지역발전의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H2O는 물의 속성에서 영감을 받아 소통, 순환, 생명, 평등, 투명, 융합이라는 철학적 가치를 지역개발 전략에 접목시키는 이론이다. 이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
H2O 지역개발이론은 기존의 투입과 산출 중심 개발을 넘어 주민의 주관적 만족감 즉, 행복(Happiness), 희망(Hope), 기회(Opportunity)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이는 지역개발 과정에서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고,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와 생태적 미래가치를 고려하며, 내발적 발전을 지향한다. 또한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소통, 순환, 생태, 평등, 투명, 융합의 여섯 가지 전략을 활용하여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다.
H2O 지역개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을 통해 실행 가능하다. 지방정부는 지역 H2O 수준을 진단하고 3개년 이행계획을 수립하며, 중앙정부는 이를 지원 및 평가한다. 궁극적으로 H2O 지역개발은 객관적 조건의 개선뿐만 아니라 주민의 주관적 만족감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주민행복 중심의 지방적 실천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H2O 지역개발론"은 박근혜 정부시절 지역발전위원회의 비전인 HOPE 와 가치지향이 유사하다. HOPE는 행복(happiness), 기회(opportunity), 파트너십(partnerships), 그리고 어디서나(everywhere) 골고루 잘 살자이었다.
"H2O 지역개발론" 관련 참고자료
둘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기반한 자립적 지역발전론"이다. 이 책은 이성근 외 대내외 다수 전문가들의 공저로 2012년에 출판사 집현재에서 출판하였다.
그간 필자는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 소속 지방이양추진위원회,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이명박 정부의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여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장과 사단법인 대한지방자치학회 회장을 맡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그간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과 연구, 그리고 외부 자문활동의 오랜 경험에서 가진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개인적 신념이 작용하여 대경연 원장직을 맡으면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기반한 자립적 지역발전론"에 대한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 운영 패러다임이다. 이를 통해 모든 지역에 기회균등과 주민 행복을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산업화 과정을 통해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그간 분권화와 균형화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어 왔다. 이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시대적 요구이자 국가적 운명을 가르는 일이 되었다.
당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기반한 자립적 지역발전론"에서 제안한 추진과제를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과밀 문제와 지방 소외 문제는 상호 연관되어 있으므로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둘은 범부처 차원의 정책 조정과 예산 배분 강화를 위해 부총리급 컨트롤타워 설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책 기획, 예산 배분, 집행 조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셋은 지방재정제도의 혁신이 요구된다. 지방세 비중 확대, 지방소득세 독립세 전환, 법정외세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지방정부의 조세 자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조세법률주의 완화와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넷은 지역 간 협업적 계획 거버넌스를 도입하여 자립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행정구역 중심의 국토・도시계획을 넘어 광역적 중장기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방 대도시권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이 지역 순환구조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섯은 지역역량 강화를 통한 지방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와 글로컬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지역 역량이다. 지역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며, 이는 지역 주민의 학습기회 확대와 지방연구원의 역량 강화에 달려 있다. 지방연구원이 지역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음은 자립적 지역발전의 추진전략에 대한 제언이다. 이제 자립적 지역발전은 글로벌화와 지방화시대에 시대적 소명이다. 자립적 지역발전의 추진전략으로는 자조(自助), 협조(協助), 공조(共助), 국조(國助)전략을 들 수 있다.
자조전략은 지역민 스스로 자립발전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주도의 정책개발로 지역의 자립적 내생적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것이다.
협조전략은 인접지역 간 소모적 경쟁과 갈등을 해소하고, 둘 이상의 자치단체가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광역적 협력적 접근을 추구하는 것이며, 공조전략은 국가와 지방이 역할을 분담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것이다.
국조전략은 국가의 책무성에 기반하여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경연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기반한 자립적 지역발전론"에 대한 정책제언들이, 윤석열 정부들어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통합하여 지방시대위원회로 출범한 사실과 이 위원회의 중요 과제와 연결되어 추진되고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기반한 자립적 지역발전론" 관련 참고자료
셋은 자립적 지역발전의 후속연구로 수행한 "지역순환형 자립발전모델." 이성근ㆍ나중규ㆍ최영은ㆍ임규채ㆍ최용준ㆍ이정미ㆍ홍근석 7인 공저. 대구경북연구원. 2013"으로 분권과 균형에 기반한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전략 보고서이다.
"지역순환형 자립발전모델"은 궁극적으로 일자리, 소득, 기업 창출(3창)을 목표로 한다.
이 모델은 두 가지 추진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하나는 지역교육, 지역산업, 지역문화예술, 지역건강복지, 환경·안전, 지역창조·재생으로 이루어진 6진(振)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지역의 자립적 발전전략이다.
둘은 지역역량(competency), 연계협력(cooperation), 융합(convergence)이라는 3C 전략으로, 지역 내 자립성과 지역 간 협력적 융합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이 모델의 기본은
지역역량 강화를 통한 내생적 발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자치ㆍ정책ㆍ사회적 역량을 강화하여 지역순환형 자립발전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
하나는 자치역량의 강화이다. 중앙ㆍ지방 간 권한 배분, 지방재정력 증대, 지방세 자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둘은 정책역량의 강화이다. 지방연구원의 기능 확대를 통해 정책 개발과 평가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은 지역사회역량의 확대이다. 평생학습 및 주민행복 이행 계획을 통해 지역 공동체 회복과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는 중앙집중형 정책결정에서 벗어나, 지방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을 통해 자립적 발전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지역순환형 자립발전모델"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실질적 해법이다. 이 모델의 성공 여부는 지방의 미래와 국가의 전반적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당시의 "지역순환형 자립발전모델"은 현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여러 형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특히, 교육부가 추진하는 RISE 사업과 글로컬30 사업 등으로 진화되어 추진되고 있다.
"지역순환형 자립발전모델" 관련 참고자료
넷은 연구원의 젋은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집필한 "지구를 살리는 65+ 이야기. 대구경북연구원. 2013"는 환경운동실천 사례집이다.
이는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 시대를 맞아 여전히 중요한 실천사례가 된다.
그간 나는 대학에서 환경관련 강좌 개설과 교과목 개발을 병행하였다. "국토와 환경의 이해." 영남대 출판부. 2006, "녹색성장과 지역경영." 열린 시선. 2011,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법문사. 2016, "녹색경영론." 법문사. 2016 등을 출판하였다.
환경관련 활동은 경상북도 지방의제21 추진협의회 설립 초기부터 참여하였고 4년간 회장으로 활동하였다. 역점사업으로 녹색생활실천 경진대회와 환경사진전, 그린스타트운동을 추진하였고, 그 성과물로 출판도 하였다.
여기서는 대경연 원장 재직시 젋은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집필한 "지구를 살리는 65+이야기"라는 환경운동실천 사례집에 대한 소개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는 여러 종류의 위기가 혼재되어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위기의 하나가 지구의 위기이고 그 전형적인 현상이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이다.
그간 우리 모두는 지구촌이라는 행성에서 무제한적인 자연자원의 이용과 무절제의 자연환경 질서를 파괴하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왔다. 지구촌의 일원으로 지켜야 할 공통의 가치와 제도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였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에게 직면한 지구공동체의 위기상황이다.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지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에 대한 인식과 행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와 같은 문제인식과 위기의식에서 볼 때 "지구를 살리는 65+이야기"라는 환경운동실천 사례집은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 시대를 맞아 여전히 중요한 실천사례가 된다.
"지구를 살리는 65+이야기"
관련 참고자료
지방1/ 녹색성장은 녹색생활로 부터 25/027 https://lsk50.tistory.com/41
다섯은 연구원 부설 대구경북학센터의 중점사업으로 ‘역사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하에 21세기 청소년 롤 모델 100인 시리즈인 "온고지신과 창조 멘토 33인"과 "온고지신과 사회정의 멘토 33인"이라는 두 권의 책을 발간한 일이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도 지역학 연구가 태동하였다. 대경연에도 '대구경북학연구센터'가 설립되어 지역의 뿌리와 정신에 관한 연구와 함께 성과물이 있었다. 그러나 태동 초기와는 달리 활동이 저조하여, 원장 취임과 함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던 차에, 당시 지역 중ㆍ고등 학생들이 학업성적과 학우들 간 따돌림 등의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여럿 발생하였다.
이러한 배경아래, 당시 대구경북학센터의 중점사업으로 두 권의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온고지신’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온(溫)은 찾아서 풀어냄이고, 고(故)는 예전에 들은 것이며, 신(新)은 새로 얻은 것을 의미한다. 과거를 돌아보고, 그것을 현재에 조명한다는 온고지신은 역사의 교훈을 강조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오늘날 우리의 가치관과 문화는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온고지신은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유용성과 실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를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돌아본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역사에 길을 묻다" 시리즈는 이러한 온고지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인물들의 삶과 업적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정체성 확립을 돕고자 기획되었다. 이 시리즈는 "창조 멘토 33인"과 "사회정의 멘토 33인"으로 나뉘며, 창의와 혁신, 사회정의를 실천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창조 멘토 33인"은 창의, 혁신, 개척 정신을 강조하며, 문학, 예술,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조명하였다. 반면, "사회정의 멘토 33인"은 청렴과 희생, 봉사와 책임을 실천하며 사회정의를 구현한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였다. 책에는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지역정보가 포함되었다.
이 시리즈는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과거의 가치를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온가족이 함께 학습하고 현장 체험을 통해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온고지신의 정신은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지혜를 제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들 책자의 활용은 당시 대구 교육청 우동기 교육감이 교육청 홈페이지에 시리즈로 연재하여 지역 청소년들에게 온고지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인물들의 삶과 업적을 통해 스스로 비전을 설정하고 자신들의 정체성 확립을 돕는데 작으나마 이바지한 것에 보람을 가진다.
"역사에 길을 묻다"
관련 참고자료
"사회정의 멘토 33인." 대구경북연구원. 2013.
"창조의 멘토 33인." 대구경북연구원. 2012
'함께 살아가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6/ 파크골프의 운칠기삼(運七技三)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다 226 (4) | 2024.12.17 |
---|---|
인생6/ 서귀포 고근산(孤根山)의 세 계절 풍경에 대한 단상 225 (0) | 2024.12.16 |
인생4/ "행복ㆍ희망ㆍ기회균등한 사회를 위한 H2O 지역개발론" 연구에 대한 회상 223 (0) | 2024.11.26 |
인생5/ 인간관계의 육수(六守)에 대한 논의 222 (4) | 2024.11.23 |
인생6/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얻은 자연의 교훈: 도토리 거위벌레의 번식과정과 협업방식 193 (5) | 202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