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와 현대에도 사회지도층의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과 사회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총체적 국가위기에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근대 한국의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로 불리는 석주 이상용 선생과 임청각(보물 182호)을 중심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선비정신을 재조명해 보기로 한다.
먼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로마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귀족과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이 있었다.
이의 전통에 따라 1・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명문 사립학교 출신들이 참전하여 수많은 전사자가 나왔다. 포클랜드전쟁에서는 영국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류가 전투 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고, 6.25전쟁때 미군 장성아들 142명이 참전하여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하였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의 역사를 보면 시카고대학은 실업가 J. D. 록펠러가, 카네기멜런대학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재산을 출연하여 대학이 설립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총재산 1천억 달러를 세 자녀에게 각각 1천만 달러씩만 주고 나머지는 기부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워렌 버핏도 막대한 재산을 빌 게이츠재단에 기부한다고 발표하였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를 보자. 그간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경영 김영란법, 관피아, 전관예우 방지관련법안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기득권 체제유지에 대응해 온 것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윤리와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어떠하였는가?
우리 전통사회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유사한 선비정신이 있어왔다. 이는 인간으로서 떳떳한 도리인 의리를 지키고, 신념을 굳건하게 지켜내는 지조를 최고 가치로 살아가는 정신이다. 시대적 사명감과 책임의식으로 대표되는 정신이다. 상부상조, 평화와 공존, 그리고 인격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고 대의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불굴의 정신이다. 무엇보다 선비정신은 청렴을 바탕으로 공익을 우선하는 정신이다. 이에 기반하여 수많은 우국지사가 출현하여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오늘을 있게 했다.
여기서는 근대 한국의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불리는 석주 이상용 선생과 임청각을 중심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선비정신을 재조명해 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용(1858-1932)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전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인물이다. 고성 이씨 석주가문은 3대째 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독립운동 명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임청각은 석주 이상용 선생의 생가이다. 일제는 이상용 선생에 대한 보복으로 임청각의 마당 한복판을 관통하는 철도를 놓았다. 이 때문에 99칸의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은 반토막이 나고 현재 50여칸만 남아있다. 이처럼 일본은 강점기동안 여러 가지 해악을 저질렀다.
필자는 여기에서 석주 이상용 선생의 정신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는 현실안주와 기득권을 내려놓고 나라를 우선하는 애국정신이 투철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타인보다 자신이 스스로 앞장서는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가졌다. 이는 지식인으로서 위기지학보다 위인지학의 태도를 견지한 것이다. 셋째,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했다. 이는 행동하는 지성과 사회실천 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넷째, 분열보다 사회통합에 앞장섰다. 독립운동과정에서도 이견과 충돌이 있었으나 이를 화해하고 조정하려고 노력했다. 다섯째, 전 가족과 함께 이사하여 가족공동체 정신을 가졌다.
최근 정부의 관심과 지원으로 석주 이상용 선생이 재조명되고 그의 생가인 임청각이 복원되고 있다.
이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우리의 선비정신을 만나고 체험하며 실천하는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선비정신이 투철한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인재가 많이 양성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국민통합을 표방하였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이 심하다는 의미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국민분열과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 적 의무와 과거 우리 조상들이 지녔던 공의와 공존그리고 수신의 선비정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의 책임의식과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필자는 이를 총체적 국가위기상황에서 사회지도층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대구일보, 2017. 8. 16/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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