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층의 몸을 다시 세우는 일: 시작은 미약하나 마지막은 강건하리라"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머리말: 왜 지금 ‘몸을 다시 세우는가?’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문득 자신을 돌아보면, 우리는 몸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역할과 책임이 우선이었고, 몸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에 가까웠다. 그러나 정년 이후의 삶에서는 몸이 곧 삶의 방식이 되고, 자세가 곧 존재의 태도가 된다.
최근 필자는 오후 시간을 헬스장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빠진 근력을 회복하고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작은 시도이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안에서 몸을 다시 세우는 일이 단순한 건강 관리가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다잡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1)는 성경의 구절은, 지금의 이 작은 시작이 결국 삶의 마지막을 결정짓는 전환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함께 운동하는 삶: 선린과 후생의 의미
이 과정에서 만난 권 대표는 자신의 지식을 기꺼이 나누는 재능기부자이다. 그는 시간을 들여 이웃에게 몸을 쓰는 법을 가르친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 ‘후생(厚生)’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후생은 반드시 큰 것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작은 나눔이 더 깊은 울림을 만든다. 필자가 젊은 시절 교육자로서 지향했던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정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르침과 배움은 서로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운동은 혼자 할 때보다 함께할 때 더 오래 지속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우정의 세 가지 조건, 유익함과 즐거움, 그리고 가치의 공유 2)는 이 작은 운동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어깨의 힘을 내려놓는 법: 내려놓음의 철학
운동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지적받은 것은 ‘어깨의 힘’이었다. 필자는 평생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힘을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모든 운동은 힘을 빼는 데서 시작된다. 힘을 주는 것은 본능이지만, 힘을 빼는 것은 훈련이다. 노자의 말처럼 “유약(柔弱)이 강함을 이긴다”3)는 통찰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몸의 원리이다.
힘을 빼야 비로소 몸은 유연해지고, 유연해질 때 움직임은 자연스러워진다.
중심을 세우는 힘: 아랫배와 엉덩이의 재발견
어깨의 힘을 빼는 대신 강조되는 것은 중심의 힘이다. 즉 아랫배와 엉덩이이다.
정년 이후 긴장이 풀리면 몸은 쉽게 무너진다. 아랫배는 나오고, 엉덩이는 약해진다. 이는 단순한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중심의 붕괴이다.
몸의 중심은 삶의 중심과 연결된다. 중심이 바로 서지 않으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자세가 흐트러지면 삶의 태도도 흔들린다. 결국 몸을 세운다는 것은 존재를 세우는 일이다.
호흡과 자세: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기초
운동 중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숨을 쉬라”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을 멈추지 말라는 주문이다.
호흡은 단순한 생리 기능이 아니다. 그것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리듬이다. 동양의 전통이 말하듯, 조식(調息)은 곧 조심(調心)으로 이어진다.
호흡이 고르면 몸이 안정되고, 몸이 안정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결국 몸을 세우는 일은 마음을 세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기본형의 습득과 점진적 확장: 고은층 운동의 원칙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운동의 방법이다. 특히 고은층에게는 ‘많이 하는 것’보다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력 강화와 자세 운동에서는 개별 프로그램의 기본형을 정확한 동작으로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하나의 동작을 온전히 이해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지속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많은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수행하려 하기보다, 하나를 제대로 익힌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점진적 확장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가져온다.
또한 자신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체력 향상을 측정하거나, 운동의 시작과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스스로의 변화를 확인하게 하고, 지속의 동기를 강화한다.
강도와 빈도의 철학: 무리가 아닌 지속의 길
운동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시간과 강도, 그리고 빈도의 조절이다.
고은층의 운동은 경쟁이 아니라 지속을 목표로 해야 한다.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게 적절한 강도에서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향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몸을 해치고 지속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적절한 강도에서 꾸준히 이어가는 운동은 몸을 서서히 변화시킨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강하게’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
준비와 마무리: 몸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
운동의 시작과 끝에는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이 있다. 이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몸에 대한 예의이다.
준비운동은 몸에게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며, 마무리운동은 회복을 돕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몸을 존중하는 태도는 곧 삶을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반복과 연단: 몸의 사회화와 내면화
운동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반복과 연단이 필요하다.
성경은 “쉬지 말고 기도하라”4)고 말한다. 이 말은 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반복 속에서 몸은 단련되고, 단련 속에서 습관이 형성된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하던 동작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러워지고, 결국 몸의 일부가 된다. 이것이 바로 몸의 사회화이며 내면화이다.
맺음말: 작게 시작하여 크게 완성되는 삶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삶의 구조를 설명하는 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운동하며, 몸을 다시 세워가는 이 과정은 고은층의 삶에서 매우 소중하다. 물론 완벽하게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작게 시작된 변화는 결국 삶의 태도를 바꾸고, 그 태도는 인생의 마지막을 단단하게 만든다.
결국 몸을 세운다는 것은 삶을 세우는 일이다. 자세를 바로 한다는 것은 존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미약하지만, 그 끝은 반드시 강건해진다.
각주 및 참고자료
각주
1)『성경』, 욥기 8:7.
2) Aristotle, Nicomachean Ethics, Book VIII.
3) 노자, 『도덕경』.
4)『성경』, 데살로니가전서 5:17.
참고자료
• Aristotle. Nicomachean Ethics.
• 노자. 『도덕경』.
• 대한체육회. 「고령자 신체활동 가이드라인」.
•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 보건복지부. 「노인 건강증진 프로그램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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