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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초고령·복잡계 사회를 살아가는 고은층의 다섯 가지 삶의 철학: 불확실한 시대를 품격 있게 살아가는 지혜 (3)"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후생형 고은층(厚生致用):
경험을 나눌수록 인생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많은 사람은 이를 복지 부담과 생산성 저하의 관점에서만 바라본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초고령사회는 수많은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사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필자는 이러한 새로운 노년의 모습을 후생형 고은층이라 부르고자 한다.
후생형 고은층은 오래 사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공동체와 다음 세대를 위하여 기꺼이 나누는 사람을 말한다. 은퇴를 인생의 종착역으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으며, 축적된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AI는 방대한 정보를 분석할 수 있지만, 오랜 세월의 삶 속에서 다듬어진 통찰과 인간에 대한 이해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갈등을 조정하며,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지혜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러므로 고은층의 경험은 미래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자산이다.
후생형 고은층은 지역사회에서는 협력자가 되고, 학교에서는 멘토가 되며, 가정에서는 신뢰받는 어른이 된다. 젊은 세대에게는 희망을 심어 주고, 공동체에는 갈등을 줄이는 중재자가 된다. 자신의 전문성과 삶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순간, 개인의 인생은 공공의 가치로 확장된다.
필자가 제시하는 후생치용(厚生致用)은 바로 이러한 삶의 철학이다. 사람을 두텁게 이롭게 하고, 배움과 경험을 실천으로 연결하여 사회에 유익을 더하는 삶이다. 삶의 마지막 성공은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데 있다.
공자는 "어진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다."라고 하였고, 성경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사도행전 20:35)고 가르친다. 동양의 인(仁)과 기독교의 사랑은 모두 나눔과 섬김을 삶의 완성으로 제시한다.
오늘의 고은층이 후생형으로 성장할 때 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혜가 사회를 이끄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된다.

맺음말
고은층 인생의 황금기, 고추시대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흔히 젊음을 인생의 황금기이자 청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생의 깊이는 나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성숙에서 비롯된다. 가장 빛나는 시기는 가장 많이 성취한 때가 아니라, 가장 많이 이해하고, 가장 많이 감사하며, 가장 많이 나눌 수 있는 때이다.
앞으로도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할 것이다. AI는 더욱 발전하고, 기후위기와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흔들 것이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은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배우려는 자세, 유연한 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책임감은 미래 사회에서도 가장 소중한 삶의 기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고은층에게 다섯 가지 삶의 철학을 제안하였다. 끊임없이 배우는 학습형, 변화를 기꺼이 품는 유연형, 함께 성장하는 융합형,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인본형, 그리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후생형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 다른 덕목이 아니라,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하나의 삶의 여정이다.
결국 복잡계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은 빠름이 아니라 바름이며,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고,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다. 미래를 여는 사람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깊은 지혜를 가진 사람이다.
AI는 계산을 대신할 수 있지만 지혜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삶의 품격까지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품격은 오랜 세월 배우고, 성찰하며, 사랑하고, 실천하는 삶 속에서 비로소 길러진다.
이러한 대전환의 시대에 고은층은 더 이상 인생의 황혼을 살아가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고추시대를 열고, 그 시대의 고춧대를 굳건히 세워 가야 할 세대이다. 고은층은 가장 깊은 경험과 가장 넓은 통찰을 지닌 세대이며, 그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해 줄 책임을 가진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고은층은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에 머물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를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복잡한 시대일수록 삶은 더욱 단순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삶의 품격은 많이 아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살아가는 데서 완성된다. 배우고, 유연해지고, 함께하며, 사람을 품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 그것이 고은층이 걸어가야 할 삶의 길이며, 미래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성숙한 인간상이다.
고은층이 자신의 지혜를 나누고, 사람을 품으며, 다음 세대의 길잡이가 될 때 비로소 고은층의 황금기, 곧 고추시대는 완성된다. 그 길은 한 사람의 성공을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며, 우리 시대가 고은층에게 맡긴 가장 소중한 사명이기도 하다.

용어 해설
1) 고은층(高恩層)
고령과 은퇴를 성숙과 사회적 책임의 시기로 승화시키며, 경험과 지혜를 공동체를 위해 나누는 품격 있는 세대를 말한다.
2) 고추시대(高秋時代)
청춘 이후에 맞이하는 인생의 새로운 황금기를 뜻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이 무르익어 지혜와 품격, 경험과 나눔이 가장 풍성해지는 성숙의 시대를 의미한다. 새로운 도전과 배움, 봉사와 행복이 다시 시작되는 고은층의 인생 전성기이다.
3) 고추시절(高秋時節)
인생이 가장 깊고 아름답게 익어 가는 성숙의 시절을 말한다. 성취보다 성숙을, 경쟁보다 공존을, 소유보다 나눔을 실천하며 삶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시간을 뜻한다.
4) 고추의 계절(高秋의 季節)
열매가 익어 풍요를 이루는 가을처럼, 인생의 경험과 지혜가 결실을 맺는 시기를 비유한 표현이다. 삶을 돌아보며 감사하고, 미래를 향해 다시 배우고 도전하는 희망의 계절을 의미한다.
5) 고춧대(高秋臺)
고은층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세우는 삶의 좌표이자 실천의 기준을 뜻하는 조어이다. 앞으로 어떤 가치와 철학을 따라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설정하고 실천하는 삶의 이정표이자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6) 근학무실(勤學務實)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지식을 삶 속에서 실천하여 지혜로 완성하는 삶의 자세이다.
7) 유유자작(悠悠自作)
조급함을 버리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품격 있게 만들어 가는 인생철학이다.
8) 귀전선린(歸田善隣)
자연과 삶의 본질로 돌아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 공존과 협력을 실천하는 공동체 철학이다.
9) 고은구덕(高恩九德)
사랑, 감사, 온유, 절제, 정직, 책임, 배려, 봉사, 희망을 실천하여 성숙한 인격을 이루는 고은층의 아홉 가지 덕목이다.
10) 후생치용(厚生致用)
삶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사회와 다음 세대를 위해 활용하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실천 철학이다.

참고한 사상과 자료
1) 성경: 잠언 4장 7절, 잠언 24장 16절,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 사도행전 20장 35절
2)『논어』(學而, 仁)
3) 『도덕경』
4) 소크라테스의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5)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
6)  Igor Grossmann, Wisdom and Wise Reasoning (현명함에 관한 연구)
7) Joel Wong, Psychology Today, 현명한 사람의 특성(지적 겸손, 유연한 사고, 다양성 고려)
8)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과  제주사색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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