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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삶을 아름답게 하는 가장 정직한 언어: 땀은 왜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1)"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땀은 생명이 살아 있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이다


필자는 최근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각국 대표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하며 얼굴과 온몸을 흠뻑 적시는 땀을 보았다. 승패를 떠나 그들의 땀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간의 열정과 도전,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또한 헬스장에서는 필자를 포함한 고은층 권ㆍ조ㆍ이 삼인이 거의 매일 오후 일정한 시간에 함께 모여 운동을 한다. 체조만으로도 쉼 없이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 가며 체력을 단련하는 시간이다. 비록 작은 실천이지만, 그 땀 속에는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와 스스로를 돌보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리고 오늘은 제주 한림 금능의 근석농장에서 가족과 함께 농사일을 하며 흠뻑 땀을 흘렸다. 뜨거운 햇살 아래 함께 흘린 땀은 힘겨움보다 감사와 기쁨을 더 크게 안겨 주었다. 가족과 함께 일하는 시간은 수고를 나누는 시간이었고, 땀은 서로를 더욱 가깝게 이어 주는 따뜻한 삶의 언어가 되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가?'


사람들은 흔히 땀을 힘든 수고의 결과로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넓혀 보면 땀은 단순히 몸에서 흘러나오는 수분이 아니다. 생명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삶을 이어 가는 힘이며, 사랑과 책임을 행동으로 옮기는 가장 정직한 언어이다.
자연도 쉼 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땀을 흘린다. 숲은 수분을 내어 보내 생명을 키우고, 강과 바다는 끊임없이 순환하며 세상을 적신다. 사람 역시 배우고,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동안 저마다의 땀을 흘린다. 그 땀이 모여 가정을 이루고 공동체를 세우며 세상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제주를 살아가며 필자는 땀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척박한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바꾸어 온 제주 사람들의 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지혜의 땀, 그리고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은 제주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땀을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니라 생명의 철학으로 읽고 싶다.

이 글에서는 자연의 땀에서 시작하여 사람의 땀, 제주인의 땀, 기쁨의 땀, 그리고 고은층의 땀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함께 산책하고자 한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아마도 깨닫게 될 것이다.
삶은 땀으로 깊어지고, 사람은 땀으로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이다.

자연도 땀을 흘리는가?
생명을 이어 가는 자연의 보이지 않는 수고


땀은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연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 가기 위한 보이지 않는 '땀'을 흘린다. 숲과 바다, 강과 구름은 오늘도 말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세상을 살리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땀이라 부르지 않을 뿐, 자연은 쉼 없는 순환과 나눔으로 생명을 길러 낸다.
한여름 숲길을 걸을 때 공기가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나무가 잎을 통해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작용 때문이다. 식물은 몸속의 수분을 조금씩 내어 보내고 스스로의 온도를 조절하며, 주변의 공기를 식혀 다른 생명까지 품어 준다. 사람의 땀이 체온을 조절하듯 숲의 증산은 생명의 균형을 지키는 자연의 지혜이며, 이를 자연의 땀에 비유할 수 있다.
바다 또한 끊임없이 생명의 순환에 참여한다. 햇볕을 받은 바닷물은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고, 하늘에서는 구름이 되어 다시 비로 내린다. 비는 산과 들을 적시고 강이 되어 흘러가며, 마침내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이 끊임없는 물순환은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가장 거대한 생명의 호흡이자 자연이 이어 가는 순환의 질서이다.
제주의 자연에서는 이러한 생명의 순환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라산 숲에 내린 빗물은 화산암층 사이로 천천히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마침내 제주 생명의 젖줄이 된다. 바다는 섬을 따뜻하게 감싸고 풍부한 생태계를 품으며, 바람은 계절을 옮기고, 햇살은 만물을 깨운다. 저마다의 역할은 다르지만 모두가 생명을 살리는 하나의 순환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자연은 자신의 수고를 자랑하지 않는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묵묵히 생명을 길러 낸다. 그래서 자연의 땀은 희생이면서도 나눔이며, 순환이면서도 공존이다. 자신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 주기에 또 다른 생명이 자라고, 그 생명은 다시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

동아시아 전통사상에서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삶을 천지인(天地人)의 이치로 설명해 왔다.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질서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이다.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그 흐름에 조화를 이룰 때 생명은 더욱 온전해진다. 자연의 땀은 바로 이러한 공존과 조화의 원리를 말없이 일깨워 준다.
성경 역시 생명이 자라는 과정을 하나님의 질서로 노래한다.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마가복음 4장 28절, 개역개정)
생명은 서두르지 않는다. 자연은 자신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열매를 준비한다. 그 긴 기다림 속에는 드러나지 않는 수고와 인내, 그리고 보이지 않는 땀이 스며 있다.

우리는 흔히 눈앞에 드러난 결과만 기억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과정의 가치를 먼저 보여 준다.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고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계절을 견디며 이어 온 자연의 보이지 않는 수고가 있었기에 오늘의 푸르름과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자연의 땀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이어 가는 가장 오래된 생명의 언어이며, 나눔과 순환, 공존을 일깨우는 자연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 생명의 언어를 가장 깊이 이어받은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사람 또한 자연처럼 배우고 사랑하며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땀을 흘린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자연의 땀에서 사람의 땀으로 옮겨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땀의 참된 의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계속)

사진 1,2,3 제주 한림 금능 근석농장 전경(2026. 7. 21); 사진 4,5 서귀포 표선 소노캄 전경(2026.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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