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열린 사회이다. 칼 포퍼는 1945년 열린 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에서 전체사회를 비판하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였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세상의 모두가 활짝 열려있고, 이로 인해 사회구성원 각자는 편익과 함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지도층은 더욱 그러하다. 이제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나름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시대적 상황하에서 살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는 비밀, 공짜, 영원이라는 세 가지 개념에 새삼 공감하고 있다.
하나는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말이다 (There are no secrets in the world). 우리 속담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했다. 또한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너가 알고 내가 안다는 사지(四知 )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둘 다 비밀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진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다(There is no free lunch in economy). 이는 중국의 삼보결록에 나오는 음마투전이라는 고사성어에 해당한다.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할 때 먼저 돈을 물속에 던져 물값을 낸다는 의미이다.
마지막 하나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Nothing lasts forever). 이 말은 미국의 작가인 시드니 셀던이 1994년 발표한 스릴러 의학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아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과 같은 의미이다.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다는 제행무상도 우리가 공감하는 고사성어이다.
지금의 우리는 세 가지 공감(비밀, 공짜, 영원)언어가 화두가 되는 투명한 열린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결적 실체라 불리는 인간의 성공과 승리의 삶은 투명성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우리 모두가 투명한 지역사회의 실현을 바란다고 믿는다. 이 글에서는 투명한 지역사회의 실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투명한 사회는 신뢰문화와 사회통합, 그리고 사회정의가 높은 사회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투명한 사회는 사회구성원인 개개인의 품성은 정직성과 도덕성이 높고 사회경제체제는 기회의 균등성과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며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가와 국민의 공복인 행정가는 청렴도와 국민의 신뢰도가 높다.
한 국가나 사회의 투명성을 나타내는 사례는 많다.
여기서는 스웨덴 사민당의 첫 여성 당수로 피선된 모나 살린의 사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실화는 스웨덴을 세계적인 수준의 투명하고 청렴한 국가로 인식하게끔 한 유명한 사례이다.
1995년 9월, 당시 38세의 스웨덴 부총리로서 차기 사민당 당수와 총리가 유력했던 그는 전혀 뜻밖의 사건으로 낙마했다.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사는데 자신의 카드가 없자, 공적인 카드를 이용했고, 당시 사용한 금액은 2,000크로나(약 34만원)정도였다. 이후 자기 돈으로 카드대금을 메워 넣은 뒤에 매월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기록하고 일반에 공개한다는 정보공개 원칙에 따라 이를 신고했다. 그러나 스웨덴 언론은 국민의 돈과 개인 돈을 구별하지 못한다며 살린을 강하게 비판을 했고, 악화된 여론에 결국 부총리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다음은 투명한 지역사회의 실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공공의 이해가 걸린 지역현안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론화 과정을 통한 정책결정이 확대되어야 한다. 어느 일방의 결정이 아니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결정하는 참여민주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보공개와 공론화는 투명한 지역사회를 위한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둘째, 공공투자결정과 공공재정운용에 투명성의 향상이다. 지방정부의 각종 정책계획과 이의 실행과정에 필요한 물적 비물적 조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입안과정, 시행과정, 운영관리, 성과평가, 환류과정 등을 더욱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세째, 지방선출직 단체장 및 의회의원 후보 선출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역대 대선에서 광역선거는 정당공천을 하고 기초선거는 정당공천을 배제하기로 공약을 내걸었으나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역대표자는 공천권을 행사하는 중앙 정당과 정치인을 우선하기 보다 지역주민을 우선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여전히 공천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민의가 왜곡되는 정치불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넷째, 공공 및 민간부문의 나쁜 관행의 개선과 사회적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정부에도 정부대리인인 지방공공기관 및 단체가 많이 생겨났다. 이들 공공기관 및 단체에 대한 투명성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다섯째, 지방도 국제사회 및 민간부문과의 투명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명한 지역사회 문화를 고양해야 한다. 지금은 지방자치시대이다.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더욱 확대되어야 하고 그만큼 투명성도 향상되어야 한다. 이는 지방이 지방경영의 주체자이자 국가경영의 협업자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고 지방자치의 당위성을 보장받는 길이다.
지금은 세계와 지방이 활짝 열린 개방사회이자 우리의 일상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투명한 사회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터전인 지역사회에서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사회건강성과 사회회복성 그리고 사회통합성이 향상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 제도적 측면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실천된다면 지역주민 간, 지역 간의 사회적 신뢰는 제고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법과 상식이 통하는 투명한 지역사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일보, 2012. 6. 7 일부 수정
'함께 살아가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방1/ 프랑스 지역 간 협력체제와 시사점 19/071 (0) | 2022.07.20 |
---|---|
지방1/ 프랑스와 스위스의 주민자치가 주는 시사점 20/070 (2) | 2022.07.18 |
인생 사색3/ 역사에 길을 묻다: 온고지신과 창조·사회정의 멘토 이야기 f03/068 (0) | 2022.06.29 |
지방1/ 지구환경을 살리는 길: 물에 대한 여섯 가지 마음과 작은 실천 23/067 (0) | 2022.06.24 |
2024 갑진년 청룡의 새해 소망 150 (0) | 2022.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