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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예방해 놓아야 한다는 유비무환의 말이다.
과거 농경사회에는 환경결정주의/환경이 모두를 지배하였기 때문에 계획은 큰 의미가 없었다. 다만 하루 계획은 아침에 하고 한 해 계획은 봄에 한다고 가르쳤으나 건양다경과 입춘대길을 더 믿었다. 그러나 근대화와 함께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의도하는 대로 환경을 개조할 수 있다는 환경가능주의가 대두하면서 계획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은 계획이 대세이고 계획시대가 되었다. 얼마 전 제주에서 몇 분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필자가 장래의 세상사에 대한 이런저런 계획/걱정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인이 제주에는 옛날부터 오늘의 일에 충실하고 미래는 운명에 따라 결정되므로 구체적인 계획/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나의 전공이 계획인데요 하고 웃어넘겼다.

계획의 유용성과 실효성을 놓고 보면 지인의 말에 이해가 간다. 지인의 말은 계획의 실효성에 관한 지적이다. 계획을 해봤자 계획대로 되지 않고 운명이 결정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계획의 유용성을 믿고 실효성을 키우는데 평생 전공으로 일해온 계획전문가이기 때문에 지인과는 계획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다.

전통적인 협의의 계획개념은 행동이전에 하는 사전 지적 작업과정이 계획이다. 따라서 계획은 계산/계하고 제한/획을 둔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의미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미래에 대한 예측적 능력과 계획환경에 대한 통제능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과거나 현재에도 두 가지 조건/역량을 완전하게 갖기가 어렵다. 따라서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있게 된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우리가 계획적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믿음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미래예측/멀리 내다보고 통제가능한 능력의 범위내에서 자신의 꿈/소망을 실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인생의 궁극적 성취는 실현가능한 수단인 계획이 전제가 된다.



이 글은 계획형 인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글의 순서는 인간의 계획적 행태, 계획형 인간의 개념, 계획형 인간의 특징, 그리고 계획형 인간의 능력이다.


먼저 인간의 계획적 행태에 대해 보자.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결적 실체라 부른다. H. A. Simon 은 인간의 의사결정에는 두 가지 지식 즉, 실체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인간은 두 가지 지식을 가지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계획적 행태를 띤다.
또한 Harvey Perloff 는 인간의 계획적 행태로 합목적성을 강조하였다. 여기서 인간이 가지는 합목적성은 두 가지 의미로 하나는 나아가는 방향성이고 다른 하나는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따라서 인간의 계획적 행태는 자결적 행태와 합목적성이 된다.


다음은 계획형 인간의 개념에 대해 보자.

인간은 기본적으로 계획적 행태를 가진다. 그러나 인간이 계획적 행태를 띤다고 해서 모두 계획형 인간은 아니다.
계획형 인간은 사전에 지적 작업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행동하는 인간형이다. 계획의 가치에 대한 개인적 신념과 경험, 그리고 역량을 갖춘 자이다.

옛날부터 계획에 대한 한자성어가 많이 있어왔다.
일일지계 재어신이요 일년지계 재어춘이라 하였고,
흉유성죽은 대나무 그림을 그리기 전에 마음속에 대나무 그림이 완성되어있다는 말이다.
춘불경종 추후회는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 이고,
허영청에 단자걸기는 뚜렷한 계획이나 목표없이 일을 벌이는 어리석음을 일컫는 말이다.

앙투인 드 생택쥐페리는 계획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러면 계획형 인간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여기서는 계획의 개념정의와 연계하여 계획형 인간의 특징을 보기로 한다.

첫째는 미래지향적 상황결정적 맥락적 결정가이다.
계획은 과거 지향적이 아닌 미래지향적 활동이다. 미래에 대한 통찰과 판단을 해야한다. 따라서 계획형 인간은 미래지향적이고 선견지명과 견문이 넓거나 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다.

둘째는 합리적 행동가이다.
계획은 합리성에 기반을 두고 사전에 행동대안을 만든다. 계획에 있어서 합리성은 수단적 합리성이다. 따라서 계획형 인간은 합리적인 행동가이자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설계자가 된다.

셋째는 문제해결방법의 제안자이다.
계획은 문제 발견자가 아니라 검증된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 제시한다. 따라서 계획형 인간은 의사처럼 사회문제를 처방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다.

넷째는 의사결정가/ 정책결정가를 지원하는 자문가이다.
계획은 의사결정의 수단이다. 계획은 대안을 모색하고 모색된 대안을 비교평가하며 이를 의사결정가/ 정책결정가에 제공한다. 따라서 계획형 인간은 의사결정 내지 정책결정의 전문가이자 자문가이다.

다섯째는 가치중립적 전략가이다. 계획은 객관적 시각에서 균형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계획형 인간은 종합적 균형적 객관적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볼 줄 아는 가치중립적 사람이다.

여섯째는 혁신적 발전적 사회변동가이다.
계획은 현안의 사회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있지만 이에 더하여 사회지도체계로서 기능한다. 또한 사회변혁을 창도하는 혁신가이다.
따라서 계획형 인간은 사회발전을 창도하는 혁신가이자 사회변동의 역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계획형 인간 즉,
계획가는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하는가?

계획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분석적 능력, 예측적 능력, 비판적 능력, 창의적 능력, 조정협상능력의 다섯 가지이다.

첫째, 분석적 능력(analytical competence)이다.
계획은 현실에 대하여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계획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결과에 대하여 그 효과를 분석한다.
따라서 계획전문가는 현실문제에 대한 분석능력 뿐만 아니라 계획의 결과에 대한 분석능력을 가져야 한다.

둘째, 예측적 능력(predictive competence)이다.
계획은 미래예측으로 시작하고 계획의 성공은 미래예측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계획전문가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예측방법을 이용하여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셋째, 비판적 능력(critical competence)이다.
계획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과 미래의 조망에서 소망하는 실현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와 같은 작업에 계획전문가는 비판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계획은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 그리고 환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도 비판적 능력이 요구된다.

넷째, 창의적 능력(creative competence)이다.
계획은 당면한 문제해결과 장래의 발전구상을 위해 대안설계를 하게 된다. 계획에서 대안설계는 가장 창의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계획전문가는 문제해결과 발전구상을 위한 대안설계를 위해 창의적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 조정협상능력 (interpersonal competence)이다.
계획은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계획전문가는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계획전문가는 설득과 협상능력을 가져야 한다.


사진/ 이성근. 서귀포 법환포구 산책길에서 본 범섬과 석양.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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