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지역소멸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서 고령화는 정부의 정책수단으로 조절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저출생과 지역소멸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간 역대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과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화가 크게 진전되어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지역소멸위기에 처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글은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어떻게 지역소멸과 저출생의 극복은 가능한가? 지역소멸과 저출생 문제의 통합적 접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글의 순서는 지역소멸에 대한 학제적 준거이론, 지역소멸의 전망과 극복에 대한 입장, 지역소멸의 근본 원인, 지역소멸과 저출생 문제의 통합적 접근, 그리고 지역소멸과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공유협업의 거버넌스 체계의 정립과 성공적 추진이다.
먼저 지역소멸에 대한 학제적 준거이론에 대해 보자.
공간경제학에서는 입지적 비교우위에 따라 지역성장이 결정된다는 불균형성장이 주류이론이다.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은 전자가 입지적 비교위를 갖고 있다. 따라서 공간경제학은 지역불균형과 지역간 격차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정부는 지역불균형과 지역간 격차해소를 시정하기 위해 균형성장정책을 추진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에 기반한 집중론과 균형에 기반한 분산론이 대립한다. 지금의 지역소멸위기는 지역에 따라 그 시기가 차등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의 경우 농촌소멸이 목전의 위기이다.
정치학에서는 다수결 원리가 기본이념이고 이의 수단은 국민투표이다.
우리의 정치제도는 인구수 기준이고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국회의원 정수 배분이 인구수에 비례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의 자원배분은 수도권 우선이고 지방은 차선이다.
그간 역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실효성이 낮았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재정 운용은 효율성 측면에서 경제성 원칙인 비용편익분석을 사용한다. 지방의 여러 현안 사업은 경제성 분석에서 불리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서울지향 문화이었고 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온 국민이 수도권 편익의 학습경험으로 여전히 수도권 집중이 지배적 현상이다. 이는 사회인류학과 사회심리학이 준거이론이 된다.
따라서 역대 정부의 지역개발정책과 국가균형발전정책은 한계를 가져왔고 효율성과 형평성의 지역이념은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다음은 지역소멸 극복에 대한 전망과 입장에 대해 보자.
지역소멸 극복의 전망은 그간의 경험적 측면과 주관적 측면, 그리고 사회심리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논의가 가능하다.
그간의 역대 정부의 경험에서 볼 때 지역소멸 극복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우리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서 볼 때 지역소멸 극복은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사회 심리적 측면에서 지역소멸 극복은 실현가능한 자충적 미래인가? 실현불가능한 자멸적 미래인가?
지역소멸 극복의 전망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전자와 후자의 견해가 극단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지역소멸 극복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과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지역소멸 극복은 규범적 차원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 경우 정책분석을 통한 실증적 접근이 요구된다.
다음은 지역소멸과 저출생의 근원과 구체적 원인에 대해 보자.
무엇보다 지역소멸은 인구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첫째, 지역소멸과 저출생은 과소 농촌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과소 농촌 문제는 연령편향적 인구이동과 이로 인한 젊은층 인구의 감소와 저출생, 그리고 농촌 고령화가 이유이다.
이촌향도 인구이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과거는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이었고, 지금은 건강문제로 인한 요양병원 이동과 고령화로 인한 자연감소이다.
둘째, 지역소멸과 저출생은 과밀혼잡한 대도시 문제에도 큰 이유가 된다.
수도권 집중은 대도시를 만들고 대도시는 농촌과 달리 경쟁사회이다. 경쟁사회는 일하는 방식이 집중과 몰입이고 정신적 여유가 부족한 일상이 특징이다. 또한 과밀혼잡의 수도권은 지방과는 상대적으로 정주비용이 높다. 정주비용은 주거비와 생활비,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 자녀양육과 교육비 지출 등이다.
이들 경쟁사회 요인과 과밀혼잡 비용요인은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지역소멸과 저출생은 가족 공동체의 붕괴도 원인의 하나이다.
가족 공동체의 붕괴는 고령층 문제와 핵가족화에 따른 문제로 나타난다.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외로움, 돌봄 수요증가, 건강취약, 빈곤 등 사각지대에 놓여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핵가족화는 청소년 문제로 나타난다. 성장기에 바른 태도와 습관, 인격과 품성, 그리고 가족 개념과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가족 공동체 붕괴는 가족관과 결혼관, 자녀관 등이 형성되지 않아 저출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넷째, 지역소멸과 저출생은 농촌지역의 정책실패도 한몫을 하였다.
오랫동안 농촌정책은 농업 소득 중심과 농촌 인프라 공급 중심의 정책이었다. 이들 정책은 획일적이고 단편적이며 원자론적이었다. 지역연계와 도농연계가 미흡하고 지속적이지 못하였다.
예건대, 지난 정부에서 농민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경자유전의
농지정책도 도시민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농민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간의 지역균형정책도 실효성이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도권 중심과 인구수 중심의 정치는 자원배분의 편향과 왜곡을 가져왔고 지금도 지역균형정책의 정치화는 계속되고 있다.
다섯째, 지역소멸과 저출생은 메가 트렌드에 부응하는 지역정책의 미흡도 간접적 이유가 된다.
우리 앞에 놓인 메가트렌드는 디지털과 AI 시대, 공유와 협업 시대, 기후변화와 순환형 사회의 도래 등이다.
그간 정부는 이들 메가트렌드를 농촌의 고령화와 저출생과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기제로 활용하는 지혜가 부족하였다.
다음은 지역소멸과 저출생 문제의 통합적 접근이다.
첫째, 새로운 정주체계의 도입과 개발이다.
장차 AI 시대가 도래하고 확대될 전망이다. AI 시대는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재택근무가 확대된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새로운 정주체계를 도입하고 개발하여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과 여가, 그리고 가정생활을 일체로 하는 정주공간을 제공하는 인구유입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이다.
새로운 공동체는 크게 두 가지로 가족 공동체와 공유생활 공동체의 형성이다.
하나는 가족 공동체로 다세대 가족 관계를 지원하는 다세대 공동주택을 개발해야 한다. 다세대 공동주택은 부부세대와 양가 부모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개념의 주택이다. 다세대 공동주택은 부부세대가 자녀 출산과 양육, 양가 부모 세대의 노인 건강과 같은 복지수준에도 도움이 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시대에 부응하는 공유생활 공동체의 형성이다. 공동부엌과 공유자동차 등과 같은 공유프로그램 개발과 실행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특성화와 차별화된 지역프로그램의 개발과 육성이다.
획일화된 농촌개발정책에서 탈피하여 특성화와 차별화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여가시간의 증대로 휴식과 휴양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자연과 공생, 치유농업, 치유스포츠, 치유 원예, 치유식물, 반려동물 등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지역체류형 프로그램의 개발과 육성이 필요하다.
넷째, 가족의 개념화와 가족공동체의 형성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대가족사회이었다. 한 집에 3대는 기본이고 드물게는 4대가 한 집에 거주도 하였다. 2대의 경우에도 가까운 친족이 가까이에 살았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가족에 대한 중요성과 가족 공동체에 대한 개념화가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그러나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핵가족화와 함께 기족 공동체가 붕괴되었다. 이와 함께 가족과 자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었다.
이제 새로이 가족과 자녀, 그리고 가족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재개념화, 개인적 신념체계의 형성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다섯째, 지역소멸과 저출생 극복에 공유협업의 거버넌스 체계의 정립과 성공적 추진이다.
그간 정부는 출산정책에 100조원 이상을 투입하였으나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또한 역대정부가 농촌살리기정책을 추진하였으나 실효성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은 농촌의 저출생과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는 정책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늦었지만 일대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지역정책 프레임은 지역소멸 저출생 극복 공유협업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과 추진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소멸 저출생 극복 공유협업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과 추진에 대한 제언이다.
첫째는 허브 스포크형 추진체계의 구축이다.
중앙정부는 국무총리실이 허브기능을 하고 유관부처가 스포크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시·도가 허브기능을 하고 시·군·구가 스포크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은 국책연구원이 지원하고 지방은 지방연구원이 지원하도록 한다.
둘째는 지역소멸과 저출생 극복 추진모델의 설정이다.
추진모델은 공유협업형 거버넌스 시스템의 구축이다. 공유협업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특화형 공유협업 공동체 모델을 개발한다.
셋째는 특화형 공유협업 공동체 모델은 중앙부처와 시·도 및 시·군·구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하고 성과가 좋으면 전국적으로 확대하도록 한다.
넷째는 특화형 공유협업 공동체 모델사업에 대한 집행과정과 사후평가 및 환류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설계가 필요하다.
집행과정에 대한 설계는 집행과정의 주체간 역할분담과 추진과정의 모니터링이다. 사후평가 및 환류시스템에 대한 설계는 평가지표 설정과 사후평가 결과에 대한 환류시스템이다. 예컨대, 평가지표는 인구 창출(출생인구, 전입인구 등), 일자리 창출(지원 서비스업 등), 소득 창출 등이다.
사진/ 이성근. 안덕 용암계곡에서.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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