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과 여름은 유례없는 긴 가뭄과 물 부족 사태, 긴 장마와 극한 호우, 그리고 산사태를 뛰어넘는 산홍수로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명과 재산의 손실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자연재해의 종합판이다.
이와 같은 재난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적 요인이 큰 원인이나 이에 못지않게 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재해를 보면서 그간 비판만 받아온 4대강 사업을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국정과제의 하나인 4대강 사업은 사업초기의 긍정적 기대와는 달리 박근혜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 추진과정의 부실에 대한 감사가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예 4대강 사업의 근본을 흔드는 보 해체와 개방으로 부정적 효과만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최근 일 년여의 자연재해는 기후위기의 종합판이고 이들 자연재해는 독특한 처방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간 비판만 받아온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정책대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이와 같은 입장에서 4대강 사업의 재설계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4대강 사업의 재설계 차원에서 재난의 근본원인과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제1은 치산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우리의 국토는 산지중심이고 동고서저와 북고남저의 골격을 이루어 공간이용의 제약성을 갖는다. 따라서 공간이용은 산지훼손이고 환경파괴로 이어지며 산사태와 산홍수로 나타난다. 최근에는 대형산불로 인한 산림훼손도 심각하고 이로 인한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산으로부터 시작되고 하천에 이른다. 따라서 치산이 우선이고 하천이 다음이며 4대강 사업은 치산과 치수의 연계와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제2는 치수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우리의 강수는 계절성이 특징이다. 연간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에 집중되고 최근에 극한 호우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태풍도 그렇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계절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긴 가뭄과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산지중심의 국토공간과 계절성의 강수는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그간 우리는 가뭄과 물 부족은 댐과 같은 담수정책으로 해결하였다. 그러나 담수정책은 점적 개발이고 주민반대로 한계가 있다.
지난 4대강 사업은 수량확보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수질오염의 부정적 효과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4대강 사업의 재설계는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해결하는 정책균형과 동조효과의 치수가 필요하다.
제3은 정책의 지속성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중심국가이다. 지난 경험을 보면 역대 정부들은 정권교체에 따라 이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고 폐기하거나 변경시킨 사례가 많다. 대부분의 신정부는 새로운 정책아젠다를 설정하고 임기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한다. 이는 이전 정부 정책의 단절로 이어지고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하며 정책실패라는 개연성과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간 우리의 역대 정부들은 실제 그렇게 국정운영을 해왔다.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정책과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4대강 사업의 재설계는 기후위기와 국민안전에 필요불가결한 시대적 소명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 여야정치권의 합의와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로 이어져 제2와 제3의 후속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면 우리 국토 산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를 그려 본다.
제4는 국가공동체 형성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공동체는 일정한 공간영역과 동질적 가치와 제도, 그리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요소로 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공동체는 이들 세 가지 개념요소에 따라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가진다.
이와 같은 공동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마을과 읍면 공동체, 중소도시와 대도시 공동체, 국가와 글로벌 공동체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공동체 문화는 집단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되었다. 우리는 전자를 공동체 이익이라 하고 후자를 개인적 이익이라 부른다. 전통사회에서는 전자가 지배적 사회가치이었고, 현대사회에서는 후자가 지배적 사회가치가 되었고 이를 공리주의적 사회라 부른다. 공리주의적 사회는 이익사회이고 효용중심의 사회이다. 최근에는 이에 대응하여 신공동체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재설계는 주민참여와 자조적 신공동체 운동, 민과 관, 지방과 중앙이 협업적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설계가 되어야 한다.
제5는 정책계획의 투명성과 타당성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정책계획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가 주요 잇슈의 하나가 되고 있다. 여기에서 정책의 투명성은 정책형성과정의 문제이고, 정책의 타성성은 정책형성조건의 문제이다. 정책형성과정에서 선진국은 투입단계에서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후진국은 산출단계에서 공론화과정을 거친다. 역대 정부들의 정책형성과정은 대선과정의 정책공약으로부터 출발한다. 신정부의 중요 국정아젠다가 공론화과정이 생략되고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추진과정에 사회적 갈등과 당초 의도한 정책성과의 저조, 그리고 정책실패로 이어지게 된다.
정책형성의 타당성 조건은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법률적 사회적 정치적 기술적 타당성 등 다양하다. 여기에서 경제적 타당성은 비용편익분석에 기반한 사전예비타당제도, 환경적 타당성은 환경영향에 기반한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 그리고 문화적 타당성은 문화재지표조사제도로 평가한다.
또한 법률적 타당성은 각종 계획제도가 있고 사회적 타당성은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합의의 요구이며 정치적 타당성은 정치권 차원의 조정합의와 국회 차원의 예산확보가 된다.
역대 정부의 대부분의 중요 정책들은 여야간 합의형성보다는 정쟁의 대상이거나 반대 속에 이루어진다. 이 경우 정책계획이 시작부터 추진동력을 잃거나 정권교체에 따라 정책단절과 정책폐기로 이어진다.
4대강 사업의 재설계는 정책형성의 투명성과 정책형성조건의 타당성 확보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제6은 합리적 정책관리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합리적 정책관리는 사전평가제의 충실성, 집행과정에서 모니터링시스템의 구축과 수정보완, 정책결과의 환류시스템과 사후평가제의 강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사전평가제보다 사후평가제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4대강 사업의 재설계에서는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상향적 점진적 지역적 협업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 접근방법이 디테일하게 설계되고 체계적으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제7은 정책이해집단의 구체화와 이들의 역할분담을 통한 협업적 차원에서 공동생산적으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정책이해집단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일반 국민과 이해당사자 주민, 유관 공무원과 전문가 자문집단, 참여 기업체, 시민단체와 언론 등 다양하다.
4대강 사업의 성공적 추진은 이들 정책이해집단의 협업과 공동생산적 행태변화가 요구된다. 개별주체는 그간의 관행과 태도의 혁신적 변화이다. 공무원의 책무성과 소명의식, 주민의 안전불감증과 이기적 환경의식, 기업의 빨리빨리 문화와 설마의식, 그리고 불도저식 건설문화의 탈피, 환경시민단체의 상생적 환경주의, 전문가집단의 가치중립적 정책윤리 등이 제기능을 하고 작동해야 한다.
이 글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정책대안의 하나로 4대강 사업의 재설계 방향에 대해 제안하였다. 이 글을 마치면서 지금까지 논의한 4대강 사업의 재설계 방향을 요약한다.
ㆍ치산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ㆍ치수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ㆍ정책의 지속성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ㆍ 국가공동체 형성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ㆍ 정책계획의 투명성과 타당성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ㆍ 합리적 정책관리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ㆍ 정책이해집단의 구체화와 이들의 역할분담을 통한 협업적 차원에서 공동생산적으로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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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고향은 낙동강 유역에 위치한 창녕 유어 광산이다. 유어의 지명은 놀 유 고기잡을 어 이다. 광산은 빛 광 메 산을 쓴다. 유어는 낙동강에 유래하고 광산은 마을 인근에 있었던 광산 늪에 유래한다. 마을 인근의 광산 늪은 70년대 개발시대에 농토로 변화되었다. 필자는 1998년 3월 2일에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된 우포 늪이 있으나 사라진 광산 늪이 훨씬 자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필자는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국토와 환경의 이해’와 ‘녹색성장사회의 이해’를 개설하고 강의했다. 또한 「국토와 환경의 이해」(영남대 출판부), 「녹색성장과 지역경영」(공저, 영남대 출판부), 「기후변화와 녹색성장」(공저, 법문사), 「녹색경영론」(공저, 법문사)를 출판하였다. 그리고 4대강(낙동강) 정비사업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의 과실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여기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정비사업의 교훈과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제언해 보기로 한다.
먼저 4대강 정비사업의 정책배경에 대해 살펴보자. 4대강 정비사업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녹색성장정책의 핵심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이 사업은 신규 수자원의 확보와 수질개선, 홍수조절 능력, 여가 문화공간의 확충,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구체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사업이전과 추진과정 그리고 사업이후에도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있었다. 분명한 것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녹색성장, 그리고 물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세계인구의 1/3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는 이미 UN이 분류한 물 부족국가군에 속한다. 우리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 283㎜로 세계 연평균 강수량에 비해 많지만 인구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하다. 전체 수자원 총량 가운데 26%만이 이용되고 있다. 이는 동고서저라는 국토공간구조와 수도권과 일부 지역의 인구 및 산업집중, 그리고 계절별 강우 편중이 주된 요인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변화와 댐 건설과 같은 담수정책추진에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더욱 물 수급의 장래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 4대강 정비사업의 교훈에 대해 논의해 보자.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와 같은 메가트렌드의 대응을 위해서는 네 가지 접근이 요구된다.
첫째는 상향적 접근이다.
당초 4대강 정비사업이 지류 하천 정비사업에서 시작하여 큰 강 정비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4대강 정비사업은 국가 주도로 추진되다 보니 하향적 접근이 되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4대강 보의 녹조와 퇴적물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한시적 보 개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둘째는 협업적 접근이다. 하천법상 하천 종류별로 중앙과 지방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애초 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야당의 반대가 있었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4대강 정비사업을 반대하였다. 따라서 4대강 정비사업은 시작부터 중앙과 지방의 협업적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정부 간 협업이 되지 않아 주민참여를 통한 오염원 차단과 같은 지류 하천정비와 병행하는 사업이 되지 못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생산과 생활, 그리고 여가를 포함하는 삶의 제반 방식이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 농촌 일부 주민은 동네 하천을 쓰레기 처분장으로 인식하고 있고 기업들은 환경윤리가 정착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또한 4대강 녹조의 원인이 된다.
셋째는 지역적 접근이다.
강은 선(線)이자 면(面)으로 형성된다. 역대정부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하에서 대형 국책사업을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또한 차기정부는 전임정부의 사업에 별로 호의적이지 못하다. 이로 인해 4대강 정비사업 또한 선적 면적인 접근보다는 보 건설과 주변지역사업에 집중하는 점적인 사업이 되었다.
넷째는 점진적 접근이다.
이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4대강 정비사업은 동시에 모두 이루어졌다. 정부가 우선하여 필요한 정비대상을 선정하고 해당 지자체와 협의하거나 아니면 정비사업을 선호하는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먼저 시험적으로 시행하고 결과가 좋으면 계속사업으로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역할을 분담하고 협업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 끝난 지 오래되었다. 그간 이 사업의 편익과 긍정적 효과 보다는 비용과 부정적 효과만 부각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4대강사업의 부조리를 찾느라 감사원 감사로 시간을 보냈고 문재인 정부는 4대강사업의 녹조와 수질의 환경적 폐해에만 매달렸다. 여기에 환경단체는 보를 개방하거나 완전히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문정부는 이에 호응하였다. 4대강 정비사업에 참여한 전문가는 모니터링과 다른 주문으로 신중하였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의 재설계를 제안한다.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문제를 보완하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서 논의한 접근방법대로 정책 재설계와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미래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녹색성장, 그리고 물 부족문제를 극복하는데 4대강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4대강 사업을 재설계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류 하천과 오염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상향적 접근,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협업적 접근,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강 유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적 접근, 그리고 지역 선호와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점진적 접근이 요구된다.
4대강 사업은 과거 정권과 차기 정권의 합(合)의 정치,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는 정책혁신의 성공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구일보, 2017. 7. 5 를 일부 수정하여 2022. 1. 20 lsk50.tistory.com 에 올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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