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협치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둘 이상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이룬다는 뜻에서 협력, 협업, 협동과 유사개념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부3.0에서는 협업이 핵심가치의 하나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들어 정치권에서는 여대야소 상황에서 협력이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반면 경제부문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사관계,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 등 상생협력이 강조되었다. 또한 사회복지분야에서도 사회 양극화와 계층간 불평등 해소,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과 사회적 기업의 확대, 그리고 다양한 상생협력사업이 추진되었다.
먼저 협치가 중요한 배경을 보자.
첫째, 이제 소유시대는 가고 공유와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공유시대에는 이해당사자 간에 호혜원칙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협업적 사회라 부른다.
둘째, 최근 우리 사회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로 이행하고 있다. 그간 주민은 주체가 아닌 객체였다. 주민참여는 정부가 결정하였다. 또한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갈등을 경험하였고 그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였다. 이제는 정부와 이해당사자가 상호작용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우리는 이를 협치 또는 거버넌스라고 부른다.
셋째,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가치가 인간성의 회복과 더불어 공동체의 회복이다. 이에 중요한 가치가 협력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공동체사회였다. 특히 농촌은 협업적 사회였다. 새마을운동의 성공은 공동체적 접근이었고 성공의 한 요인이 협동이었다.
넷째, 미래사회의 당면한 과제해결을 위해 협업적 접근이 대안이다. 기후변화, 과소지역화와 광역화, 기업의 구조조정, 그리고 북핵문제해결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주민과 민간의 아이디어와 자본활용을 위해서도 협력은 필요하다. 정부는 공공의 목표성취를 위해 민간부문과의 협치가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협치가 부진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첫째, 근대화과정에서 고유한 공동체문화가 해체되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모든 생활방식과 생산방식이 협력이 바탕인 농업・농촌사회이었다. 그러나 농촌중심에서 도시중심의 사회로 이행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양식이 변화하는 공리주의적 사회가 되었다.
둘째,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서구문화의 합리주의적 사고가 지배하면서 개인간, 기업간 경쟁문화가 도입되었다. 경쟁사회는 우리 의식보다 개인이 중심이 되는 사회구조이다.
셋째, 이에 따라 인재양성도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이 지배하고 학업성적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는 서열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는 생활교육보다는 성적 및 경쟁 교육중시로 인성과 협동심이 간과되었다.
넷째, 중앙집권적 관료제 행태 또한 협력의 걸림돌이 되었다. 중앙과 지방, 정부와 기업, 정부와 주민관계에서도 하향적이었고 공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문화이었다. 지난 30여년간 지방자치의 실시로 중앙과 지방 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 권한집중과 예산배분면에서 여전히 중앙중심적 정부형태를 보이고 있다.
다섯째, 대통령중심제와 정당정치도 협력에 제약이 되고 있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창출이고 정권탈환이다. 상대방의 실수가 자기 정당의 기회이기 때문에 실질적 협력은 기대할 수 없고 반대를 위한 반대와 진영대결로 정략적 협력만 있어왔다. 또한 중앙과 지방정치권의 관계도 중앙의 기득권과 지방공천권 때문에 수평적 협력보다는 종속적이거나 수직적 협력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현대사회에 요구되는 협치의 활성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여기에는 두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는 사회문화적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행태적 접근이다.
먼저 사회문화적 접근을 보자. 첫째는 열린 마음과 신뢰사회의 구축이다. 둘째는 소통과 협력이 사회문제해결에 효과적이라는 믿음이다. 셋째는 국가우선이 사회적 선(善)이라는 공감대 형성과 협업의 사회적 실천의지이다. 넷째는 협업 인센티브와 사회적 편익의 합리적 배분이다. 다섯째는 협치의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통제이다.
다음은 행태적 접근을 보자. 첫째는 개인이나 집단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의 공유이다. 둘째는 협력 당사자간에 상호 솔선수범하는 태도이다. 셋째는 협력매뉴얼과 당사자 간의 약속에 대한 철저한 규칙준수이다. 넷째는 협력당사자간에 유익한 자료와 경험에 대한 정보공유이다. 다섯째는 협력당사자간에 상호존중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이다.
이와 같은 협치의 활성화는 파괴적 사회갈등의 감소와 고품질의 합의형성, 혁신적 전략의 도출과 새로운 문화와 제도가 창출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자본과 정치적 자본의 형성으로 신뢰사회로 이행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요구한다. 사회지도층, 특히 정치권이 먼저 시대정신에 맞게 협치하는 솔선수범의 실천을 보여야 한다. 이는 국민에게 이롭고 나아가 정당과 정치인 개개인에게 국민의 평가로 나타날 것이다.
대구일보, 2016.5.10/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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