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나의 회상록인 "이성근 교수를 생각하다(2021. 3. 25)" 서문의 일부이다. 나는 대학에서 평생 교수로 몸담다 정년을 앞두고 나를 기념하는 일로 내가 평생 만났던 소중한 지인들의 글을 받아 나를 회상하기로 하였다.
인생은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다. 나는 회상록을 준비하면서 문득 나의 인생을 '만남의 여정'으로 정의하였다. 따라서 "이성근 교수를 생각하다"의 회상록은 나와 지인과의 만남의 여정을 회상하는 책이고, 이 글은 나의 만남의 인생여정에 대한 소개이다.
회상록은 지난 일을 생각해 내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이는 자신이 지난 일을 생각해 내어 쓴 글과 타인의 생각을 빌어 자신을 회상하는 글이 있다. 나는 정년을 앞두고 우선 후자를 선택해 나의 회상록을 만들기로 하였다. 스스로 쓰는 회상록은 정년 이후에 시간을 두고 만들기로 하였다.
인생여정은 생득적 지위와 성취적 지위라는 사회적 관계망에서 가지는 역할에 대한 제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생득적 지위는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성씨와 가족관계와 같은 혈연과 출생지와 같은 지연 등이 해당한다. 이는 나와는 무관하게 주어지는 귀속적 지위이다. 성취적 지위는 개인의 노력으로 얻게 되는 학력과 직업, 지위, 평판, 품성 등이 해당한다. 이는 순전히 개인이 성취해서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이다.
나의 회상록은 후자를 중심으로 엮은 것으로 대학 정년이라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년 이전의 나의 사회적 삶을 돌아보기 위해 엮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돌아보면 변화의 연속이었다. 또한 나의 삶은 사람중심의 관계 지향적이라기보다 일/ 과업 지향적이었다.
나는 변화의 삶과 일 지향적 사회활동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어왔다. 변화의 삶과 사회활동에서 내가 만난 많은 인연들 가운데 강하고 짧게 끝난 아쉬운 인연이 있는가 하면 길게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아름다운 인연도 많다.
최근 나는 나의 운명적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운명의 울타리 안에서 자유와 구속 속에서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살아왔다. 나의 운명적 삶의 결정은 좋은 만남이라는 인연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다 나의 노력이 더해져서 삶의 궤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인지정사(人之情事)는 각세부운(刻世浮雲)’이라 했던가?
소중한 만남도 인연이 되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였다. 또한 변화의 삶에서 만남이 지속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한편으로는 좋은 관계가 사소한 일로 나쁜 관계로 변해 서먹한 관계로 지낸 경우도 많았다.
"이성근 교수를 생각하다"의 회상록은 나의 좋은 만남과 소중한 인연을 맺은 221분의 지인들로부터 글을 받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나는 이 회상록에서 나의 만남의 인생여정을 여덟 갈래로 구분하였다.
하나는 고교계명(高敎啓明)의 만남이다. 고교계명은 높은 가르침과 바른 지혜를 의미한다. 인간의 일생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변화의 연속이다. 나 또한 그 간의 삶을 되돌아보면 수 많은 변화의 연속과정이었다. 나는 그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많은 분들의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다.
둘은 진덕수업(進德修業)의 만남이다. 진덕수업은 업을 닦고 덕을 향해 나아감을 의미한다.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수신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진덕수업의 만남은 나와 함께 학교교육을 동문수학한 동기와 동문들이다. 나는 진덕수업의 과정에서 가능한 한 나보다 나은 동기들과 벗을 삼아 교류를 하려고 노력하였다.
셋은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만남이다. 교학상장은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고 이와 유사하게 가르치는 것은 배움의 반이라는 효학반이 있고 나의 교수인생에 적합한 말이다. 여기에서 교학상장의 만남은 나의 평생 교수직에서 만난 학부생들과의 만남이다.
넷은 사제동행(師弟同行)의 만남이다. 사제동행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감을 의미한다. 이는 교육분야에서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말이다. 맹자는 '군자삼락'의 하나로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 하였다.
여기에서 사제동행의 만남은 일반대학원 지역개발학과 석·박사과정에서 내가 논문지도한 대학원생들의 만남이다.
다섯은 근학무실(勤學務實)의 만남이다. 근학무실은 배움에 부지런하고 맡은 일에 충실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율곡 이이의 '무실사상'과 중봉 조헌의 '무실정신'과 '의리정신'에 연관된다.
여기에서 근학무실의 만남은 특수대학원인 환경대학원의 환경계획학과와 행정대학원의 지역개발학과에서 논문지도교수로 함께한 대학원생들과의 만남이다.
여섯은 학해무변(學海無邊)의 만남이다. 학해무변은 배움에는 바다와 같이 끝이 없다는 의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이는 탄허스님이 자주 사용하였다.
여기에서 학해무변의 만남은 나와 연구 및 학회활동을 함께한 동학들의 만남이다.
일곱은 후생치용(厚生治用)의 만남이다. 후생치용은 경세치용에서 가져온 말이다. 경세치용은 유학의 한 주장에서 나온 말로 "학문은 현실세계에 이바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은 "배움의 궁극
적 목표는 위기지학에서 위인지학에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후생치용의 만남은 대학의 보직과 외부의 전문자문 및 심의, 전문컨설팅, 안민포럼 등의 활동을 하면서 교류한 여러 전문가들과의 만남이다.
여덟은 귀전선린(歸田善隣)의 만남이다. 귀전선린은 인간의 귀결은 신과 자연으로 돌아가고 평소 이웃과 가정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귀소본능이 있다. 따라서 지금의 나는 정년 이후의 삶의 목표를 소확행(小確幸)과 귀전선린으로 정하고 가능한 한 이에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회상록에서 귀전선린의 만남은 내가 재직한 대학의 동료교수, 순총학원의 이사와 총장, 그리고 교직원, 가까운 이웃, 소중한 가족들로 정하고 이들로부터 나와의 만남과 인연의 글을 받아 실었다.
이 회상록을 발간하면서 나는 보통이상의 삶과 여한없는 대학교수 생활을 하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 이 모두가 인생여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인생여정을 만남의 여정으로 정의하였다.
이번 회상록에는 여러 사정으로 연락이 닿지 않아 글을 받지 못한 분들도 많다. 우선 이번 회상록에 귀한 글을 보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글을 받지 못했으나 소중한 인연을 맺은 많은 분께도 감사한 마음을 드린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 클레이토스의 명언인 "원(圓)에서 끝은 시작이다"라는 말을 다시 되새겨 본다.
이제 새로운 시작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의미 있는 일을
찾아 하려고 한다.
나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빈다.
용어 해설: "인지정사(人之情事)는 각세부운(刻世浮雲)"
'인지정사(人之情事)'는 사람의 감정과 이들 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의미하고, '각세부운(刻世浮雲)'은 세상을 떠도는 구름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 간의 정리는 뜬구름과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표현은 중국 문학과 철학에서 사용되는 고전적인 어구로서 인간의 삶과 사랑, 운명 등의 이야기를 묘사하는 데에 자주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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