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서귀포 파크골프장에서 피어나는 고은층의 품격과 선린:
자조, 배려, 공동체의식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일상"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서귀포 혁신도시 거주



파크골프장에서 발견한 자조(自助)의 정신

서귀포 파크골프장인 강창학 파크 골프장과 칠십리 파크 골프장, 일명 ‘서파장’은 단순한 운동의 공간을 넘어 고은층(고령층과 은퇴자 인구)들이 일상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는 삶의 무대이다. 특히 강창학 파장은 홀마다 지정된 클럽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잡초 제거와 코스를 관리한다. 이는 서구형 공공서비스 생산방식, 즉 시민참여에 기반한 자조적 관리 사례와 닮아 있다.
특히 각 클럽 회장의 솔선수범은 회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자발적인 협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초과된 파크골프 특성상 각 홀마다 대기시간이 길다. 그러나 이 대기 시간은 원망이나 불만이 아닌, 잡초 제거와 환경 정비라는 또 다른 참여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일반 골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은층의 젠틀맨십과 자긍심이 살아있는 장면이다.

사탕 한 알’에 담긴 따뜻한 나눔

강창학과 칠십리 파장을 오가며 자주 만나는 한 여성 골퍼는 늘 사탕을 넉넉히 준비해와 동반자나 대기자에게 나누어준다. 아는 사람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그가 내미는 사탕에는 ‘나눔과 배려’라는 무형의 정이 담겨 있다. 그늘집 하나 없는 파장에서 이 사탕은 단순한 당분 보충을 넘어,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가뭄 속 단비’로 다가온다.
필자는 사탕을 받으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말을 반복하여 일관되게 건넨다. 또한 나는사탕이 단지 입에 단 것이 아니라 마음도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여성 분의 이러한 나눔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체화된 습관이다. 배려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습관처럼 피어난다.

사탕 껍질을 줍는 또 다른 손길

며칠 전, 울산에서 서귀포로 이주한 지인이 보여준 장면은 또 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칠십리 파장에서 먹고 버려진 사탕 껍질을 한 움큼 주워 모은 지인은 그것을 조용히 내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환경 의식이 있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없는 사람도 같이 살아가고 있네요.”
깨끗한 환경은 제도가 아닌 의식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무심한 손길 뒤에는 또 다른 누군가의 조용한 보이지 않는 손이 치우고 있다.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그런 보이지 않는 균형과 공존의 실천에서 비롯된다.

바닷가에서 마주한 또 하나의 선행

서파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법환포구를 서귀삼연의 현 선생과 산책하던 중, 우리는 바닷가에서 한 어머니가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동행하던 현 선생은 어린 학생이 기특하다며 만 원권 한 장을 건넸지만, 사양하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건넸다.
자녀와 함께 자발적으로 환경 정화에 나선 어머니의 뒷모습과, 그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날 바다보다 더 깊고 맑은 울림을 남겼다. 진정한 교육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비롯되고, 아름다운 사회는 그 행동의 연쇄에서 피어난다.

고은층은 스스로 묵묵히 삶을 가꾸고 어른의 품격을 지켜나간다

서귀포 파크골프장에서 고은층은  오늘도 스스로 파장을 가꾸고, 사탕을 나누며, 쓰레기를 주워 환경을 지켜나가고 있다. 수요초과로 인한 과밀 상황 속에서도 인내와 관용을 잃지 않으며, 공동체의 질서를 만들어 간다. 고은층은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이들이 아니라, 삶을 존엄하게 살아내는 실천적 주체이다.
이들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진정한 위대함을 만들어낸다. 말없이 묵묵히, 그러나 확고하게, 우리의 공동체를 지탱하는 ‘의지의 어른들’이다.

글을 마치며,
고은층의 삶은 동행이고, 실천이다


서파장의 일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가와는 다르다. 여기에는 ‘함께’라는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고은층의 삶과 철학이 있다. 특별히 서파장에서는 자조와 나눔, 배려와 의식, 그리고 실천이 묻어나고 있다.
서귀포의 파크골프장 곧 서파장은 그저 그런 운동장이 아니라, 고은층의 삶의 교실이고, 공동체의 거울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