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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진정성은 어떻게 판단되는가?"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말이 많은 시대, 믿음은 왜 줄어드는가?


최근 정치권의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필자는 말의 양과 설명의 기술은 넘쳐나지만, 그 말이 진심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장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질문은 날카로웠고 답변은 유려했지만, 듣는 이의 마음에 남는 것은 논리의 완결성이 아니라 말의 진정성이었다. 비슷한 경험은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도 반복된다. 며칠 전 한 지인으로부터 받은 글을 또 다른 지인에게 전달했는데, 그 글을 읽고 돌아온 평은 문장의 세련됨이나 정보의 유용성보다 “진정성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짧은 한마디였다. 이 두 장면은 말과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과 메시지를 판단하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결국 오늘의 문제는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말과 글에 담긴 진정성의 문제다.

진정성은 관계 속에서 평가된다

인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다. 이 관계의 질은 삶의 만족도와 행복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가치조사에서도 인간의 행복 조건 가운데 중요한 요소로 관계가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관계는 의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좋은 뜻으로 한 말이 오해를 낳기도 하고,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내 말을 믿지 않는다”, “내 태도가 무례하다고 받아들여진다”는 경험은 대부분 진정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진정성은 스스로 선언한다고 성립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그리고 타인의 평가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첫인상과 진정성의 결정적 차이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 첫인상과 진정성이다. 첫인상은 불과 몇 초 안에 형성되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내리는 평가로서 수정의 기회가 거의 없다. 그 결과는 때로 치명적이다. 반면 진정성은 시간의 경과 속에서 형성되며, 말과 행동, 태도의 반복을 통해 검증된다. 첫인상이 타인의 시선에서 출발한다면, 진정성은 나의 태도에서 출발해 타인의 판단으로 귀결된다. 이 점에서 진정성은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스스로 가꾸어야 할 삶의 자산에 가깝다.

진정성 개념의 뿌리와 확장

진정성은 영어로 ‘authenticity’라 하며, 이는 그리스어 ‘authenticos’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진짜, 원본, 본래성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작가를 뜻하는 ‘author’의 어원도 함께 담겨 있다. 근대 이전의 진정성은 박물관의 언어에 가까웠다. 원본과 복제, 본래성과 훼손의 문제였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근대 사회에서 진정성은 개인의 도덕성과 결합되며, 진실한 개인이 진실되지 않은 사회와 긴장 관계를 이루는 태도를 의미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성의 뿌리는 유학의 핵심 개념인 ‘충직’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진실하게 마음을 다하고, 본래의 뜻에 충실하며, 말과 행동을 통해 일관되게 자신을 증명하는 태도를 뜻한다.

두 가지 진정성과 여섯 요소

진정성은 한자어로도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진정성(眞情性)으로 진실한 감정과 마음의 상태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진정성(眞正性)으로 올바름과 정당함의 성질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말하는 진정성은 대개 전자를 가리키지만, 실제 삶에서는 두 의미가 결합될 때 온전한 진정성이 형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진정성은 여섯 가지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자연스럽고 순수한 생각, 진실한 마음, 정확하고 일관된 말, 언행의 일치, 일에 대한 성실한 태도,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겸손, 존중의 관계 윤리다. 이 여섯 요소는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지탱하며 진정성의 전체를 이룬다.

진정성 있는 사람의 사회적 표정

진정성 있는 사람은 분명한 특징을 지닌다. 그는 자기 확신과 자기 존중감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된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말이 정직하고 일관된다. 불가피하게 말을 바꿀 때에도 그 이유를 설명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한다. 그의 판단은 공정과 상식에 기초하고 사회 규범을 존중하며, 그 결과 신뢰와 평판이 축적된다. 이런 사람의 말과 행동은 수용성과 공감도가 높아 갈등이 적고, 인간관계 역시 원만하게 유지된다. 진정성은 결국 개인의 인품을 넘어 사회적 자산으로 기능한다.

진정성을 키우는 여섯 가지 조건

진정성은 타고나는 성향이 아니라 훈련과 성찰을 통해 길러지는 태도다.
첫째, 바르고 순수하게 생각해야 한다. 바르다는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것이며, 순수하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꾸밈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균형 잡힌 시각과 역지사지의 태도가 더해질 때 생각은 왜곡을 줄인다.
둘째, 마음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청심사달이라는 말처럼 마음이 깨끗하면 판단과 행동도 투명해진다.
셋째, 말은 정확하고 간결해야 하며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넷째,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이것이 신뢰의 핵심이다.
다섯째, 일에는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오늘날 집중과 몰입의 가치로 해석될 수 있다.
여섯째,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반듯해야 하며, 배려와 겸손이 관계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진정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이다

오늘날 진정성은 도덕적 미덕을 넘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정치의 영역이든, 조직이든, 일상의 관계든 진정성이 결여된 말과 글은 빠르게 소비되지만 오래 남지 않는다. 진정성은 남이 만들어 주는 평판이 아니라, 내가 쌓아 올린 태도의 총합이다. 진정성은 나로부터 시작해 타인의 판단으로 완성된다. 사회 구성원 간의 진정성이 높아질수록 사회는 신뢰와 공감, 그리고 협업의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말과 글이 사람을 남기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진정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가 되었다.

참고: 위 글은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1/ 진정성을 키우는 조건들 76
lsk 2022. 8. 15."을 수정보완한 것임.

사진. 한림 근석농장의 하귤/아마 나스와 필자. 202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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