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를 넘어 연결로 나아가는 공유와 협업의 사회를 다시 설계하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소유의 논리에서 연결의 논리로 이동한 사회
한때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을 얼마나 소유하느냐에 의해 평가되었다. 특히 토지와 주택 같은 부동산은 가장 확실한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여겨졌다. 지난 10여 년 사이 우리 사회는 소유 그 자체보다 접속과 활용, 그리고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치에 더 주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4년만 해도 소유의 집착은 하우스 푸어, 혁신기업의 위축, 창업 비용의 과중이라는 사회적 병리를 낳았다. 이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상당한 비용으로 작용했다. 오늘날에는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접근권 중심의 소비와 생활 방식이 일상화되었다. 소유의 부담은 줄이고 활용의 효율을 높이려는 흐름이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소비 패턴의 전환이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가치 판단의 이동이다. ‘가짐’보다 ‘함께 쓰고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공유는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법적으로 소유란 사용권·수익권·처분권을 포괄하지만, 공유는 기본적으로 사용권을 중심으로 한 개념이다. 이 점에서 공유사회는 재산의 이전보다 관계의 조정과 신뢰의 축적을 핵심 조건으로 삼는다.
지난 10년 동안 공유는 주택, 차량, 사무공간, 지식과 콘텐츠, 돌봄과 노동, 데이터와 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이 아니라, 타인과의 접촉과 협력을 전제로 한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만들어 왔다.
공유는 더 이상 낯선 사람과의 불편한 동거가 아니다. 규칙과 신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관계 기반의 사회적 장치가 되었다. 그 성공 여부는 기술보다도 사람들의 태도와 윤리에 달려 있음을 점점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네트워크 사회는 공유를 넘어 협업을 요구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시장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네트워크 자체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공유는 자연스럽게 협업과 공동 생산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에서 개인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자 참여자가 되었다. 정부 역시 일방적 정책 공급자가 아니라 시민과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협력적 행위자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함께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결정하고, 어떻게 함께 책임지느냐이다. 따라서 공유의 성패는 협업 거버넌스가 얼마나 성숙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공유사회를 일상으로 만든다
고령화와 저출산, 1인 가구의 증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인식 변화는 공유를 선택이 아닌 생활의 필수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
혼자 살지만 혼자 살지 않는 삶, 소유는 최소화하되 관계는 유지하려는 삶의 방식은 공동주택, 공유부엌, 공동 돌봄, 지역 기반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편의성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유는 효율의 언어이기 이전에 삶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고령사회에서 공동체 기반의 공유 시스템은 돌봄과 안전, 정서적 안정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는 공유의 가치와 필요충분조건들
오래전 가렛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에서 공유가 무질서와 탐욕으로 흐를 경우 사회 전체가 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의 경험은 적절한 규칙과 신뢰가 전제될 경우 공유는 오히려 사회적 편익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유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참여자 간의 상호 신뢰, 규칙 준수, 책임의 분담, 그리고 눈앞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이는 기술이나 제도보다 시민적 성숙도에 의해 좌우된다.
공유는 부담이 아니라 학습의 과정이며, 공동체가 스스로를 조율해 가는 사회적 역량을 키워가는 장치이다. 따라서 공유는 비극이 아닌 사회적 진화의 가능성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협업 국가로 가기 위한 과제와 방향
공유와 협업의 시대에 국가는 시장을 대신하거나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공유 인프라와 데이터 개방, 협력 거버넌스 구축,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가 공유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는 협업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특히 기후위기, 고령화, 지역 소멸과 같은 메가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개입보다, 지역과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실험하는 공유 기반의 사회 시스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함께 쓰는 사회에서 함께 책임지는 사회로 진화한다
소유의 시대가 개인의 축적을 중심으로 사회를 조직했다면, 공유와 협업의 시대는 관계와 책임을 중심으로 사회를 다시 설계할 것을 요구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고, 그 연결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그 과정에서 신뢰와 존중, 배려와 책임이라는 오래된 가치가 다시 사회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공유사회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조율하고 학습해야 할 과정이다. 그 성숙의 정도는 결국 우리가 어떤 시민으로 살아가고자 하는가에 대한 집단적 선택에 달려 있다.


사진 1,2는 여의도 현대백화점 전경. 2026. 1. 20.


사진 3,4는 여의도 신세계백화점 전경. 2026. 1. 17.

사진 5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방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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