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정부의 존재가치는 국리민복이고 후생치용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데는 유능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유능한 정부는 국정전반에 합리성이 물처럼 흐르는 정부이다. 합리성의 네 가지 요소는 효율성과 형평성, 적정성과 실현가능성이다.
따라서 유능한 정부 즉, 합리성을 지닌 정부는 일과 돈의 쓰임새가 효율적인 정부,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는 형평성을 지닌 정부, 위기관리와 자원배분에 효과적인 정부, 그리고 신뢰와 공감이 가고 예측가능하며 성과를 내는 정부이다. 이들 네 가지가 균형되고 조화롭게 유기적으로 작동될 때 유능한 정부가 된다. 필자는 이들 네 가지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데는 무엇보다 정부의 공공계획시스템이 기능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부문에 종사하는 공직자들의 계획역량이 높아야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특히 현대행정은 빅데이터와 계획의 시대이다. 현대 계획은 계획과 집행과 성과를 포괄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계획의 시대에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계획역량을 갖추고 살아가면 좋다. 특히 정부부문의 종사자들은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유능한 정부의 길은 정부부문의 종사자들이 공공계획가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정부부문의 종사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으로 공공계획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부부문의 모든 종사자는 공공계획가가 되어야한다는 전제에서 쓴 글이기도 하다.
공공계획가의 역할은 계획유형과 계획주체와 계획대상에 따라 다르다. 공공계획가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계획의 기능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래전에 Fagin은 계획가의 역할을 분석가(analyst) 조직가(organizer), 협상가(negotiator), 대변자(advocator), 촉진자(facilitator), 교육자(educator), 홍보원(propagator)의 일곱 가지로 제안(Fagin, 1970) 하였다.
이글에서는 윤리적
계획가(ethical planner)를 추가하여 정부부문의 종사자가 공공계획가로서 갖추어야할 여덟 가지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첫째는 분석가로서 공공계획가이다.
계획가의 기본적인 역할은 분석가이다. 이는 현상에 대한 분석 및 종합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분석가로서 계획가는 분석결과를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가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부문의 종사자인 공공계획가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둘째는 조직가로서 공공계획가이다.
계획에 있어서 조직화는 개인 및 집단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가로서 계획가의 기능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 하나는 이해 당사자들을 계획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획을 위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하여 계획당사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공유와 협업의 시대이다. 정부부문의 공공계획가는 시대정신에 맞게 공유와 협업이 가능한 조직화를 해야 한다.
셋째는 협상가로서 공공계획가이다.
공공계획은 기관 단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경우 공공계획가는 조정협상가로서 활동해야 한다. 협상가로서 공공계획가의 역할은 계획과정에서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들의 다양한 욕구들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부문의 종사자들은 협상가로서 상호간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하여, 협상기술을 이해하고 설득의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넷째는 대변자로서 공공계획가이다.
대변은 공공계획가에게 전통적으로 요구되는 역할이다. 전통적인 사고에서 계획가는 개혁가로 행동하고, 특수한 집단에 대한 대변자로 행동한다(Davidoff, 1965).
따라서 정부부문의 종사자는 혁신의 창도자와 공익의 대변자로서 폭넓은 종류의 정치적인 기술들, 즉, 협상(bargaining), 설득(persuading), 확신(convincing) 및 영향을 대변과정에 활용하여야 한다.
다섯째는 촉진자로서 공공계획가이다.
대변자의 역할에 비교되는 역할은 촉진자로서 역할이다. 대변자의 역할이 직접적이고 활동적인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에 비하여, 촉진자 역할은 간접적인 리더십을 요구한다.
따라서 정부부문의 종사자는 계획의 촉진자로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 다양한 개인 및 집단과 함께 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위원회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지식 및 기술을 갖추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여섯째는 교육자로서 공공계획가이다.
정부부문의 종사자는 교육자로서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하나는 계획의 목적 및 기능에 대하여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계획내용에 대한 간담회와 집담회 등을 통하여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다른 하나는 교육자와 계획 수요자간의 교육적 관계이다. 교육자와 수요자간의 상호관계는 지식의 전달과정에서 긴밀한 파트너쉽이 형성되고 계획의 집행과정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일곱째는 홍보원으로서 공공계획가이다.
홍보원은 공공계획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홍보는 계획활동에 앞서 계획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킨다.
홍보는 계획수요자에 대한 이해와 지지가 목적이다. 홍보는 계획과정의 논쟁점에 대한 공공의 관심을 유발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측면은 수요자에게 참여동기를 부여하고 활력을 넣는 영향력으로 작용한다.
홍보는 다양한 매체가 포함된다. 정부부문의 종사자들은 홍보기술의 가치 및 용도를 알고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여덟째는 윤리적인 공공계획가이다.
공직자는 신의성실과 청렴의 직업윤리가 있고, 계획가는 가치중립적인 직업윤리가 있다. 정부부문의 공공계획가는 사회개혁과 사회발전을 위한 사회지도체계로서 기능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부문에 종사자는공공계획가로서 이와 같은 역할수행을 통해 윤리적
책무성을 다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여러가지 불확실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국민들은 유능한 정부를 바란다. 그간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와 기대치는 크게 높아졌다. 그간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정권창출에만 매달리고 있고, 정치인들은 세상중심의 정치가 아닌 자기중심의 정치에 열심이다. 그간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오래된 일이고 크게 기대를 못하는 형편에 놓여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우선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불신의 정치개혁보다 유능한 정부이다.
바라건대, 5년 단임의 대통령제하에서 소신있고 책임지는 유능한 정부의 길로 가기를 바란다.
이 글을 마치면서 유능한 정부의 길로 정부부문에 종사하는 공직자들이 공공계획가로서 역할변화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공공행정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원칙과 기준에 맞는 합목적적인 계획행정을 지향하기 바란다.
둘째는 정부부문 종사자의 계획역량 강화와 공공계획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부문의 종사자들이 범용의 계획기술을 갖춘 유능한 공공계획가가 되도록 먼저 채용과정에서 계획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후속으로 재직자의 공공계획가로서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는 정부부문 종사자들이 정부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빅데이터 활용과 같은 분석가와 조직가의 역량을 키우도록 한다.
넷째는 정부부문 종사자들이 사회적 약자에 우선하는 정부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 대변자와 교육자의 역량을 키우도록 한다.
다섯째는 정부부문 종사자들이 위기관리와 자원배분의 적정성이 높은 정부를 위해 종합과 융합행정의 계획가, 그리고 촉진자의 역량을 갖춘 공공계획가로 기능해야 한다.
여섯째는 정부부문 종사자들이 정부가 하는일에 대한 공감과 신뢰, 그리고 실천성 확보를 위해서 협상과 홍보, 그리고 윤리적 공공계획가의 자질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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