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구 남구 분권과 자치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한 특강자료이다.
필자는 평소 국가개조의 방향성을 크게 '국민의 삶의질(국민행복) 향상, 국가경쟁력(경제와 문화 등)의 강화, 효율과 균형의 국토관리(상생과 협력), 기후위기의 대응과 관리(재난안전), 유능한 정부(자유와 창의)의 구현' 등 다섯 가지로 들고 있다.
또한 국가개조의 구현을 위해서는 중앙의 독점적 집권형 정부형태 보다는 중앙과 지방의 협업적 분권형 정부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면 OECD국가들은 어떠한가?
먼저 일본은 1991년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방분권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정부개혁의 슬로건은 ‘지방분권에서 지역주권’으로 바뀌었고 권한(사무)과 재정을 일체로 배분하였다. 또한 지역의 목표는 자주성과 자립성을 높이는데 두었고 추진전략은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는 차등적 정책이 추진되었다.
프랑스는 두 가지 트랙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다. 대도시지역은 '메트로 폴'과 같이 더욱 키우고 '꼬뮨'과 같이 소규모 지역은 더욱 강하게 키우고 있다. 특히 풀뿌리 근린자치와 주민참여를 지방분권의 최우선가치로 삼고 있다.
그간 우리는 지난 30여년 간 지방자치를 시행해왔으나 여전히 3할의 자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중앙집권적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다. 역대정부에서 지방분권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성과는 미약한 편이다. 지금 우리에게 지방분권형 국가 프레임의 개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윤 정부는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분리된 두 개 법률을 통합하였고 추진 조직도 '지방시대위원회'로 일원화하여 곧 출범하게 된다.
바라건대, 자치분권의 확대로 국민이 어디서나 잘사는 지역균형발전 즉, 명실상부한 지방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한다.
이 글은 지방시대위원회의 출범에 즈음하여 '어떻게 지방시대는 가능한가? 자치분권의 아홉 가지 덕/ 구덕과 지방시대의 조건인 지방의 역량으로 주민과 공무원이 가져야 할 열 가지 마음/ 열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먼저 자치분권의 아홉 가지 덕/ 구덕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
여기에서 자치분권의 아홉 가지 덕/ 구덕은 민들레의 '포공구덕'에서 차용하였다. 자치분권도 민들레 처럼 아홉 가지 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첫째, 지금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국가정책 메뉴와 예산 따먹기의 중앙지향적 자치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궁극적 목표는 주민중심의 행정과 주민행복을 최우선 가치이다.
둘째, 우리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국가정책에 순응하는 행정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성숙한 지방자치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가치사슬로 발현시킬 수 있는 창의적 지역개발에 유리하다.
셋째, 지방중심의 지방자치는 관선자치시대의 소극적 행정에서 합목적성을 띤 적극적 행정이 가능하다. 특히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열정과 의지에 따라 지역별로 지역변화에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넷째, 지방자치는 외형적이고 전시적 행정보다 주민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일자리 창출과 기업유치 등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지역가치를 향상하는 성과지향적 지역행정을 가능케 한다.
다섯째, 지방자치는 국가중심의 통제와 관리 중심의 의존적 행정에서 지방주도의 자율과 책임의 자치행정이 가능하다.
여섯째, 우리나라의 국가적 지역정책은 매 5년마다 정권교체에 따라 단절되고 수명도 짧은 것이 특징이다. 지방자치는 국가행정과는 달리 지방적 지역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일곱째, 중앙집권적 정부형태는 획일적 기준에 의해 정책이 추진되고 개별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글로컬시대에는 신지역화가 도래하고 있다. 지역의 고유성과 차별성에 기반한 신지역화는지방자치가 유리하다.
여덟째, 중앙부처는 부문별 영역별 접근으로 칸막이행정이 문제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태생적으로 종합행정의 성격을 띤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융합적 접근이 되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지방분권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지방자치이다.
아홉째,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행정에 지방행정이 유리하다. 하향의 연역적 접근이 아니라 상향의 귀납적 접근을 통해 실효성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의 국가개조가 필요하고 그 대안으로 자치분권의 당위성이 있다.
앞으로 자치분권이 구덕으로 기능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명실상부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 가지의 지역역량이 중요하다.
지방의 권한과 재정과 정치의 확대와 같은 자치역량, 공무원과 지방연구원의 정책역량, 평생교육 진흥과 사회적 창조성 자본의 형성과 같은 지역사회역량이다. 이가 곧 지방의 APC(autonomy, policy & community) 역량이다.
다음은 이와같은 지방시대의 세 가지 역량에서 중요한 지역주민과 공무원이 함께하는 열 가지 마음/ 열심에 대해 논의해 본다.
첫째, 변화를 바르게 읽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흐른다”고 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변화는 너무나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세계를 보고 미래를 읽자. 이들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알자. 지방정부는 메가트렌드가 미치는 지역영향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분석을 하고, 이를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대사회에는 시대흐름과 영향에 대한 예측과 분석, 그리고 이에 대한 합리적 대응전략이 중요하다.
둘째,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와 자원을 소중히 하고 새롭게 하자.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간 지방정부는 지역성장의 동력을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찾았다. 우리는 지방정부보다 중앙정부, 지역기업보다는 역외기업, 재생보다는 신개발을 선호했다. 이제 우리 지역에서 인재를 찾고 자원을 동원하는 내발적 접근의 방향전환이 요구된다. 이는 지방의 자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길이다.
셋째, 우리의 꿈을 만들자.
개인, 가정, 학교, 직장 그리고 지역의 꿈이다. 꿈은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미래(보통 3-5년)의 모습이다. 가끔 우리는 자다가 꿈을 꾼다. 나쁜 꿈을 꾼 경우 기분이 나쁘다. 반면 좋은 꿈을 꾼 경우 기분이 좋다. 우리 모두 꿈을 그려보자. 꿈은 희망이다. 지방정부는 주민과 함께하고 공유하는 꿈(비전)을 만들자. 정부는 지역주민에게 맞춤형 정책을 편다고 한다. 이와 같은 정책은 접근방법부터 달라야 한다. 하나의 예로 통상적인 지역주민 수요조사로는 불가능하다.
넷째, 꿈의 실현을 위해 자조(self-help)하자.
우리는 전통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강한 사회였다. 공동체는 일정한 공간영역에서 동질적 가치와 제도로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는 사회이다. 그간 산업화와 도시화과정을 거치면서 이와 같은 공동체가 무너졌다. 이제 광역화와 과소화,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 고령화와 저출생, 양극화와 다문화의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 공동체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주민 스스로 지역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자조적 실천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다섯째, 스스로 역량을 키우자.
그간 우리 사회는 생산성을 지상목표로 학교나 직장에서 생산기술 교육이 지배해왔다. 학생은 성적을 올리고, 직장인은 생산과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물질적 풍요와는 달리 정신적 피폐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나타났다. 이제 생활기술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학부모, 직장문화도 변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지역사회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평생교육진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내실화해야 한다.
여섯째, 네트워크를 강화하자.
현대사회는 공유와 협업의 시대이다. 공유는 소유의 시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공유사회에는 접속의 자유와 전략적 제휴, 그리고 플랫폼의 구축이 중요하다. 지방정부도 이에 대한 선택적 정책추진과 민간부문에 대한 육성지원정책이 요구된다.
일곱째, 지역에 요구되는 리더십을 구축하자.
우리 지역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소통과 협업 그리고 성과창출의 리더십이다. 그간 우리는 지역발전에 리더십의 중요성을 간과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보통주민의 목소리는 없고 편향된 지역목소리만 들리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이는 우리 지역주민의 지역의식과 정치성향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지금부터라도 지도자를 잘 선택하자. 지도자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해야 한다.
여덞째, 우리 지역에 믿음을 가지자.
우리는 그간 잃은 것과 기회를 놓친 것이 많았다. 이제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기운과 기회 그리고 위기가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유연하게 전진하자. 우리 자신과 가정, 직장과 지역에서 혁신운동을 펼치자. 인내심을 가지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하자. 가까운 이웃과 소통하고 협력하자. 이웃사촌의 개념은 과거보다 현대사회에 더욱 유용하다.
아홉째, 여전히 외부자원이 중요하다.
중앙정부에 권한과 재정이 집중되어 있다. 중요한 정책결정도 중앙부처의 몫이다. 지역의 대안은 중앙과 협업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지역의 특별지방행정기관과 협력체제를 구축하자. 특별지방행정기관은 지방정부와 미션, 실행수단, 그리고 프로그램도 동일하거나 유사성이 크기 때문이다.
열 번째, 우리 자신과 지역을 체계적으로 마케팅하자.
우리는 전통적으로 자신을 자랑하거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다. 글로벌시대 즉, 무한경쟁시대에 우리 자신과 지역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국제행사와 지역축제의 목적도 대개는 지역통합과 지역마케팅에 있다. 여기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붇기도 한다. 지역마케팅의 체계적 접근과 정책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이는 지역가치와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필자는 이 글을 마치면서 윤 정부 지방시대위원회가 자치분권의 확대로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의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내기를 소망한다.
<포공구덕의 교훈>
포공구덕은 민들레가 지닌 성질을 은유한 말이다. 포공은 민들레를 서당의 선생으로, 구덕은 민들레의 아홉 가지 성질을 의인화한 말이다. 옛날 서당에는 민들레를 많이 심었다. 이는 서당에서 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민들레를 보면서 민들레의 아홉 가지 덕을 교훈으로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서당의 선생을 포공영이라 하고 민들레를 포공구덕이라 불렀다.
옛날 서당에서 교훈으로 삼은 민들레가 지닌 아홉 가지 덕목의 포공구덕은 인(인내), 강(의지), 예(예절), 용(유용), 정(베풂), 자(사랑), 효(효도), 인(온유), 용(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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