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에서 다시 읽는 고은층의 삶의 양식: 치열함을 건너 착실한 온전함에 이르는 삶"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삶의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이다
삶을 가르는 기준은 흔히 속도로 오해된다. 얼마나 빨리 가는가가 삶의 성취를 말해 준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삶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이다. 같은 속도로 살아도 삶의 깊이는 전혀 다르게 형성된다.
『이성근 교수의 제주사색』이 주목하는 인간 이해의 출발점도 여기에 있다.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가가 아니라, 주어진 삶을 어떻게 대했는가가 핵심이다. 치열함과 느긋함은 삶의 리듬을 가르는 외형적 지표에 불과하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그 리듬 속에서 삶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감당했는가라는 태도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삶의 완성도는 갈린다.
청장년기의 삶은 치열함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청장년기의 삶은 목표와 성취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경쟁과 효율, 결과와 평가는 이 시기의 삶을 지배하는 논리이다. 사회적 책임은 확대되고 역할 수행의 강도는 높아진다. 속도를 늦추는 순간 뒤처질 수 있다는 압박이 일상을 채운다.
이러한 치열함은 성장과 확장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삶의 의미가 결과로만 환원될 때 위험이 발생한다. 소진과 공허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청장년기의 삶이 지닌 구조적 긴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고은층의 삶은 느긋함이 아니라 착실함의 회복이다
고은층의 삶은 흔히 느긋함이나 여유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인상에 머문 해석이다. 고은층 삶의 본질은 속도의 완화가 아니라 태도의 성숙에 있다. 이 시기의 삶은 더 이상 외부의 평가에 의해 재단되지 않는다.
자신의 시간과 관계, 일상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삶으로 전환된다. 착실한 삶이란 빠르거나 느린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끝까지 감당하는 태도이다. 고은층의 느긋함은 책임을 내려놓은 상태가 아니다. 이미 충분히 치열했던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가능한 균형이며, 그 균형은 성숙한 삶의 결과이다.
서귀포는 고은층의 삶의 양식을 길러내는 삶터이다
정년 이후 필자가 새로운 거처로 선택한 서귀포는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의 시간은 서두르지 않는다. 자연과 생활의 리듬이 일상의 기준이 된다. 바람과 돌, 바다가 만든 환경 속에서 삶은 속도보다 지속을 요구한다.
오름을 걷다 멈추고 풍경을 바라본다. 하루의 끝에서 바다를 마주하며 시간을 정리한다. 이웃과는 느슨하지만 오래 이어지는 관계를 유지한다. 이러한 일상은 고은층의 착실함을 자연스럽게 훈련시킨다. 서귀포에서의 삶은 무엇을 더 이루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지금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내기 위한 시간이다.
고은층의 삶은 착실함에서 온전함으로, 충실함으로 이어진다
고은층의 삶은 착실함에서 출발한다. 착실함은 삶을 방치하지 않는 기본 태도이다. 그 위에서 온전함이 형성된다. 온전함은 삶의 여러 요소가 과잉이나 결핍 없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이다.
이 조화는 충실함으로 이어진다. 충실함은 삶이 비어 있지 않다는 내적 충만감이다. 이 흐름은 성취 중심의 청장년기 삶과 뚜렷이 대비된다. 고은층의 삶은 덜 사는 삶이 아니다. 덜 서두르면서 더 깊이 살아가는 삶이다.
느리되 허술하지 않은 온전하고 충실한 삶이 고은층의 품격을 가른다
청장년기의 삶이 치열함으로 세계와 맞서는 시기라면, 고은층의 삶은 착실함으로 삶 자체를 존중하는 시기이다. 인생의 완성도는 성과의 총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각 시기마다 주어진 삶에 얼마나 성실했는가로 판단된다.
서귀포에서의 필자의 삶은 이 사실을 일상으로 보여준다. 속도는 내려놓되 태도는 끝까지 지킨다. 느리되 허술하지 않게 살아간다. 그 지점에서 고은층의 삶의 품격은 완성된다.
[용어 해설]
1) 치열함과 느긋함은 삶의 속도이다.
2) 착실함과 불성실함은 삶의 태도이다.
3) 고은층의 삶은 속도를 내려놓되 착실함을 끝까지 지켜, 온전함과 충실함에 이르는 성숙한 삶의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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