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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층이 파크골프에서 다시 배우는 잰틀맨십"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파크골프는 고은층의 놀이이자 삶의 태도다

고은층이 즐기는 파크골프는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신체를 움직이는 놀이이자 마음을 다듬는 수양의 과정이며, 관계의 윤리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의 장이다.
필자는 고은층의 파크골프가 잰틀맨십과 깊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영국 신사를 젠틀맨의 전형으로 떠올린다.
공식 행사에서도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는 인사말로 시작한다.
그러나 잰틀맨십은 혈통이나 신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태도와 품성, 그리고 일상의 선택에 관한 문제다.

공자가 말한 군자(君子)는 “의를 먼저 알고 이를 뒤에 둔다(先義後利)”고 했다.
성경 또한 “너희 온유함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빌립보서 4:5)고 가르친다.
고은층의 파크골프는 이 온유와 절제와 배려를 가장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는 공간이다.

파크골프의 샷은 지나치지 않는 태도다

파크골프의 모든 샷에는 하나의 공통된 원칙이 있다.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티샷은 힘을 자랑하는 장면이 아니다.
강약을 조절하며 몸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어프로치 샷 또한 OB 선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그린에 세우되 부드럽게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에서는 더욱 절제가 요구된다.
깃대에 가깝게 붙이되 욕심을 앞세우지 않는다.
퍼팅은 한 클럽 이내로 붙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음 샷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거리를 남기는 것이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말은

ㆍ단순해야 한다.
ㆍ부드러워야 한다.
ㆍ지켜야 한다.
ㆍ세워야 한다.
ㆍ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기술의 언어이기 이전에 태도의 언어다.
노자가 말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이 파크골프의 매 샷마다 살아 있다.
공은 둥글지만, 그것을 다루는 마음은 작지도 크지도 않게 적절해야 한다.

규칙을 지키는 태도가 공동체의 분위기를 만든다

고은층의 파크골프가 젠틀맨십의 놀이가 되는 이유는 기술보다 규칙에 있다.
동반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질서를 존중하며, 솔선수범하는 태도가 기본이다.

정제된 언어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격에 맞는 유머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한다.
상대를 낮추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말이 오히려 신뢰를 쌓는다.

“말은 화살과 같아 한 번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파크골프장에서의 언어는 경기의 질뿐 아니라 관계의 질을 좌우한다.

여기에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더해진다.
코스를 아끼고 잔디를 살피며 쓰레기를 줍는 손길이 이어질 때,
경기는 놀이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된다.
이는 ‘예(禮)’와 ‘도(道)’가 일상 속에서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고은층의 파크골프는 규칙을 강요하지 않아도 질서가 유지되는 드문 공간이다.

조용한 실천이 사회의 질서를 지탱한다

서귀포 강창학과 칠십리 파크골프장에서 필자가 경험한 잰틀맨십은
개인의 친절을 넘어 사회적 공의와 질서를 떠받치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파크골프 협회장의 솔선수범과 열정적인 리더십은
규칙을 소리 높여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따르게 하는 힘을 가졌다.
구 소장의 원칙에 충실한 운영과 꾸준한 환경 개선은
이 공간을 ‘관리되는 시설’이 아니라 ‘함께 가꾸는 공동체’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클럽 회원들의 자조적 참여였다.
코스 관리와 환경 정비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공공의 장소는 공공의 마음으로 지켜진다”는 가르침을 떠올리게 했다.

파크골프장에서 캔디를 나누는 이른바 ‘캔디천사’의 모습은
건강과 나눔이 결합된 생활형 잰틀맨십/레이디십의 상징이었다.
말없이 캔디 껍질을 줍는 손길은
“인격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난다”는 격언을 증명하고 있었다.

노자가 말한 “대도무문(大道無門)”처럼,
서귀포의 잰틀맨십은 문패 없이도 스스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파크골프는 고은층 삶의 품격을 비춘다

필자는 서귀포에서의 파크골프 경험을 돌아보며 한 가지 확신에 이르렀다.
잰틀맨십은 특정 계층이나 성별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고은층의 삶에서 더욱 또렷해지는 인간의 기본 태도다.

약속을 지키는 정확성,
규칙을 존중하는 일상,
동반자를 배려하는 침묵,
자연과 공동체를 아끼는 마음이 모일 때,
놀이조차 삶의 품격이 된다.

“사람은 무엇을 이루었는가 보다 어떻게 살아왔는가로 기억된다”는 말처럼,
파크골프장에서의 작은 태도는 고은층의 삶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래서 서귀포의 파크골프장은 필자에게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신사와 숙녀의 품격을 다시 배우는 생활의 학교였다.
고은층의 시간은 느슨해진 시간이 아니라,
더 정제되고 깊어진 시간임을 확인하게 한 공간이었다.

파크골프에서 배운 잰틀맨십은
앞으로도 필자의 삶 곳곳에서

"드러내지 않되 지키고,
앞서지 않되 함께하며,
끝까지 품격을 잃지 않는 삶으로, "


조용히 작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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