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시간과 만남의 시절인연에 대한 논의"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시절인연의 개념과 유사 개념
시절인연(時節因緣)은 문자 그대로 ‘때와 인연의 조화’라는 뜻을 지닌다. 불교에서는 존재와 현상이 단독으로 성립하지 않고 조건과 인연에 따라 발생한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적 상황과 만남이다. 서양 철학에서 말하는 ‘카이로스(kairos)’1) 또한 특정한 순간이 지닌 의미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결국 시절인연이란 우리가 태어나고, 배우며, 살아가는 매 순간을 둘러싼 시간과 관계, 환경의 결합을 뜻한다. 그것은 우연 같으면서도 필연이고, 개인의 선택 같으면서도 사회적 맥락이 관련된다.
인생 여정과 시절인연의 중요성
인생은 길 위의 여정이며, 그 여정에서 시절인연은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한다. 우리는 흔히 “그때가 좋았다” 혹은 “그 시절은 힘들었다”라고 회상한다. 이때 언급되는 것은 단순히 시간만이 아니라, 그 시기의 사람, 장소, 제도, 상황 전체이다. 태어나면서 부모와 형제, 성장하면서 친구와 스승,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의 동료와 사회적 제도들이 모두 인연의 주체가 된다. 인생의 고비마다 만나는 인연은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힘겨운 상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절인연을 이해하는 것은 곧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생 여정 속 시절인연의 유형과 특징
시절인연은 생애 주기에 따라 몇 가지 뚜렷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탄생의 인연이다.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부모와 형제, 그리고 당시의 사회경제적 환경과 관계를 맺는다. 출생 시각, 생년월일, 출생지는 모두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중요한 인연의 요소가 된다.
둘째, 학창 시절의 인연이다. 선생님과 급우, 그리고 학습 환경이 그 시절의 성장을 결정짓는다. 특히 한 스승의 말 한마디가 평생의 가치관과 진로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셋째, 직장과 사회의 인연이다. 동료와 상사, 조직의 분위기뿐 아니라 당시의 정책과 제도 역시 개인의 삶을 좌우한다. 특정 시기의 법이나 제도는 한 사람의 진로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넷째, 정치상황과 시대적 인연이다. 어떤 지도자가 집권했는지, 어떤 시대적 분위기 속에 살았는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삶 전체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결국 시절인연은 단일한 사건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사람과 제도가 얽혀 나타나는 복합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시절인연의 효과적 관리 방안
중요한 것은 시절인연을 단순히 흘러가는 순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의미 있는 자원으로 관리하는 태도이다.
첫째, 순간의 가치를 인식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절대시간이든 상대시간이든 그때마다 주어진 환경을 존중할 때 삶은 깊어진다.
둘째, 관계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학창시절의 친구, 직장의 동료, 스승과 제자 관계는 시간이 지나도 되새기며 이어갈 때 더 큰 자산이 된다.
셋째, 시대적 조건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책이나 제도, 사회적 변화는 불만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장일 수 있다.
시절인연은 개인의 힘으로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시절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며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결국 삶을 잘 산다는 것은 주어진 인연을 어떻게 가꾸어가는가에 달려 있다.
시절인연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존재한다
태어나는 시간과 환경에서부터 매 순간의 만남과 제도, 정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인연의 맥락 속에 있다. 우리는 이를 단순한 운명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삶을 빚어가는 자양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시절인연을 올바르게 살아낸 증거일 것이다.
참고자료
1)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의 차이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는 모두 ‘시간’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이나 서로 강조하는 측면이 전혀 다르다.
크로노스는 객관적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주관적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시계와 달력의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삶의 의미와 기회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몇 시인가?”를 묻는 시간이고, 카이로스는 “지금이 어떤 의미 있는 때인가?”를 묻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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