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본 연리지(連理枝)가 들려주는 부부관계의 지혜"
이성근 ·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치유의 숲에서 연리지로부터 얻은 깨달음
얼마 전 서귀포 치유의 숲을 산책하던 중, 두 나무가 한 몸처럼 붙어 자라는 연리지의 두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하나는 같은 수종의 암수 나무가 구분된 '이'나무의 연리지이었고, 다른 하나는 같은 수종의 '동백'나무 연리지이었다. 본래 뿌리와 줄기는 달랐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가지가 맞닿아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 모습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함께 맞춰가고, 때로는 양보하며, 또 때로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꽃을 피우는 과정은 곧 부부관계의 본질과 다르지 않았다. 그 순간 필자는 “부부도 연리지처럼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글은 바로 그 깨달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원만한 부부관계의 의미와 중요성
부부의 일생은 결국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서귀포 중문에서 사시는 대구대 이 교수님께서 두 손바닥을 맞대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보여주신 설명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KBS 인간극장에서 정 데레사 님이 강조한 것처럼 부부관계는 서로 다른 성향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대화와 배려로 맞춰 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공동체적 결합이지만, 그것이 완전한 동일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부유별(夫婦有別)처럼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원만한 부부관계라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는 외모나 습관, 사고방식까지 닮아가며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부부관계는 개인의 행복에 머무르지 않고 가정의 화목과 사회적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서로 다른 나무의 연결, 연리지의 은유
연리지는 부부관계를 설명하기에 더없이 좋은 은유이다. 본래 뿌리와 줄기가 전혀 다른 두 나무가 오랜 세월을 견디며 가지가 서로 얽혀 하나의 몸처럼 이어진 모습은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리지의 특징은 차이를 지우지 않고 존중한다는 점이다. 두 나무는 여전히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다름이 오히려 강한 결합의 바탕이 된다. 이는 부부 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갈등과 불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자산으로 삼아 서로를 채워가는 관계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본 같은 수종의 암 수 나무의 연리지는 한쪽이 꽃을 피우고 다른 쪽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이는 부부가 같은 길을 걸어도 역할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재촉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는 태도다.
연리지가 전하는 부부관계의 교훈
연리지는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전해준다. 첫째,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는 본래 다른 기질과 성향을 지녔고 성장 배경과 가치관 역시 다르다. 그러나 그 차이를 갈등의 원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힘으로 받아들일 때 관계는 더욱 단단해진다. 옛말에 "두 사람이 똑같다면 한 사람은 필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차이는 오히려 관계의 평안을 만들어 준다.
둘째, 서로의 공간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리지는 가지가 서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햇빛을 독점하지 않고 각자의 공간을 지켜준다. 부부도 마찬가지로 지나친 간섭이 아니라 필요한 거리를 허락하고 독립적인 영역을 인정할 때 오히려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시간의 힘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리지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마찰과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하나가 된다. 부부관계도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으며, 긴 시간 동안의 인내와 신뢰가 쌓여야 안정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상생하는 부부관계의 조건과 과제
연리지처럼 상생하며 살아가기 위해 부부가 실천해야 할 조건과 과제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소통과 대화가 필수적이다. 대화는 관계의 전제이며, 대화를 잃으면 관계는 메말라 간다. 성경에서도 "귀는 빨리 듣고 입은 더디 말하라"는 권면이 있듯이, 진정성 있는 대화와 경청은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쌓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다음으로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 모든 갈등에서 이기려 하기보다는 때로는 한쪽이 물러서고 다른 한쪽이 양보하면서 균형을 맞출 때 관계는 더욱 성숙해진다.
또한 독립과 연대의 조화가 중요하다. 연리지가 하나의 줄기로 엮여 있으면서도 각자의 역할을 하듯이, 부부도 함께하되 각자의 개성과 꿈을 존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오히려 함께하는 삶은 더 풍성해진다.
마지막으로 신뢰와 인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작은 오해와 다툼은 피할 수 없지만, 신뢰와 인내가 토대가 된다면 그것은 성장과 깊은 유대의 밑거름이 된다.
부부관계는 연리지처럼 함께 걷는 길
결혼은 단순히 사랑을 제도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인생이 오랜 세월 동안 맞춰 가며 함께 성장하는 여정이다. 연리지는 바로 그 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각자의 빛을 가리지 않으며, 긴 세월을 견뎌내고 마침내 하나로 엮여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부부가 지향해야 할 이상이다. 정 데레사 님이 말했듯 부부관계는 맞춰가는 과정이고, 이 교수님이 손바닥으로 보여주신 것처럼 두 손이 같은 방향으로 맞춰 갈 때 비로소 화음을 이루게 된다. 결국 원만한 부부관계는 연리지처럼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관계다. 그것이야말로 안정적이고 성공적이며 행복한 부부관계가 도달해야 할 궁극의 모습일 것이다.




위 사진 1, 2는 ‘이’ 나무의
암나무와 수나무이고, 사진 3, 4는 동백나무이다. 위 연리지는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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