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미 있는 삶의 오경(五境)은 자신과 관계, 가치와 실천, 그리고 성찰이다 "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의미 있는 삶은 오랜 질문이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1)를 최고의 삶으로 정의하며 인간 본성에 맞는 덕 있는 활동을 강조하였다. 성경은 사랑과 소명을 통해 인간이 하느님과 이웃에게 응답해야 함을 일깨웠다. 20세기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의 절망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힘”이 인간을 살린다고 증언하였다. 이러한 전통 위에서, 의미 있는 삶을 다섯 차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곧 자신, 관계, 가치, 실천, 성찰의 오경(五境)2)이다.
개인적 차원은 자결과 자율의 에 있다
삶의 기초는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때, 의미의 토대가 마련된다. 자기 자신의 이해는 강점과 약점을 직시하고,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또한 성장하는 존재다. 끊임없는 학습과 연단을 통해 과거의 나를 넘어설 때, 삶은 정지되지 않고 활력을 얻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덕의 제도화’3)는 이러한 성장의 길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결과 자율은 인간 존엄의 핵심이다. 남이 정해주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을 주체적으로 걸을 때, 삶은 진정한 나의 것이 된다. 의미 있는 삶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관계적 차원은 더불어 사는 삶의 연대와 공감에 있다
사람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사랑과 애정은 의미 있는 삶의 중심 축이며, 가족과 친구, 동료와의 따뜻한 유대는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관계의 깊이는 공감과 배려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낄 때, 인간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성경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15)고 가르친다.
또한 공동체적 소속감은 안정감과 의미를 준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따라서 의미 있는 삶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관계적 연대와 공감 속에서 더욱 빛난다.
가치적 차원은 목적, 윤리, 그리고 초월의 지향이다
삶의 방향을 규정하는 것은 목적과 사명이다. 단순한 생존을 넘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물음에 답할 때, 삶은 비로소 의미가 더해진다.
인간은 본래 윤리적 존재다. 선과 정의를 추구하며 바르게 사는 길은 때로 험난할지라도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인간은 초월적 가치를 지향한다. 종교적 신앙, 영적 체험, 혹은 우주적 질서와의 연결감은 개인의 삶을 더 큰 질서와 결합시킨다. 프랭클이 말한 “자신을 넘어서는 무엇”이 바로 이 차원이다.
실천적 차원은 일상의 행위 속에 창조와 나눔에 있다
삶의 의미는 생각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행동과 실천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직업을 통한 성실한 노동, 봉사를 통한 나눔, 작은 창의와 성취의 기쁨은 모두 삶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체감하게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어 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 혹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확신은 단순한 성과를 넘어, “나는 이 세상에서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실천적 차원은 곧 개인의 잠재력과 사회적 가치를 연결하는 가교라 할 수 있다.
존재적 차원은 유한성의 자각과 궁극적 성찰에 있다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삶은 존재적 성찰을 요구한다. 삶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자아 통합은 인간의 내적 일관성을 완성한다. 대부분의
삶은 고통과 상실을 동반한다. 그러나 이를 의미로 전환하는 회복탄력성은 인간을 더욱 깊게 만든다. 프랭클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로 설명된다.4)
또한 죽음의 수용은 현재를 충실히 살게 한다. 유한성을 인식할 때, 우리는 순간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인식한다. 죽음은 삶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에 진정한 무게를 부여한다.
결국 존재적 차원은 삶의 최종적 지평을 바라보게 하고, 인간을 성찰과 지혜로 이끈다.
의미있는 삶은 다섯 차원의 연계와 조화로 이루어진다
의미 있는 삶은 단 하나의 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과 관계, 가치와 실천, 그리고 존재라는 다섯 차원의 연계와 조화로 만들어 내는 종합적 여정이다. 개인의 자각은 관계 속에서 확장되고, 관계는 가치를 통해 방향을 얻는다. 가치는 실천 속에서 구체화되며, 실천은 성찰 속에서 완성된다.
고대 철학에서 종교적 가르침, 현대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어 일관되게 강조되어 온 이 다섯 차원은, 우리가 보다 충실하고 품격 있게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 할 지침이다. 이 지침을 삶 속에서 조화롭게 가꾸어 갈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넘어 공동체와 인류 전체의 선을 위해 기여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 또한 한층 깊고 의미 있는 여정으로 빛날 것이다.
참고자료
1) 오경(五境)은 ‘다섯 가지 경계’라는 뜻으로, 자신과 관계, 가치와 실천, 그리고 성찰이라는 삶의 다차원적 영역을 하나의 통합적 틀의 개념이다. 여기서 오경은 의미 있는 삶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2)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삶을 뜻하는 개념으로, 단순한 쾌락이 아닌 덕 있는 활동과 이성적 실현을 통해 완성되는 행복을 의미한다.
3) 아리스토텔레스의 덕의 제도화는 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실천을 통해 형성된다고 본 관점이다. 이는 자기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 이론이다. 원래 이 개념은 '덕의 습관화'라 번역하였으나 필자가 수정하여 '덕의 제도화'라 수정하였다.
4)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는 20세기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이 제시한 의미 중심 치료법으로,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인간을 살리는 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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