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석농장에서 배우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선순환의 지혜"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ㆍ행정학박사
농부로 사는 일상은 몸과 마음을 선순환 시스템으로 이끈다
필자는 제주 서귀포 거주 4년째로 한림 금능의 근석농장에서 주 한두 번 반나절씩 농사일을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부의 삶에서 또 다른 배움을 얻고 있다. 필자의 농사는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필자의 농사는 자연농사, 텃밭농사, 생명농사, 힐링농사, 치유농사라는 다섯 가지 이름이다. 이 들 농사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삶을 선순환으로 이끄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자연농사의 원칙은 흙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필자의 농사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토양에는 친환경 퇴비만을 사용하고, 작물에는 무농약 원칙을 지키며, 호박과 무, 그리고 고추와 같은 손쉬운 작물을 선택해 무리하지 않고 재배한다. 농사 시간은 주에 한두 번 반나절로 한정하여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며, 첫 수확의 농산물은 대구 본가에 택배로 보내고, 그 다음은 서귀포의 지인들과 나누며, 남은 중등품과 하품은 바로 먹거나 냉장과 냉동으로 보관해 일 년 내내 식탁에 올린다. 이렇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농사 방식은 소박하지만 충만한 기쁨을 안겨 준다.
텃밭농사의 기쁨은 땀과 몰입, 그리고 나눔이다
텃밭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몸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마음을 농사에 집중하게 만드는 몰입의 과정이다.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곧 치유의 시간이 된다. 첫 수확을 나누고, 무농약 작물과 자연산 약초인 구지뽕과 까마중을 먹을 때는 특별한 만족감이 따른다. “나는 남과 다른 식재료를 먹는다”는 자부심은 건강을 넘어 자존감을 키워 준다. 때로는 농사일로 시간을 놓쳐 서귀길의 저지 떡집에서 늦은 점심을 떡으로 떼우거나, 파크골프장에서 쑥떡 한 조각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소한 일탈은 농사일상과 맞물려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낸다. 저녁에는 파크골프의 여운 속에 집으로 돌아와 9시 뉴스를 다 보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고, 숙면 후 이른 아침 기상으로 이어진다
근석농장에는 제주다움의 식물과 자원이 함께 살아 숨쉰다
근석농장은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제주의 생명과 자원이 살아 숨 쉰다.
초근과 식물로는 제주의 토속음식에 쓰이는 양하, 울금, 까마중, 돼지감자가 있으며, 나무와 약용 자원으로는 옛날 등잔과 머릿기름에 쓰였던 동백, 약용의 구지뽕, 겨울 내내 나무에 달려 봄에 수확하는 아마나스 하귤, 자리돔 등 해산물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초피, 그리고 봄철 밥상의 별미인 두릅이 있다.
또한 비파, 파초, 종려, 소철, 멋구슬 등 경관 식재와 자생 수종이 어우러져 농장의 생태적 다채로움을 더한다.
이곳에는 옛 돌담이 외부 경계를 이루고, 용천수 샘과 연못은 마을의 옛 우물 역할을 했으며, 바위돌은 여름의 휴식처가 되고, 뒷편 언덕의 폐도 부지는 텃밭으로 활용되어, 농장은 마치 하나의 자연 생태계로 농부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고은층으로서 농부의 삶은 치유와 회복, 그리고 평안이다
자연농사는 단순한 경작을 넘어 ‘생명농사’로 확장된다.
그것은 몸을 움직여 건강을 지키고, 마음을 치유하며, 나눔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텃밭에서 흘린 땀은 힐링이 되어 곧 활력이 되고, 생명과 일상의 선순환을 이어주는 힘이 된다.
필자에게 농사는 ‘작물의 수확’이 아니라 ‘삶의 수확’이다. 토양과 작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주고받는 순환 속에서 얻는 배움과 평안, 그리고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농사의 결실이다.
자연과 더불어 삶을 경작하다
근석농장에서의 농부 생활은 지난날 평생 교수직분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방식의 장을 열어 준다. 자연농사, 텃밭농사, 생명농사, 힐링농사, 치유농사라는 다섯 이름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그것은 곧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그리고 선순환의 지혜다.
오늘도 필자는 반나절 농사 속에서 흙과 대화하며 작은 수확을 통해 큰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이것이야말로 농부 이성근의 길이며, 자연이 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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