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된 10년이 고은층의 품격을 만든다: 고은층을 위한 ‘준비된 10개년 인생설계’ 다섯 가지 계획"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품격 있는 고은층의 삶은 오랜 준비와 실천의 결실이다
최근 ‘포도사’ 회의를 위해 대구에서 포항으로 이동하던 중, 정년을 몇 해 앞둔 두 교수와 함께 정년 이후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대화 속에서 문득 2008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에서 열린 ICMA(국제도시관리자협회)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세계 각국의 도시관리자들이 정책사례를 소개하던 전시 부스 중 한 곳에서 『은퇴 준비 5개년 계획서(Retirement Planning in Five Years)』라는 얇은 책자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구입했으나 귀국 후 분실했지만, 그 제목만큼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았다.
세월이 흘러 정년 후 8년이 된 지금, 그때의 인상은 더욱 깊어졌다. 고은층의 삶은 단순히 ‘일의 끝’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출발’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팔공산 자락에서의 전원생활 3년, 코로나 시기의 대구생활 3년, 그리고 서귀포 혁신도시에서의 4년은 단순한 거주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고은층의 삶’, 즉 고령층과 은퇴자의 인생 3막을 직접 실험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은층이 걸어가야 할 ‘은퇴 준비 10개년 계획’을 공유하고자 한다. 품격 있는 고은층의 삶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준비와 실천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실이다.
고은층의 삶은 왜 준비가 필요한가?
“준비는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 행동을 이끈다.”
은퇴는 단순히 ‘직업의 종료’가 아니라, 삶의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전환점이다. 일터에서의 시간, 역할, 관계가 사라진 자리를 새로운 의미로 채우지 못하면 정체감의 공백과 무력감이 찾아온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이 84세라면 정년퇴직 연령은 약 62세이다. 즉, 약 20년의 ‘제3막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품격과 행복이 달라진다. 게다가 지금은 ‘인생 120세 시대’라고까지 부른다.
따라서 고은층의 삶은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필자는 정년 10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고, 이를 전·후반 5년씩 두 단계로 나누어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은퇴 후의 품격은 준비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준비는 인생의 마감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밑그림이다.
고은층의 준비는 2단계 10개년 계획이 필요하다
“미래는 계획하는 자의 것이다.”
고은층의 삶은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정년 10년 전~5년 전)는 기초를 다지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 “내 건강과 생활패턴은 어떤가?”, “어떤 사람과 활동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가?”
이 단계의 핵심은 자기 진단과 방향 설정이다.
2단계(정년 5년 전~정년)는 수정·보완의 시기이며, 일부는 탐색과 예비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계획을 현실에 적용하고, 필요에 따라 조정하며, 정년 이후의 리듬과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한다.
결국 고은층의 준비는 단기 구상과 기초계획, 예비 탐색과 수정·보완이 병행되는 ‘10년 프로젝트’다. 이 기간 동안 건강, 관계, 일상, 자산, 봉사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품격 있는 인생 3막이 완성된다.
품격 있는 고은층의 10개년 설계는 다섯 가지 준비계획으로 구성된다
“준비된 고은층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사는 것이다.”
1계는 건강의 준비이다. 몸의 리듬이 곧 삶의 리듬이다.
전반기 5년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운동 루틴을 만드는 시기다. 걷기, 수영, 헬스, 요가 등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며 관계를 넓힐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한다.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관리, 정기검진을 체계화하고 명상·기도·사색을 병행한다.
후반기 5년은 이러한 습관을 일상에 완전히 정착시키는 시기다. 운동을 사회적 교류의 매개로 확장하고, 건강관리를 ‘자기 주도형 루틴’으로 전환한다. 건강은 단순한 신체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이며, 고은층의 품격은 그 태도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2계는 취미의 준비이다. 즐거움은 활력을 가져온다.
전반기 5년은 다양한 취미를 탐색하며 자신에게 맞는 예술적 창조적 활동을 찾는 시기다. 음악, 그림, 글쓰기, 원예, 사진 등에서 작은 성취를 탐색적으로 경험한다.
후반기 5년은 취미를 사회적 취미로 발전시키는 시기다. 동호회, 예술단체, 봉사활동 등을 통해 ‘즐김의 취미’를 ‘공유의 취미’로 확장한다. 취미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고은층의 내면을 젊게 유지시키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다.
3계는 삶터의 준비이다. 공간은 휴식과 안식을 준다.
전반기 5년은 자신에게 맞는 삶터를 탐색하는 시기다. 도시와 농촌의 장단점, 가족과의 거리, 의료 접근성, 생활비, 자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필자는 팔공산 전원생활과 서귀포 혁신도시의 경험을 통해 자연의 가치를 새삼 깨달았다.
후반기 5년은 정착지와 생활방식을 확정하고, 주거공간을 ‘삶의 무대’로 재구성하는 시기다. 정원 및 텃밭 가꾸기, 마을활동 등을 통해 생활과 관계가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집은 건물이 아니라 마음이 쉬는 곳이며, 나눔이 시작되는 터전이어야 한다.
4계는 자산의 준비이다. 안정된 자산은 자조와 자립을 보장한다.
전반기 5년은 재정 구조를 점검하고, 불필요한 위험자산을 줄이며 안정적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시기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 공적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소규모 임대나 소득형 취미 등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한다.
후반기 5년은 이를 단순하고 효율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한다. 수입보다 지출의 리듬과 균형을 중시하고, ‘돈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돈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돈이 불안해서 불행하다.”는 말처럼 재정의 안정은 곧 마음의 평화다.
5계는 일과 봉사의 준비이다. 일과 봉사는 인생을 의미 있게 한다.
전반기 5년은 자신의 경험과 강점을 정리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는 시기다. 현직에서 쌓은 전문성을 강의·자문·멘토링·자원봉사 등으로 환원할 방법을 찾는다.
후반기 5년은 예비 실행으로 옮기며, 소득보다 ‘기여와 보람 중심의 일’로 전환한다. 봉사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통로다. 일과 봉사는 고은층의 인생을 빛내는 두 개의 날개다.
준비는 늦어도 오늘이 가장 빠르다
고은층의 삶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그러나 준비된 고은층은 불안보다 평온이 많고, 후회보다 감사가 깊다. 10년의 준비는 길어 보이지만, 인생 후반의 품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건강·취미·삶터·자산·봉사 다섯 영역을 균형 있게 설계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습관이야말로, 자신과 사회를 함께 빛내는 지혜다.
성경은 말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마태복음 7:24)
그 반석은 준비이고, 그 집은 품격이다.
오늘의 작은 계획이 내일의 평안한 삶을 만든다.
준비된 고은층이 곧 건강한 사회의 기둥이다.








사진. 서울의 달과 산. 2025. 추석과 연휴
'함께 살아가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 하루, 꿩과 배추가 전해 준 사색 354 (0) | 2025.10.12 |
|---|---|
| 건강한 고은층의 오상(五常)과 다섯 가지 일상: 행복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 361 (1) | 2025.10.09 |
| 말이 살아 움직인다: 입과 말의 힘, 그리고 책임 359 (1) | 2025.10.06 |
| 인생사색 속에 남은 일반 대학원생들과의 추억은 사제동행과 교학상장의 길이다 356 (0) | 2025.10.04 |
| 새와 나비가 전해 준 제주의 교훈: 절물오름의 세신과 사려니숲길의 공연 355 (0) | 2025.10.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