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시대가 요구하는 여섯 가지 인간형에 대한 논의"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시대 변화와 인간 역량의 전환
시대는 언제나 인간에게 새로운 능력을 요구해 왔다. 인간은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핵심 역량을 확장해 왔다. 농경사회가 자연의 순환에 맞춰 근면과 순응이라는 기본적 능력을 요구했다면, 산업사회는 기술적 숙련과 효율이라는 직무 능력을 기준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했고, 정보사회는 지식의 양과 정보 처리 속도라는 기술적 능력을 경쟁력의 중심에 놓았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직면한 AI시대의 변화는 과거의 속도·효율 중심의 변화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인간의 사고·언어·감정의 일부까지 AI가 수행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역량은 근본적 재정의(再定義)의 순간을 맞고 있다.
이 글은 AI시대가 요구하는 여섯 가지 인간형과 그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논의한다.
AI시대의 전환기와 인간 능력의 해체와 재구성
현대의 AI는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학습·예측·언어 이해·감정 패턴 판독까지 수행하며, 인간이 독점해 왔다고 믿었던 기능적 능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는 더 이상 인간에게 정보 처리나 기술적 숙련과 같은 기계적 능력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차원의 고차적 역량을 중심으로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다시 묻고 있다. 결국 우리는 “AI가 대부분의 일을 더 잘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고, 기존 능력 체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역량 구조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 요청과 맞닥뜨리고 있다.
기술을 넘어 인간다움을 구성하는 조건
AI시대에 인간의 고유성은 기술적 능력이나 속도에 있지 않다.
진정한 인간다움은 가치 판단·통합적 사고·상징적 이해·관계성과 같은 고유 역량에 달려 있다. 이러한 역량은 알고리즘으로 환원하거나 데이터로 측정될 수 없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중심 역량은 기술을 잘 다루는 기능 능력이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유·성찰·가치 판단·관계적 지혜로 확장되며, 이는 여섯 가지 인간형의 바탕이 되는 기준이 된다.
AI시대에 요구되는 여섯 가지 인간형과 역량
하나는 콘텐츠형 인간으로
의미를 창출하는 역량이다.
콘텐츠형 인간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경험·가치·정서를 종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창출 역량을 가진다.
AI의 정보 재조합 능력을 넘어 ‘맥락적 의미’를 구성하는 인간 고유의 역량이 핵심이다.
둘은 구성/정합형 인간으로 구조화와 조직화의 역량이다.
구성/정합형 인간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재배열하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조직을 설계하는 정합적 사고의 역량을 갖춘다.
AI가 제공한 자료에 방향성과 의미를 부여해 지식을 구조화하는 것은 인간만의 역량이다.
셋은 시스템형 인간으로 통합과 연결의 역량이다.
시스템형 인간은 사회·도시·환경과 같이 복잡한 문제를 전체 구조 속에서 통합하고, 사람·기술·제도를 연결하는 거버넌스 역량을 지닌다.
AI가 개별 요소를 분석하는 것과 달리, 관계 맥락과 가치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통합적 역량이 요구된다.
넷은 창의형 인간으로 재정의와 상상의 역량이다.
창의형 인간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가치 판단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문제를 새롭게 재정의하는 혁신 역량을 가진다.
AI가 과거 데이터의 틀 안에서 작동하는 한계를 넘어 새로운 관점과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인간만의 역량이다.
다섯은 협력형 인간으로 공동체와 관계의 역량이다.
협력형 인간은 신뢰를 형성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다양한 집단을 연결하는 관계·협력 역량을 지닌다.
AI가 ‘협력의 의미’를 생성할 수 없는 지점을 인간의 사회적 역량이 메운다.
여섯은 윤리형 인간으로 판단과 책임의 역량이다.
윤리형 인간은 기술의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며, 공공선·책임·가치라는 기준을 행동의 중심에 둔다.
기술의 한계를 성찰하고 사회적 규범을 스스로 부여하는 윤리·책임 역량을 통해 AI시대의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다움과 여섯 인간형의 정합성(整合性)
인간다움의 본질적 조건은 여섯 인간형을 통해 실천적 역량으로 확장된다.
가치 판단은 윤리형·창의형 인간의 역량으로, 통합적 사고는 구성형·시스템형 인간의 역량으로, 상징적 이해와 통찰은 콘텐츠형·창의형 인간의 역량으로, 공동체 관계성은 협력형·시스템형 인간의 역량으로 구체화된다.
이처럼 인간다움의 본질과 여섯 인간형의 실천은 가치에서 역할로, 본질에서 역량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AI시대의 인간상은 의미와 지혜의 결합이다
AI시대의 핵심은 ‘무엇을 더 잘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더 본질적으로 잘할 것인가’에 있다.
콘텐츠형의 의미 생성 역량, 구성형의 정합 역량, 시스템형의 통합 역량, 창의형의 상상 역량, 협력형의 관계 역량, 윤리형의 책임 역량은 모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핵심 역량이다.
이 역량들이 결합될 때 AI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하는 인간의 지혜와 역량이며 AI시대의 인간은 기술을 넘어 의미와 가치, 그리고 지혜를 향해 진화해야 한다.
[용어정리]
1) 능력과 역량
능력(能力, ability)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 힘을 뜻하며, 기억력과 분석력처럼 비교적 고정적이고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다.
반면 역량(力量, competency)은 특정 상황에서 지식과 기술, 태도와 경험이 통합되어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행력으로, 환경과 맥락에 따라 발휘되고 발전하는 종합적 힘을 의미한다. 즉, 능력은 ‘할 수 있음’에, 역량은 ‘어떻게 잘 해내는가’에 초점을 둔다.
2) 종합과 정합
종합(綜合, synthesis)은 흩어진 정보나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전체로 묶어 새로운 의미나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하며, 정합(整合, coherence)은 이렇게 모인 요소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일치하고 모순 없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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