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AI시대의 도시계획가는 의미를 설계해야 한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AI시대에 도시계획가의 미션은 ‘기술’이 아니라 ‘의미’의 설계다

도시는 언제나 시대정신을 반영해 왔다.
농경사회는 땅을, 산업사회는 기계를, 정보사회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했다. 그러나 AI시대의 도시는 효율을 넘어 인문과 사회적 가치가 구현된 인본적 도시여야 한다.
AI는 교통을 계산하고 환경을 예측하며 도시 형태를 자동으로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AI는 도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도시민이 원하는 삶의 질, 그리고 공동체가 지향할 정체성을 해석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인간 도시계획가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진다.
따라서 도시계획가는 더 이상 도면을 그리는 기술자에 머물 수 없다. 그는 도시의 형태보다 인간의 정신을, 공간의 구조보다 삶의 가치를 설계하는 인본적 실천가로 거듭나야 한다. 도시계획의 본질은 기술의 최적화가 아니라 삶의 꿈을 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도시계획가는 기술적 전문가에서 인본적 실천가로 전환해야 한다

전통적 도시계획은 도로 폭, 건물 용도, 교통 흐름처럼 물리적 공간의 효율을 중심으로 사고해 왔다. 이러한 기능은 오늘날 AI가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처리한다. 그러나 도시의 의미와 공동체의 유지, 그리고 사회정의의 기준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AI는 인간의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지 못한다. 공동체의 뿌리와 정체성을 해석할 수 없고, 도시가 품어야 할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지 못한다. 더구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의의 잣대 역시 AI가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시대에 도시계획가의 역할이 다시 정의된다. 계획가는 단순한 기술적 설계자가 아니라, 도시가 존재하는 이유와 인간이 살아갈 규범을 설계하는 ‘의미의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도시는 경쟁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삶을 나누는 공유의 장이며, 기술이 지배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세대와 계층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생태계여야 한다.

따라서 도시계획가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넘어 인간의 마음과 공동체의 규범에 기반한 새로운 도시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AI가 계산한 미래 위에 인간이 그 의미를 더할 때, 비로소 도시다움은 완성된다.


AI시대는 도시계획가에게 여섯 가지 핵심 역량을 요구한다

하나는 체계형 계획가(Systemic Planner)이다.

도시는 기술·경제·환경·문화가 얽혀 있는 복잡한 생태계이다. 체계형 계획가는 도시를 부분의 합이 아닌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시스템 간 상호작용과 균형을 설계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기본 조건이다.

둘은 콘텐츠형 계획가(Content Planner)이다.

도시는 건물과 도로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이다. 콘텐츠형 계획가는 골목의 기억, 거리의 표정, 사람의 온정 같은 이야기를 도시의 정체성으로 재해석하며 도시의 스토리를 만든다.

셋은 구성형 계획가(Constructive Planner)이다.

도시계획은 기술이 아니라 공감의 과정이다. 구성형 계획가는 주민과 전문가, 그리고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생산(Co-production)의 문화를 형성하며, 의견 수렴을 넘어 관계의 구조를 설계한다.

넷은 협력형 계획가(Cooperative Planner)이다.

AI와 인간, 공공과 민간,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시대다. 협력형 계획가는 이해상충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집단지성을 조직하며 상생의 해법을 찾는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다섯은 창의형 계획가(Creative Planner)이다.

AI가 모방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다. 창의형 계획가는 기존 질서를 넘어 새로운 공간과 관계, 그리고 가치를 창조하며 도시의 미래를 상상력으로 디자인한다.

여섯은 윤리형 계획가(Ethical Planner)이다.

도시의 기준은 편의가 아니라 공존이고 효율이 아니라 정의다.
윤리형 계획가는 공공선과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며 도시발전의 기준을 ‘인간다움’에 둔다.

궁극적으로 도시계획가는 ‘의미의 설계자’이다

AI가 도시를 계산한다면, 인간은 도시를 해석해야 한다.
AI가 속도를 만든다면, 인간은 깊이를 남겨야 한다.
AI가 정확하다면, 계획가는 따뜻해야 한다.
도시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도시계획가는 그 그릇의 정신과 이야기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의 설계 속에는 도로보다 대화가, 건물보다 관계가, 효율보다 인본이 흐른다.
결국 AI시대의 도시계획가는 기술 중심의 시대에 인간의 공존을 다시 세우는 의미의 장인(匠人)이다.

AI시대에 인본적 도시계획가를 기대한다

AI는 도시의 계산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의미를 완성하는 존재는 오직 인간이다. 도시계획가는 기술의 관리자가 아니라 가치의 해석자이고, 공간의 기술자가 아니라 공존의 정신을 세우는 사람이다.
그는 도시의 가치를 세우며 기술의 시대를 인간의 시대로 되돌리는 실천가다.
AI시대에  진정한 도시계획가는 곧 “기술을 넘어 인간의 의미를 설계하는 사람”이고, 우리는 이와 같은 인본형 도시계획가를 기대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