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서귀포인 고은층의 초심과 삶, 제인(濟人)의 성찰”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초심은 인생을 여는 마음이자 다시 붙드는 힘
젊은 날의 삶은 초심에서 시작된다. 초심은 열심을 낳고, 그 열심은 시간이 흐르며 뒷심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인생의 여정을 돌아보면 그 초심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 순간 또한 적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인간관계와 환경 속에서 마음은 조금씩 변해 왔고, 그 변화 속에는 아쉬움도 함께 쌓여 왔다. 그것이 타인의 탓만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선택과 태도의 문제였음을 돌아보게 된다.
정년 이후 고은층으로 살아가는 지금에 이르러 다시 생각해 보면, 초심은 과거의 출발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기준이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절실해지는 마음가짐이다. 초심은 시작의 마음이면서 동시에 삶을 다시 세우는 힘이다.
초심의 본질은 단순하지만 깊은 마음
초심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시작하려는 마음이고 이루고자 하는 의지이며, 동시에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이다. 설렘을 잃지 않는 태도이고 배우려는 자세이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또한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태도이기도 하다.
결국 초심은 지식이나 능력 이전의 문제로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삶의 깊이는 성취의 크기보다 이러한 태도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영원한 초심자로 살아간다는 것
인생에서 지혜로운 삶은 완성된 존재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배우는 상태로 살아가는 데 있다. 초심을 잃는다는 것은 더 이상 배우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지기 쉽고, 그 순간부터 삶은 서서히 굳어 간다.
반대로 초심을 지키는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계속 변화하고 성장한다. 사람을 새롭게 만나고, 일을 새롭게 배우며,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은층은 단순한 연령의 단계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며, 초심을 간직한 사람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다.
결과보다 과정으로 살아가는 삶
고은층의 삶은 결과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하루 또한 반드시 어떤 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과정에 충실한 삶은 결과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삶 전체를 더욱 여유롭고 단단하게 만든다. 고은층의 삶은 더 많이 채우는 데 있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정리하는 데 있으며,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로잡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신서귀포인으로 다시 배운 삶의 일상
필자는 지난 사 년여 신서귀포인으로 살아오며 초심의 의미를 되새기고, 다시 배움의 자리에서 일상을 살아왔다. 서귀삼연, 신서귀삼연, 서귀복연과 같은 관계 속에서 사람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소박한 음식과 자연 속 생활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였다.
또한 스마트 기기와 새로운 지식을 익히며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였다. 그리고 근석농장에서의 자연농사를 통해 땅과 삶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였다. 오름과 올레길,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고, 파크골프를 통해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간 역시 삶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다. 더불어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삶을 정리하는 일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되었다.
이러한 일상은 특별한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익히는 과정이었으며, 초심을 회복하는 실천이었다.
초심으로 완성되는 제인(濟人)
의 삶
고은층의 삶은 나이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초심을 지닌 삶은 다시 열심을 만들어 내고, 그 열심은 삶의 후반을 지탱하는 뒷심으로 이어진다.
인생의 후반은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이다. 특히 제인의 삶은 제주의 자연과 공동체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과정이었다. 초심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의 작은 선택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되는 삶의 방식이며, 그 자체로 이미 완성에 이르는 길이 된다.
초심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우리는 언제나 초심자로 출발한다. 중요한 것은 그 초심을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깊이 유지하느냐에 있다.
필자는 서귀포에서의 삶을 통해 그 사실을 다시 배웠고, 오늘도 초심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초심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고은층의 삶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이며, 그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언제나 초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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