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석농장의 자연이연 풍경"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그간
근석농장 주인장
발길 뜸해지고
동백은 떨어지고
하귤은 넘어지며
그럼에도
동백은 열매 맺고
하귤은 노래지며
모두가 자연이연
스스로 그러하여
흩어지고
기울고
다시 일어서며
제 질서로 살아간다
그래도
오늘 오후
봄비 맞으며
주인장 왔다고
동백과 하귤
모두 기뻐하며
이리 흔들리고
저리 부딪히며
휘젓고
어울리며
온통 야단법석
그 또한
억지가 아닌
자연이연
기쁨마저
제 이치로 흐른다
용어 해설
자연이연(自然而然)은 ‘스스로 그러하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는 뜻으로, 외부의 인위적 개입이나 강제 없이 존재가 자신의 본래 질서에 따라 생성·변화·소멸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단순한 자연 상태를 넘어서, 존재가 자기 고유의 이치(理致)와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과정 전체를 포괄한다. 즉, 넘어지고 흩어지는 과정조차도 혼란이나 무질서가 아니라, 자연 내부의 질서가 작동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시에서의 자연이연은 다음과 같은 의미로 확장된다.
ㆍ무주체적 질서: 특정한 지배자나 관리자가 없어도 자연은 스스로 유지되고 작동한다.
ㆍ과정으로서의 질서: 떨어짐, 기울어짐, 다시 일어섬 등 변화의 전 과정이 곧 질서이다.
ㆍ자연적 조화: 기쁨과 움직임마저 의도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ㆍ자기 완결성: 자연은 외부의 기준 없이 스스로 완결된 체계를 이룬다.
결국 자연이연은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며, 그 스스로 그러함이 곧 질서”라는 인식을 담고 있으며, 이는 제주의 자연을 해석하는 연제(然濟)적 기반이자 제연(濟然)의 전제 조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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