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에서 품격으로: 파크골프 속 고은칠시(高恩七施)와 서귀포의 젠틀맨십"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왜 지금 파크골프와 고은칠시인가?
최근 전국적으로 파크골프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고은층(고령층과 은퇴자층의 약어이나 달리 은혜받은 고은층으로도 사용)의 일상적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귀포에서 파크골프에 입문한 지 어느덧 삼 년이 지났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이 운동이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인간관계와 삶의 태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장이라는 점을 체감하게 되었다.
특히 파크골프장은 경쟁의 공간이라기보다 관계의 공간이며, 승패의 장이라기보다 태도의 장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곳에서 어떠한 마음과 행동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필자는 불교 경전인 "잡보장경"에 나타난 '무재칠시(無財七施)'의 가르침을 차용하여, 이를 현대의 파크골프 문화에 맞게 ‘고은칠시(高恩七施)’라는 실천적 개념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파크골프의 확산과 고은층의 삶의 방식
고은층에게 파크골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되는 삶의 리듬이다. 고은층은 매일 또는 주기적으로 파크골프장을 찾으며 신체적 건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확보한다.
특히 서귀포와 같은 지역에서는 자연환경과 결합된 파크골프장이 하나의 ‘생활 공동체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곳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단순한 동호회 수준을 넘어 일종의 생활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크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고은층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장치이자 문화적 실천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무재칠시에서 고은칠시로: 놀이 속 윤리의 전환
무재칠시는 재물이 없어도 마음과 태도로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물질 중심의 사회를 넘어 관계 중심의 윤리를 강조하는 가르침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지침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무재칠시의 정신을 파크골프라는 구체적 실천의 장에 적용하여 ‘고은칠시’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규범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될 수 있는 관계의 태도를 제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은칠시는 파크골프라는 일상적 행위 속에서 자신의 품격을 드러내는 윤리적 실천 방식이다.
관계를 여는 태도: 화안시와 언시의 실천
고은칠시의 첫 번째는 화안시(和顔施)로, 이는 밝은 표정과 미소로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파크골프장에서의 첫인사는 단순한 형식적 행위가 아니라 관계의 시작을 여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때의 표정과 태도는 그날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어지는 언시(言施)는 말의 배려를 통해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드는 실천이다. 동반자의 좋은 플레이에는 아낌없는 칭찬을, 실수에는 따뜻한 격려를 건네는 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두 가지는 파크골프장의 분위기를 경쟁에서 협력으로, 긴장에서 여유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음과 시선의 질서: 심시와 안시의 의미
심시(心施)는 마음의 평온함을 나누는 행위로, 동반자뿐 아니라 앞뒤 팀원에게도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강력하게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안시(眼施)는 이러한 마음의 태도가 시선으로 드러나는 방식으로, 따뜻한 눈길과 눈인사를 통해 상대에게 존중과 관심을 전달하는 행위이다. 이 두 가지는 파크골프장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구성하며, 공동체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몸과 자리의 배려: 신시와 좌시의 공동체성
신시(身施)는 자신의 몸을 활용하여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로, 예컨대 간식을 준비하여 함께 나누는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공동체적 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좌시(座施)는 공간을 양보하는 태도로, 다음 팀이 도착했을 때 자리를 내어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작은 배려는 파크골프장을 단순한 이용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공동체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관찰과 책임의 윤리: 찰시와 경기의 공정성
찰시(察施)는 상대를 배려하는 관찰의 태도로, 동반자의 공이 어디로 향했는지를 지켜보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경기의 공정성과 신뢰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파크골프는 심판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여자 스스로의 양심과 상호 배려가 경기의 질을 결정짓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찰시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공동체적 책임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맺음말
놀이를 넘어 삶의 태도로
결국 고은칠시는 파크골프라는 특정 활동에 국한된 규범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관한 문제이다. 파크골프장에서 실천되는 이러한 태도는 일상의 다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지닌다.
고은층은 이러한 실천을 통해 몸과 마음의 가벼움을 경험하고,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파크골프를 단순한 스포츠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품격과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는 사회적 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은칠시라는 태도가 어떻게 실천되고 확산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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