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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짧게, 마음은 깊게: 공직자가 실천해야 할 소통의 3대 원칙과 6대 실천원칙"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ㆍ행정학박사


서문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다

오늘날 공공행정은 갈등과 협력의 경계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역개발사업, 환경정책, 복지정책, 도시재생사업, 교육정책 등 대부분의 공공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대가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추진된다. 과거에는 정책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행정의 핵심 역량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이 행정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소통을 말을 잘하는 능력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소통은 말을 많이 하거나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행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특히 공직자의 말은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공직자의 언어는 곧 행정의 얼굴이며, 공직자의 태도는 정부에 대한 신뢰로 연결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가장 중요한 소통은 말하지 않은 것을 듣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자 역시 “군자는 말에 신중하고 행동에 민첩하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고 하였다. 결국 좋은 소통은 화려한 언변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소통의 3대 기본원칙

기본원칙 1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모든 소통의 출발점이다. 시민들은 설명의 내용보다 먼저 설명하는 사람의 태도를 본다. 아무리 논리적인 설명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시민의 불편과 우려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있을 때 비로소 소통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기본원칙 2는 공감성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주장에 무조건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경청받았다고 느낄 때 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에 참여한다. 공감은 갈등관리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기본원칙 3은 일관성이다

신뢰는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오늘 한 말과 내일 하는 말이 다르면 신뢰는 무너진다. 정책은 변화할 수 있지만 정책의 원칙과 기준은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공직자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과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통의 6대 실천원칙

제1원칙은 짧게 말하라

좋은 소통은 많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긴 설명보다 핵심 메시지를 기억한다. 결론부터 말하고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짧은 말은 무성의함이 아니라 명확함의 표현이다.

제2원칙은 쉽게 설명하라

공직자는 전문용어를 생활언어로 바꾸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용어는 공무원에게 익숙하지만 시민에게는 어렵다. 시민이 이해하지 못한 설명은 아무리 정확해도 소통이 아니다. 쉬운 말은 전문성이 부족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제3원칙은 이해를 확인하라

설명한 것과 이해한 것은 다르다. 따라서 소통의 마지막 단계는 설명이 아니라 확인이다. “제가 설명드린 내용이 이해되셨습니까?”,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라는 질문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과정이다.

제4원칙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라

사람들은 긴장된 분위기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다. 특히 민원 현장과 갈등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표정과 태도, 경청의 자세는 신뢰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만으로도 갈등은 상당 부분 완화된다.

제5원칙은 함께 생각하게 하라

현대 행정은 시민과 함께 답을 만들어가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시대이다. 공직자는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할 때 정책의 수용성과 지속가능성은 높아진다. 설득보다 참여가, 지시보다 협력이 더 강력한 소통의 힘을 발휘한다.

제6원칙은 책임 있게 말하라

공직자의 언어는 단순한 개인적 표현이 아니다. 시민들은 공직자의 언어를 통해 행정기관과 정부를 평가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한마디의 말이 순식간에 확산된다. 따라서 공직자의 언어는 정확성, 책임성, 공정성, 신중함을 갖추어야 한다. 말 한마디가 신뢰를 만들 수도 있고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맺음말
신뢰는 소통의 결과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정성과 공감성, 일관성을 바탕으로 짧게 말하고, 쉽게 설명하며, 이해를 확인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함께 생각하며, 책임 있게 말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신뢰가 축적된다.
갈등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상대를 이기는 설득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경청이다. 시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시민의 언어로 설명하며 시민과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공직자가 많아질수록 행정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결국 좋은 행정은 좋은 정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좋은 소통이 있어야 좋은 행정이 가능하다. 공직자의 소통은 단순한 업무기술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만드는 공공역량이다. 말은 짧게 하되 마음은 깊게 전하는 것이 오늘날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소통의 철학이자 실천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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