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선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사람을 보고 뽑아야 지역의 미래가 보인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선거는 사람을 뽑는 일이다
내일이면 지방선거 본선거가 치러진다. 선거철이 되면 수많은 공약과 구호가 넘쳐난다. 후보들은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 복지 확대와 교통 개선을 약속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종종 후회한다. 공약보다 사람이 더 중요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 때문이다. 정책은 시간이 지나면 수정할 수 있지만 사람의 품성과 인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결국 사람을 뽑는 일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무엇보다도 후보자의 됨됨이와 인격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지역의 미래는 정책의 화려함보다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의 품격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후흑(厚黑)이 아닌 후덕(厚德)의 사람을 선택하자
중국의 "후흑론"은 얼굴은 두껍고 속은 검은 사람,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오늘날 정치에서도 후흑형 인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행동은 다르고,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며, 책임은 회피하고 공은 독차지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사람은 후흑형 인물이 아니라 후덕형 인물이다. 순수하고 청렴하며 깨끗한 사람, 솔직하고 투명하며 정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섬기는 것이다. 권력은 특권이 아니라 봉사이며, 지위는 군림이 아니라 책임이다. 지역주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인지, 공직을 사적인 이익의 수단으로 삼지 않을 사람인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갖춘 지도자를 찾자
유교에서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덕목을 인의예지신이라 하였다. 맹자는 인의예지를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하였고, 후대에는 신(信)을 더하여 오상(五常)이라 불렀다.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주민의 아픔을 공감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의(義)는 정의와 공정성이다. 사사로운 이해관계보다 원칙과 공익을 우선하는 사람인가를 보아야 한다. 예(禮)는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어야 한다. 지(智)는 지식과 지혜이다. 지역 현안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신(信)은 신뢰이다. 말한 것을 실천하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가를 검증해야 한다.
결국 인의예지신은 훌륭한 지도자의 인격적 기준이자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후보를 살펴보자
중국 "신당서"의 "선거지"에는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몸가짐과 태도, 언어와 표현, 학식과 문장력, 판단력과 통찰력을 의미한다.
신(身)은 몸가짐이다. 평소 생활이 단정하고 품위가 있는 사람인가를 보아야 한다. 언(言)은 말이다. 막말과 비방을 일삼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부족하다. 서(書)는 지식과 학문이다. 지역의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판(判)은 판단력이다. 위기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하고 결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의 말과 행동, 과거 행적과 정책 역량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유권자의 중요한 책무이다.
사의(四宜)를 바르게 하는 사람인가
다산 정약용 선생은 강진 유배 시절 자신이 머물던 집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의란 생각을 바르게 하고, 용모를 바르게 하고, 말을 바르게 하며,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바르면 방향이 바르고, 말이 바르면 신뢰가 생기며, 행동이 바르면 존경을 받는다. 지도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따라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선거 때와 당선 후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사람, 공개된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에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로
"대학"에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강조하였다. 자신을 먼저 닦고, 가정을 바르게 한 뒤에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효경"에서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몸과 마음을 소중히 관리하는 것을 인간의 기본 도리로 보았다.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은 조직도 관리할 수 없다. 작은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큰 약속을 지킬 수는 없다.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인지, 가정과 사회에서 책임을 다해온 사람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을 넘어 위인지학(爲人之學)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어야 한다.
겸손한 사람이 결국 지역을 발전시킨다
"서경"에는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이라는 말이 나온다. 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오만이다. 권력을 가지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도자는 실패의 길로 들어선다. 반대로 겸손한 사람은 늘 배우고 경청한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며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인다. 지역 발전은 독선에서 나오지 않는다. 협력과 소통에서 나온다. 따라서 유권자는 평소 상대방을 존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육도삼략이 말하는 인재의 조건
"육도삼략"은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으로 인의충신용모(仁義忠信勇謀)를 제시한다. 어짐과 정의, 충성과 신의, 용기와 지혜를 갖춘 사람을 등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지방자치 지도자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주민을 사랑하는 인(仁), 공익을 우선하는 의(義), 지역에 대한 충성심(忠), 신뢰를 주는 신(信), 어려움을 돌파하는 용기(勇),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謀)가 필요하다.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라면 이러한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맺음말
결국 선거는 사람의 선택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이지만 동시에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다. 우리는 종종 정당과 이념, 공약과 구호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결국 지역을 바꾸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정직한 사람이 정직한 행정을 만들고, 겸손한 사람이 소통하는 행정을 만들며, 신뢰받는 사람이 신뢰받는 지역사회를 만든다.
공자는 “정치는 바름을 세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지방선거 역시 바른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누구의 말이 화려한가보다 누구의 삶이 진실한가를 살펴보자. 누구의 공약이 큰가보다 누구의 인품이 깊은가를 살펴보자. 결국 좋은 지역은 좋은 사람이 만들고, 좋은 정치는 좋은 인격에서 시작된다.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기준은 결국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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